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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대강사업 식의 하천공사 벌이는 경상북도

재해 예방사업이란 이름으로 경상북도가 내성천에서 다시 하천정비사업을 벌이고 있다. 이로 인해 천혜의 자연하천 내성천의 아름다움은 사라지고 천편일률적인 인공하천의 모습으로 개조되게 생겨 내성천을 사랑하는 이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경상북도가 3월 8일 현재 공사를 벌이는 구간은 무섬교에서 수도리까지다. 무섬마을로 들어가는 도로의 포장과 제방공사, 그리고 저수호안 공사까지 벌인다. 준설만 하지 않을 뿐이지 4대강사업 식의 하천정비사업이 그대로 재현되고 있다.

경상북도는 무섬교에서부터 무섬마을까지 내성천 재해예방사업을 다시 시작했다.
 경상북도는 무섬교에서부터 무섬마을까지 내성천 재해예방사업을 다시 시작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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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 달릴 이유가 없는 이 길을 포장을 하려 한다. 민속마을로 들어가는 초입인데 비포장으로 두는 것이 더 아릅답다.
 빨리 달릴 이유가 없는 이 길을 포장을 하려 한다. 민속마을로 들어가는 초입인데 비포장으로 두는 것이 더 아릅답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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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섬마을이 전통마을이라 일부러 비포장 흙길로 도로를 관리하는 것이고, 제방도 멀쩡한데 무슨 제방공사에 저수호안 공사까지 벌인단 말인가. 우리나라가 참 돈이 남아도는 모양일세. 국민세금을 강에다 마구 뿌리고 있구만."

내성천보존회 송분선 회장의 일갈이다. 송 회장의 말처럼 이곳의 제방은 원래 산지였던 곳을 깎아 도로를 내고, 제방을 한 곳이다. 제방 자체도 튼튼할 뿐더러 왕버들의 뿌리가 제방을 잡아주고 있어 튼튼하다.

무섬교 교각 보호공사. 완전히 물길을 막았다. 흰수마자를 비롯한 어류는 이동조차 하지 못한다. 이런 반생태적인 공사를 경상북도가 하고 있다.
 무섬교 교각 보호공사. 완전히 물길을 막았다. 흰수마자를 비롯한 어류는 이동조차 하지 못한다. 이런 반생태적인 공사를 경상북도가 하고 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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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엔 무섬교 다릿발 보강공사도 했는데, 그 모습이 참 가관이다. 교각 주변만 돌로 쌓아도 될 것을 다릿발이 서 있는 하천 전체를 돌망태로 쌓아서 작은 보를 만들어놓았다. 높이가 제법 돼 그 위로 물이 흘러가지 못할 정도다. 결국 상류는 작은 저수지가 되었고, 돌망태 아래로 강물이 흘러간다.

멸종위기종 흰수마자에 대한 배려 없는 하천공사

내성천은 한반도 고유종이자 멸종위기종1급인 흰수마자의 마지막 남은 서식처다. 그렇지 않아도 영주댐 공사로 댐 수몰지에서는 이제 흰수마자가 자취를 감추었는데 그 아래쪽에도 흰수마자가 사라지게 생겼다. 이런 높은 돌보가 있으면 어른 새끼손가락만 한 흰수마자가 상류로 이동할 수 없기 때문이다. 결국 멸종위기종에 대한 어떠한 배려도 없이 마구잡이 공사를 강행한 것이 된다.

이것은 명백히 환경영향평가 위반이다. 환경영향평가에는 멸종위기종에 대한 보존 방법을 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고기가 이동할 수 없도록 만든다는 것은 반생태적인 공사임을 증명하는 셈이다. 

고운 모래 속에서 사는 흰수마자는 모래가 없는 곳에서는 살 수가 없다.
 고운 모래 속에서 사는 흰수마자는 모래가 없는 곳에서는 살 수가 없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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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이 공사는 3㎞ 정도 상류에 있는, 영주댐 바로 아랫마을인 용혈리에서부터 시작된 것으로 문제의 공사를 벌일 때도 환경단체의 거센 항의를 받았다(관련 기사 - 내성천에서 벌어지는 '해괴한' 사업). 내성천의 독특한 아름다움을 보여주던 그 일대의 수려한 왕버들 군락을 모조리 배어버리고, 대한민국 어딜 가나 볼 수 있는 인공하천을 만들어 놓았으니 말이다.

누구를 위한 재해예방사업인가

그 일대는 민가도 거의 없어서 재해예방사업이란 이름도 참 무색하다. 당시 대구환경연합의 문제제기를 수용하고 더이상 사업을 하지 않겠다고 담당자가 구두로 약속을 했다. 그런데 또 다시 사업을 시작한 것으로 명백히 약속 위반이다.

경상북도의 재해예방사업 전의 내성천의 모습
 경상북도의 재해예방사업 전의 내성천의 모습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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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해예방사업 후의 내성천의 모습. 왕버들을 죄다 베어내버리고, 돌망태로 제방과 호안공사를 해 인공하천의 모습을 만들어놓았다.
 재해예방사업 후의 내성천의 모습. 왕버들을 죄다 베어내버리고, 돌망태로 제방과 호안공사를 해 인공하천의 모습을 만들어놓았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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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섬마을에서 자꾸 요구한다. (무섬마을이 국가 중요민속문화재라서) 문화재청에서도 허가가 안날 줄 알았는데, 식생을 최대한 살리는 조건으로 허가가 떨어졌다. 그래서 공사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

경상북도 담당자의 어설픈 해명이다. 무섬마을에서 요구하는 것도 도로포장 정도일 것이다. 제방공사는 여전히 불필요한 사업 아닌가 반문하고 싶다.

공사를 중단하고, 내성천을 그대로 보존하라

모래강 내성천은 어떤 강인가? 우리나라의 전형적인 하천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고 알려진 하천으로 누대로 보존해서 후세에 그대로 물려줘야 할 참으로 귀한 강이다. 국민혈세를 탕진해 가면서까지 이런 자연하천의 모습을 앗아가야만 할까.
재해예방사업을 벌여야 할 곳도 물론 있다. 그러나 적어도 내성천 구간들은 아니다. 내성천은 하폭이 넓고 주변이 산지가 많고 제방 옆은 일부 농지일뿐 민가는 거의 없다. 즉 사람이 죽고사는 문제는 아닌 것이다. 최대한의 피해를 예상하더라도 농지 침수 정도다. 100년 만에 한 번 정도 올 그런 것은 보상으로 충당해도 좋을 것이다. 대신에 우리는 지구별 유일의 모래강 내성천을 얻는 것이다. 

전형적인 내성천의 모습. 산으로 둘러싸여 별도의 제방이 필요없는 곳이 많다.
 전형적인 내성천의 모습. 산으로 둘러싸여 별도의 제방이 필요없는 곳이 많다.
ⓒ 채병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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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인 먹황새가 매년 찾아오는 내성천. 아직까지 생태계가 잘 살아있다는 증거다.
 멸종위기종이자 천연기념물인 먹황새가 매년 찾아오는 내성천. 아직까지 생태계가 잘 살아있다는 증거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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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상북도는 지금이라도 공사를 중단해야 한다. 다행히 지금은 물길 작업만 했을 뿐 아직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가지는 않았다. 지금이라도 공사를 중단하고 원형을 그대로 보존하라. 그것이 백번 옳고 그것이 상식이고, 순리다.

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연합 활동가입니다. 지난 8여년 동안 낙동강과 내성천을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낙동강과 내성천의 재자연화를 희망합니다.



태그:#내성천, #경상북도, #하천공사, #영주댐, #무섬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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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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