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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유플러스 전주 고객센터에서 일하던 고3 현장실습생이 지난 1월 자살했다. 그리고 평소 업무 스트레스로 인해 괴로워했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LG유플러스 고객센터의 감정노동과 실적 압박이 논란이 되고 있다.
 LG유플러스 전주 고객센터에서 일하던 고3 현장실습생이 지난 1월 자살했다. 그리고 평소 업무 스트레스로 인해 괴로워했다는 증언이 나오면서 LG유플러스 고객센터의 감정노동과 실적 압박이 논란이 되고 있다.
ⓒ 문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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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회사는 다들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일한 만큼 급여를 받고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최근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고3 현장실습생 홍아무개(19)씨가 근무했던 LG유플러스 전주 고객센터(LB휴넷)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모두 즐겁게 일하고 있다'는 부분을 부각했다. 더불어 '일한 만큼 급여를 받는다'고도 강조했다. 얼핏 당연한 상황인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좀 다르다. '일한 만큼 급여를 받는다'는 말 속에 '실적'이란 말을 슬쩍 끼워넣으면, 그야말로 '지옥'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LB휴넷이 밝힌 콜센터 상담사의 평균 근속 기간은 2년이었다. 이들의 기본급은 135만 원. 죽은 홍씨와 LB휴넷이 맺은 근로계약서를 보면 입사 7개월차 이후 상담사의 기본급은 134만 5천 원이었다. 이 센터에서 2년 이상 근무하면 오래 일한 사람들이다.

회사는 기자회견 자리에서 상담사들의 임금 구조가 인센티브 중심이라는 점을 부인하지는 않았다. 회사 관계자는 "열심히 일한 사람들은 많게는 700~800만 원도 받는다"면서 상담사들이 평균 약 270만 원 정도 받는다고 밝혔다.

홍씨가 콜 수를 채우지 못해서 퇴근이 늦는다며 아빠에게 보낸 문자
 홍씨가 콜 수를 채우지 못해서 퇴근이 늦는다며 아빠에게 보낸 문자
ⓒ 프레시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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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상담사들의 임금 50% 이상이 인센티브로 구성된 것. 연봉제로 알려진 상담사들을 관리하는 팀장들의 임금도 해당 팀의 실적에 무게를 둔다는 점을 생각하면, 인센티브의 바탕이 되는 실적은 위에서부터 압박이 되어 상담사들에게 돌아왔다.

현재 LG유플러스 전주 고객센터에서 근무하고 있는 A씨는 "(팀에 할당되는 실적이) 항상 벅찼다. 팀에서 상품 판매 등을 잘하는 사람들이 팀 실적의 상당부분을 책임지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것 뿐"이라면서 "개인으로 따지면 항상 실적은 벅찼다"고 말했다. 회사가 강조한 월 700만 원을 받는 상담사 일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실적 압박에 시달린다고 A씨는 말했다.

지난해 세이브팀에서 근무하다 최근 그만둔 B씨도 "해지를 하려고 전화를 하는 사람은 솔직히 해지를 하고 싶어서 전화를 한 것인데 거기다 물건을 팔아야 한다는 것은 상당히 고된 일이었다"며 실적에 대한 고충 털어놨다. 고3 현장실습생 홍씨도 몸 담았던 세이브팀은 고객의 변심을 돌려야 하는 부서이다. 회사는 부정하지만, 감정 노동의 강도가 타 부서보다 높다는 상담사들의 주장이 이어지고 있다.

세이브팀에겐 상품 판매와 함께 해지율도 중요한 실적 중 하나다. 전직 상담사 B씨의 해지율은 20% 수준이었다고 한다. B씨가 10명의 해지 고객 중 8명의 마음을 돌린다는 것. 그러나 B씨의 해지율은 근무기간 내내 하위권에 머물렀다. B씨 따르면 상위권에 있는 상담사들은 해지율이 1% 수준이었다. 절대평가가 아닌 상대평가로 해지율 실적을 평가하기 때문에, B씨의 해지율 실적은 낮은 편이 될 수밖에 없었다.

