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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영향평가 대상이 아니란 이유로 생태·자연도(산, 하천, 내륙습지, 호소, 농지, 도시 등에 대하여 자연환경을 생태적 가치, 자연성, 경관적 가치 등에 따라 등급화하여 자연환경보전법 제34조에 의하여 작성된 지도) 1등급지이자 생태적으로 민감하고 경관미가 뛰어난 곳에 토목공사를 해도 좋은지 의문입니다.

바로 국토교통부 산하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이하 부산국토청)이 지난해 12월에 착공한 공사로, 낙동강 상류에서 행하고 있는 달봉교 교량공사에 대한 이야기입니다(관련 기사 : 4대강사업 비껴간 유일한 곳에 교량공사를?).

삼강 전망대에서 바라본 달봉교 예정지. 4대강사업 후 낙동강에서는 마지막으로 볼 수 있는 모래톱이다. 이 귀한 모래톱이 달봉교 공사로 교란을 당할 위기에 처해있다.
 삼강 전망대에서 바라본 달봉교 예정지. 4대강사업 후 낙동강에서는 마지막으로 볼 수 있는 모래톱이다. 이 귀한 모래톱이 달봉교 공사로 교란을 당할 위기에 처해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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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이 가보면 더 아름다운 비경이 펼쳐진다. 주민들에게 백포라고 불리는 지역이다.
 가까이 가보면 더 아름다운 비경이 펼쳐진다. 주민들에게 백포라고 불리는 지역이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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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달봉교 사업은 2014년 내성천 용궁지구 하천환경정비사업 중 하나로 당시 환경부 산하 대구지방환경청(이하 대구환경청)의 환경영향평가 협의회를 통해 두 번이나 제척된 사업입니다.

이 사업을 용궁지구 하천환경정비사업에서 제척시키면서 당시 대구환경청은 "낙동강 본류에 설치예정인 달봉교는 추후 관련규정에 따라 별도 협의하여야 함"이라는 협의의견까지 냈습니다.

2014년 환경영향평가 당시 환경부의 협의 의견
 2014년 환경영향평가 당시 환경부의 협의 의견
ⓒ 환경영향평가 협의서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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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토청이 혹시라도 추후에 다시 달봉교를 건설하려 할 시에는 반드시 대구청과 별도 협의를 거쳐야 한다는 단서조항을 단 것이지요. 환경부 스스로도 그만큼 이 일대의 자연환경이 보존가치가 높다는 것을 알고, 달봉교 공사는 불가하다는 방침을 세운 것이라 생각됩니다.  

부산국토청, 꼼수공사로 공사 재개

그런데 그 이후 부산국토청은 달봉교의 사업 규모를 이전의 사업계획에서 대폭 축소해서 또다시 건설계획을 세웁니다. 그 면적이 10000㎡가 되지 않게 계획을 하면서 소규모환경영향평가도 거치지 않도록 이른바 꼼수를 쓴 것입니다.

대구환경청은 착공 사실을 몰랐고, 대구환경청이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 부산국토청은 이 사업을 지난해 말경 슬그머니 시작한 것입니다.

문제의 달봉교 공사는 지난 연말 착공됐고, 현재 임시 가교만 설치한 채 공사는 중단되어 있다. 달봉교는 낙동강 마지막 모래톱을 교란시키고 경관을 망칠 것이다.
 문제의 달봉교 공사는 지난 연말 착공됐고, 현재 임시 가교만 설치한 채 공사는 중단되어 있다. 달봉교는 낙동강 마지막 모래톱을 교란시키고 경관을 망칠 것이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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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봉교 공사 현장. 지난 연말 착공한 공사가 현재는 중단돼 있다.
 달봉교 공사 현장. 지난 연말 착공한 공사가 현재는 중단돼 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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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기자는 대구지방환경청에 질의서를 보냈습니다. 아무리 법이 허술하기로서니 반드시 보존되어야 할 곳이 한순간 개발가능한 곳으로 바뀔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이 나라의 생태 환경을 지키는 환경부만의 노하우가 있을 줄 알고 기대했습니다. 아래는 그 질의서의 내용입니다.

환경부에 질의서 보내다

"이대로 달봉교 사업이 진행되도록 내버려둬도 되는지요? 문제의 달봉교 사업 지역은 생태·자연도 1등급지이자 경관이 아주 뛰어난 곳입니다. 이런 곳은 '생태 보물'로 삼아 환경부가 나서서 적극 보호해 누대로 보존해야 할 그런 곳이라 생각됩니다. 특히 이곳은 멸종위기종1급인 흰수마자가 산란 등을 이유로 이동하는 통로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곳을 규모 10000㎡ 안된다는 이유로 환경영향평가도 받지 않고, 이 사실을 뒤늦게 알고도 환경부가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못한다는 것을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요? 그것이 환경부다운 행정인지요? 

그래서 질의합니다. 아무리 규모가 작다고 생태·자연도1등급지에다 경관미가 빼어난 곳에서 어떻게 교량건설이 가능할 수가 있는지요? 특히 지난 2014년 내성천 하천환경정비사업 환경영향평가 시에 함께 협의를 하면서 문제가 되었던 사업임에도 꼼수를 써서 다시 사업이 가능하도록 된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습니다.

문제의 달봉교  200여 미터 상류 삼강 유역은 세 개의 강이 만나는 공간으로 이 일대는 생태적으로 가치가 큰 생태거점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런 곳을 원형 그대로 보존하지 않고, 이런 저런 개발사업에 허용되도록 방치한다는 것은 환경부의 직무유기라 생각됩니다. 이점 깊이 헤아려 주시길 부탁드리며, 본 질의에 답해주시길 바랍니다."   

