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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서는 이렇게 뒤로 돌아서 코를 떠야되요"
"아~~ 이렇게요"
"그렇죠. 두코에서 세코정도 잡아서 모양을 잡아가세요"
"네.선생님 너무 재밌어요"

뜨개질을 알려주는 대화다.요즘 같이 겨울철이면 따뜻한 아랫목에 앉아서 어머니는 자식들의 옷을 떠주곤 했다. 필자의 머릿속에도 아득히 어머니가 겨울에 떠 주었던 옷을 입었던 기억이 난다. 또 겨울철에 학교에 가면 친구들은 어머니가 떠준 옷을 많이 입고 왔던 그런 시절이 있었다. 그러나 요즘에는 기계로 많이 만들어진 기성 제품들이 있어서 좀처럼 직접 어머니가 떠준 옷을 보기란 쉽지 않다. 그런데 여기 뜨개질에 푹 빠져 사는 사람이 있다. 바로 충남 홍성에 사는 유정화씨와 한상림씨다. 

두 사람의 만남은 4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두 사람의 아이들이 같은 초등학교에 다니면서 학부모로 만난 이후 두 사람의 취미가 같아 서로 함께 취미생활을 즐기게 되었다. 처음에 한상림 씨는 뜨개질을 잘 할 줄 몰랐지만 유정화 씨를 만나면서 뜨개질에 대한 새로움에 푹 빠졌다고 한다. 그렇게 4년 동안 두 사람은 준비를 해서 작년 뜨개질 공방을 열었다.

뜨개질을 많은 사람에게 알리고 싶고 나만의 공간을 갖기 위해 오랜 기간 준비를 해서 마련한 공방에서 유정화 씨를 만났다. 필자가 찾은 3일 오후에도 공방에는 많은 사람이 뜨개질을 하고 있었다. 뜨개질하면서 유정화 씨를 인터뷰를 진행했다.

- 처음 뜨개질은 어떻게 시작하게 됐는지?

 대학에서 동양화를 전공했는데 졸업하고 나서 전공하고는 상관없이 퀼트와 뜨개질을 많이 했었다. 퀼트도 처음에는 하는 방법을 몰라 인터넷이나 책을 보면서 독학으로 배웠다. 그러다가 뜨개질을 시작한 지는 6년 정도 됐는데 사진이나 그림을 보면 너무도 이쁜 가방이나 이런 것들을 하나하나 뜨다 보니 욕심이 생겨서 본격적으로 뜨개질을 시작하게 됐는데 뜨개질이 너무 재밌고 좋았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고 나서 남은 자투리 시간에 인근 학교에서 전공을 살려 방과 후 미술수업도 하기 시작했는데 중간에 수업을 마치고 다른 곳에 수업 가기 전 자투리 시간을 때우기 위해서, 따로 지금처럼 공방이 없을 때는 여기저기 커피숍을 옮겨 다니면서 한곳에서 두시간씩 뜨개질을 했었다.


- 뜨개질의 매력은?

 퀼트도 재미가 있었는데 뜨개질은 정말 무궁무진한 것 같다. 옛날에는 어머니가 떠준 옷을 입고 다니기도 했는데 지금은 옷뿐만 아니라 가방, 지갑, 이불, 테이블보 등 내가 하고싶은 것을 하나하나 만들어 갈 때마다 성취감 등이 있어 좋다. 인터넷이나 TV를 통해서 '어~~ 저거 이쁜데'라고 마음이 가면 그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 며칠 몇 날을 도전해서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면 너무 신기하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뜨개질에 사용되는 실의 색깔에 흠뻑 빠지기도 한다. 아름다운 색깔이 너무 많은 것이 매력이다.

- 어떻게 공방을 운영하게 됐는지?

 앞에서 언급했듯이 방과 후 수업이 끝나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기 전에 짬 나는 시간에 뜨개질할 수 있는 공간이 없어 커피숍 등에서 가서 뜨개질을 하다 보면 눈치가 많이 보여서, 집중하고 뜨개질을 할 수 없기도 했고, 커피숍 등에서 뜨개질을 하고 있으면 우연히 뜨개질하는 모습을 보고 가르쳐 달라고 하시는 분들이 생기다 보니, 고민하던 차에 우연히 아이의 학교에서 만난 한상림씨와 의기투합해서 자유롭게 방해받지 않고 뜨개질을 할 수 있는 공방을 만들게 됐다.

- 뜨개질을 혼자 배우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처음에는 인터넷을 보고 혼자 배웠는데 너무 어렵고 힘들었다. 그래서 주위에서 뜨개질을 잘한다는 분들에게 배우기도 하고 서울,청주,대전 등으로 잘하는 분들에게 직접 찾아다니면서 배웠다. 또 그렇게 배운 뜨개질을 많은 분에게 알려드리고 싶기도 하고 나눠주고 싶다. 뜨게 하러 오시는 분들은 주로 주부들이 많이 오시지만 요즘 들어서는 젊은 아가씨들이 많이 온다. 뜨개질을 처음 시작할 때 내 주위에 있는 친구들은 뜨개질을 안 좋아했다. 그런데 각종 SNS에서 보면 이렇게 이쁜 것을 많이 하더라, 처음 퀼트를 시작 할 때도 일본 책을 사서 공부도 하고 배우게 됐는데 뜨개를 인터넷에서 보니 너무 예쁘다.


- 앞으로 꿈이 있다면?

 많은 분에게 뜨개질을 더 많이 알려드리고 싶다. 지금처럼 돈이 목적이 아니라 재능을 나누어 드리는 기쁨이 있어서 앞으로도 계속 많은 분에게 재능을 나눠드리고 싶고 이쁜 거 많이 뜨고 싶다. 뜨개를 배워서 여러 사람과 같이 하면 좋겠다는 처음 생각처럼 계속 이곳에서 여러 사람들과 함께 하고 싶고, 이렇게 뜨개질을 많은 분과 함께 해보니 손으로 뜨개질하는 사람은 악한 사람이 없는 것 같다(웃음). 그리고 시골의 한옥 건물에 게스트하우스도 하고 카페도 하고 공방도 같이 운영하고 싶다.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잠시 외출을 했던 한상림씨는 유정화 씨에 대해 "같이 마트에 갔던 일이 있었다. 그런데 그 카트를 밀고 있는 시간에도 가방에서 뜨개 용품을 꺼내서 뜨개질을 할 정도로 뜨개질에 푹 빠져있다."는 에피소드도 소개했다.

특히, 이날 공방을 찾은 김아무개씨는 "우리 집을 장식할 생각에 설레기도 하고 일에 쫓기는 일상에서 잠시 내 공간에서 나만을 위한 여유로운 꽃길을 걷는 듯하다."며 "자수와 뜨개질을 하기 전 받을 사람을 생각하면서 하다 보면 그 사람이 곁에 오는 것 같고, 꽃을 놓을 땐 꼭 내가 그 나무가 된 기분이다."고 말했다.


그렇게 이들의 솜씨와 공방이 소문이 나면서 요즘은 멀리 대전 등에서도 뜨개질을 배우기 위해 찾아오는 사람들도 있단다. 공방에는 뜨개질하는 사람들 주위에 항상 이야기꽃과 커피 향이 있다.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 그리고 각종 작품과 관련된 이야기, 그리고 뜨개질을 알려주느라 바쁜 유정화 씨. 그들의 손놀림 속에 색색의 실들이 조화를 이뤄 아름다운 작품들이 하나하나 만들어질 때마다 이들은 행복해했다.

태그:#뜨개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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