"실적을 통해 등급 매겨, 빈부격차와 무한경쟁 시스템"

또한 실적은 매일매일 수치화되어 실시간으로 기록된다. 각 상담사들의 실적은 그 통계를 바탕으로 본인의 계급이 된다. 통계화된 기록은 많은 상담사들이 볼 수 있도록 공지된다.

최근 홍씨 죽음으로 논란이 되면서 현재 성적표는 공지게시판에서 자취를 감춘 상태다. 상담사들은 본인의 성적뿐 아니라 동료의 성적까지 그 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었다. 1등급에서 10등급으로 매겨진 성적표는 모든 상담사들이 볼 수 있는 곳에 게시됐다. 등급을 정할 때 기준으로 쓰이는 점수 평가는 팀장이 맡으며, 평가 항목의 상당수가 상품 판매와 같은 실적과 관련되어 있다.

상담사 A씨는 "특별히 내색은 하지 않지만 등급별로 친하게 지낸다"면서 "겉으로 친하게 지낸다고 하더라도 등급이 낮으면 거리를 두기도 한다. 그리고 하위권에 있는 친구들에 대해 '곧 그만두겠구나'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직 상담사 B씨는 "사실상 '은따'와 같은 괴롭힘을 당하는 것"이라면서 "일을 잘하는 선임 등에게 눈치를 받기도 한다. 군대와 똑같다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홍씨가 일한 세이브팀은 공식적으로 업무가 끝나고 교육이 진행되기도 했다. B씨는 "재약정과 해지 방어에 대한 교육이 진행되었다"면서 "교육 과정에서 '너희가 실적만 잘 내면 칼퇴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교육은 팀장마다 스타일이 다르다"고 말했다.

LG유플러스 00고객센터 상담사가 받은 순위표 중 일부. 사진 하단에 팀의 실적 목표를 팀장은 팀원에게 분배하고 관리한다. - 프레시안 제공
 LG유플러스 00고객센터 상담사가 받은 순위표 중 일부. 사진 하단에 팀의 실적 목표를 팀장은 팀원에게 분배하고 관리한다. - 프레시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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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만난 전직 팀장 D씨는 "(실적이 나쁜 상담사는) 퇴근을 시키지 않고 계속 콜을 듣게 하는 등의 방법을 쓰기도 한다"고 말했다. D씨에 따르면 관리자들은 먼저 퇴근을 한 뒤, 영상통화 등을 이용해 부진한 상담사가 회사에 있는지 확인하는 방법으로 붙잡아 놓기도 한다.

해지 방어를 잘하는 상담사의 콜을 손 글씨로 써내려가는 일명 '깜지'도 쓴다. 홍씨 친구들은 홍씨도 깜지를 썼다는 증언을 했다.

LG유플러스 고객센터(엘비휴넷) 특성화고 현장실습생 사망사건 진상규명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아래 공대위) 관계자는 "홍씨의 경우 수습 기간 동안 3등급(실습생들로만 등급을 매김)을 차지하는 등 상위권이었지만 실습 기간을 벗어나기 시작한 후부터는 기존의 상담사들과 경쟁을 하게 되면서 9등급을 받기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순위가 곤두박질치면서 스트레스가 상당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홍씨의 부모와 친구들은 홍씨가 수습을 마친 12월부터 부쩍 짜증이 늘고 힘들어했다고 말했다.

"전국 5개 고객센터 하루 단위로 실적 평가"

실적에 따른 순위는 개인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기자가 입수한 LG유플러스 전주 고객센터 1일 공지표를 살펴보면 전국 5개 고객센터의 성적을 하루 단위로 표시해 놓았다.  전날 실적이 순위로 매겨지고 다음 날 공지됐다. 센터의 실적 순위는 각 센터가 지급 받는 운영비에 영향을 준다.