모래톱과 얕은 물줄기와 산등성이 어우러진 전형적인 낙동강의 아름다운 모습
 모래톱과 얕은 물줄기와 산등성이 어우러진 전형적인 낙동강의 아름다운 모습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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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기의 질의서에 대한 환경부의 답변이 왔습니다. 실망스럽기 그지 없는 대구지방환경청 환경영향평가 담당자의 답변입니다.

환경부의 답신

"귀하의 민원내용은 '생태자연도 1등급지역 낙동강에 교량건설(달봉교)이 가능한지'에 관한 것으로 이해되며, 질의사항에 대해 검토한 의견은 다음과 같습니다.

귀하께서 질의하신 내용 중 우리청에서 2014년에 기 협의된 「내성천 용궁지구 하천환경정비사업 등 3개지구」에서 "낙동강 본류에 설치 예정인 달봉교는 추후 관련 규정에 따라 별도 협의하여야 함"이라고 협의의견을 제시('14.3.21)한 것은 「환경영향평가법」제22조 및 제43조 규정에 따른 환경영향평가 및 소규모환경영향평가 대상이 되는 경우에는 우리청과 별도로 협의를 진행하여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현재 달봉교는『환경영향평가법』에 따른 환경영향평가 또는 소규모환경영향평가 대상규모가 아님)

또한, 상기 답변과 마찬가지로 「환경영향평가법」에는 사업면적 등이 일정규모 이상일 경우에만 환경영향평가 대상으로 하고 있으므로, 비록 사업지역이 경관이 뛰어난 생태자연도 1등급 지역에 위치하고 있더라도 「환경영향평가법」에 의한 규모 미만에 해당되어 협의를 요청하지 않는 경우에는 협의가 진행되지 않으니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다만 우리청에서는 귀하께서 우려하는 내성천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사후관리 등 내성천 보호에 최선을 다할 것임을 알려드리니 참고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환경영향평가법의 맹점, 극복할 길 없나

문제의 달봉교 공사 지점이다. 1킬로미터 상류에 삼강교가 놓여 있다.
 문제의 달봉교 공사 지점이다. 1킬로미터 상류에 삼강교가 놓여 있다.
ⓒ 다음 지도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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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니까 환경부의 논리대로라면 사업면적이 10000㎡만 되지 않으면 하천정비사업 이외에 그것이 어떤 시설일지라도 어디에나 지을 수 있다는 것이 됩니다. 그곳이 아무리 경관이 빼어난 곳일지라도, 생태자연도가 높을지라도 말입니다.

이런 식이면 사업 주체들이 환경영향평가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이 얼마든 생겨날 수 있습니다. 사업을 쪼개기 해서 순차적으로 진행하거나 사업 규모를 축소해서 우선 착공하고 추가로 증설하는 식입니다. 편법과 탈법이 버젓이 이루어지는 것입니다.

삼강유역은 전부가 생태자연도1등급 지역이다.
 삼강유역은 전부가 생태자연도1등급 지역이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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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전문가의 의견은 달랐습니다. 익명을 전제로 견해를 밝힌 관련 전문가는 아래와 같이 밝혔습니다.

"대구청의 논리대로라면 하천정비사업뿐 아니라 타 개발사업도 평가대상이 아닌 규모로 세분화해서 진행하면 평가를 받지 않을 수 있다는 논리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 하천, 도로사업 등 부산국토청이 사업을 쪼개서 진행하다가 법원 판결에 의해 평가를 받도록 한 판례가 있다. 대구환경청 관내에서도 부산국토청이 예전에 사업을 쪼개 평가 없이 진행하다가 판례 이후 적잖은 사업을 공사 진행 중에 다시 평가를 진행한 적이 있다."

따라서 이번 환경부의 답변은 너무 안타까움이 많습니다. "낙동강 본류에 설치 예정인 달봉교는 추후 관련 규정에 따라 별도 협의하여야 함"이라는 문구를 너무 소극적으로 해석한 것입니다.

위 전문가도 "달봉교가 단독사업이면 모르겠지만 내성천하천정비사업 내 세부사업이라 평가 없이 가는 건 행정적으로 문제가 있어 보인다"고 견해를 밝혔습니다.

인사말에서 밝힌 것처럼 환경부다운 환경부로 거듭날 것을 촉구해본다.
 인사말에서 밝힌 것처럼 환경부다운 환경부로 거듭날 것을 촉구해본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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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환경부는 도대체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가. 법의 맹점이 있을 수 있고, 설사 그렇더라도 지켜야 할 것은 지키는 것이 이 나라의 환경을 책임지고 있는 기관의 바람직한 태도가 아닌가. 없는 규정도 만들어도 시원찮을 판에 별도 협의 규정을 너무 협소하고 소극적으로 해석한 무책임한 처사다."

이번 달봉교 사태에 대한 대구환경운동연합 노진철 의장의 비판입니다.

그렇습니다. 국토부는 버젓이 꼼수를 써서 공사를 강행하는데, 환경부는 법타령만 하면서 그냥 구경만 하는 것 같아 너무 안타깝습니다. 환경부의 보다 적극적인 태도를 바라는 것은 기자만의 욕심은 아닐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지난 8년 동안 낙동강의 4대강 사업 현장을 기록해오고 있습니다. 낙동강이 이전처럼 흐르는 그날을 고대해봅니다.



태그:#달봉교, #환경부, #국토부, #4대강사업, #낙동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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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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