실적은 정교하게 관리됐다. 각 센터별 순위는 인터넷 가접수, 재약정, 정도위배 등 총 7개 지표 별로 따로 매겼다. 결국 모든 지표에서 높은 순위를 기록하지 않는 한 매일매일 순위와 실적에 따른 압박은 계속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매일 매일 바뀌는 이 공지에는 '불태웁시다. 분발합시다. 집중합시다.' 등 실적을 독려하는 말들로 채워졌다. 회사는 압박이라고 여기지 않지만 이미 상담사들에겐 이런 독려 자체가 압박이었다.

이와 같은 팀 혹은 센터의 실적을 높이기 위한 실적 압박은 실적이 좋지 못한 동료 상담사에 대한 원망으로 바뀌기도 했다.

상담사 A씨는 "팀 단위로 목표치가 나오기 때문에 내 실적이 좋아 돈을 잘 벌더라도 팀의 실적이 나쁘면 남아야 했다"면서 "난 (TV 등 상품을) 잘 팔았는데 못 판 동료 때문에 집에도 못 간다고 하면 과연 그 실적이 좋지 못한 이들이 좋게 보이겠나?"고 말했다.

LG유플러스 고객센터의 실적을 내기 위한 조직 관리는 여기에 그치지 않았다. 회사는 일명 레드, 블루1, 블루2로 상담사들을 분류했다. 그리고 전국 5개 고객센터의 레드팀 순위에 따라 블루1과 블루2의 실적 급여를 차등 지급했다.

자살한 현장실습생 홍씨의 사무실 출입구에 놓인 해지등록률 순위표. 상담사들은 이와 같이 사무실 곳곳에서 자신 및 팀, 센터의 실적을 봐야 한다. 그리고 실적은 다양한 방식으로 복잡하게 계산하며 이와 같은 순위는 인센티브에 막대한 영향을 준다. - 프레시안 제공
 자살한 현장실습생 홍씨의 사무실 출입구에 놓인 해지등록률 순위표. 상담사들은 이와 같이 사무실 곳곳에서 자신 및 팀, 센터의 실적을 봐야 한다. 그리고 실적은 다양한 방식으로 복잡하게 계산하며 이와 같은 순위는 인센티브에 막대한 영향을 준다. - 프레시안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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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면 전주센터의 레드팀이 5개 센터 중 1~2위를 차지했다면 6명을 배정할 수 있는 1등급을 레드팀원만이 차지하게 된다. 그런데 전주센터의 레드팀이 4~5위를 차지했다면 레드팀원은 5명을 배정받고 블루팀에서 1등급 1명을 배정받게 된다.

상품 판매 실적이 높은 이들로 구성된 레드팀의 실적이 좋으면 같은 센터의 블루팀 상담사들은 그만큼 손해를 보게 만드는 구조다. 실적에 따라 철저히 구별하는 구조였다.

실적 급여로 명명된 인센티브(프로모션 등 인센티브 종류는 이 밖에도 더 있다)는 등급에 따라 차등 지급된다. 1등급은 70만 원을 받고 9등급은 4만 원을 받는다. 죽은 홍씨는 지난 1월 4만원을 받았다.

전주비정규직네트워크는 지난 7일 성명서를 통해 "성과 중심의 급여가 임금의 대부분을 차지하면서 직원들은 성과를 내기 위해 혈안이 될 수밖에 없다"면서 "회사는 성과를 강요하지 않는다고 하지만 성과급 중심의 업무 환경은 실적압박에 상담사들을 시달리게 만들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모든 것이 실적에 의해 조직된 구조. 상담사에게 그곳은 마치 '닭장'같은 곳이었다. 전직 팀장 D씨는 "모니터에 상담사 개개인의 동향이 다 파악이 된다"면서 "상담사가 화장실에 가고 싶으면 허락을 맡아야 했다"고 말했다. 정해진 실적, 타 센터에 비해 실적이 좋아야 한다는 무한 경쟁의 시스템은 상담사의 생리 현상마저 통제했다. 상담사들은 "고객센터가 아니라 판매센터였다"고 한목소리로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전북인터넷대안언론 참소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LG유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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