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년에 승부수를 건 배영수 배영수가 2017시즌이 끝나고 한화에 남아있을까? 혹은 은퇴 수순을 밟게 될까?

한화 투수 배영수 ⓒ 한화 이글스


2003년부터 2006년까지 4년 동안 683.2이닝을 던진 그의 팔꿈치는 이미 정상이 아니었다. 당장이라도 시즌 아웃을 선언하고 수술을 받아야 하는 심각한 상태였다. 하지만 한화 이글스와의 한국시리즈를 앞둔 그는 아프다는 이야기를 할 수 없었다. 아니, 아프다는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팀을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어야 할, 그의 또 다른 이름은 '에이스'였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진통제를 맞으며 한국시리즈 등판을 강행했다. 1980년대 프로 초반에나 있을 법한 일이 2000년대 중반에 재현됐다. 부상을 참고 마운드에 오른 그는 시속 155km의 강속구를 던지며 2승1세이브1홀드 평균자책점 0.87을 기록했다. 비록 한국시리즈MVP는 박진만이 가져갔지만 삼성 라이온즈의 팬들은 2006년 한국시리즈의 진짜 영웅이 누군지 알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언젠가부터 삼성팬들로부터 '푸른 피의 에이스'로 불렸다.

그로부터 10년이 넘는 시간이 흘렀다. '푸른 피의 에이스'로 불리던 그는 현재 공교롭게도 2006년 삼성의 한국시리즈 상대였던 한화 유니폼을 입고 있다. 그리고 2016 시즌 정규리그에서 한 경기도 등판하지 못한 그는 안타깝게도 한화팬들로부터 썩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한화팬들에게 인정받기 위해서라도 올 시즌 부활이 더욱 절실한 현역 최다승 투수 배영수 이야기다.

삼성과 희로애락을 함께 했던 '푸른 피의 에이스'

배영수는 대구에서 태어나 대구의 야구명문 경북고를 거쳐 삼성에 1차 지명을 받고 입단한 라이온즈의 적통이다. 현재 삼성 유니폼을 입고 있는 선수 중에 이 코스를 걸어 삼성에 입단한 선수는 김상수와 최충연뿐이다(사실 김상수도 출생지는 대구가 아닌 서울이다). 대구에서 태어나고 자라 대구의 연고팀에 입단한 특급 유망주. 대구의 야구팬들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조건을 모두 갖춘 선수가 바로 배영수였다.

배영수는 입단 2년째였던 2001년 13승7패 평균자책점 3.77의 뛰어난 성적을 거두며 삼성의 차세대 에이스로 떠올랐다. 삼성이 첫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던 2002년에는 6승으로 잠시 주춤했지만 2003년 다시 13승을 올렸고 2004년엔 17승2패2.61로 정규리그MVP를 차지했다. 이후에도 2005년 탈삼진왕, 2006년 한국시리즈 2승 등 배영수는 김시진, 김상엽의 뒤를 잇는 삼성의 우완 에이스로서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하지만 2006 시즌이 끝나고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으면서 배영수는 최고의 무기였던 시속 150km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잃고 말았다. 결국 배영수는 2008년부터 2011년까지 4년 동안 22승에 그치며 평범한 투수로 전락했다. 공교롭게도 삼성은 2011년 배영수의 도움을 받지 않고도 한국시리즈를 제패하는 강 팀으로 거듭났다(실제 배영수는 그 해 한국시리즈에서 0.2이닝 밖에 던지지 못했다).

하지만 배영수는 2012년12승을 거두며 2005년 이후 7년 만에 10승 투수로 복귀했다. 8월26일 LG트윈스전에서는 통산100승과 1000탈삼진을 동시에 달성하기도 했다. 2013년에는 14승을 거두며 SK 와이번스의 크리스 세든과 함께 공동 다승왕(14승)에 올랐다. 삼성 팬들은 한국시리즈 3연패 만큼이나 '푸른 피의 에이스'가 역경을 딛고 화려하게 부활했다는 사실에 큰 감동을 받았다.

하지만 배영수는 FA를 앞둔 2014년 8승6패 5.45로 부진했다. 그리고 삼성은 FA우선 협상 기간 동안 팀을 명문구단으로 만드는 데 큰 공을 세운 '과거의 에이스'보다는 삼성을 통합 4연패로 이끈 '현재의 에이스(윤성환, 안지만)'와의 계약에 공을 쏟았다. 배영수를 아끼는 삼성팬들은 일간지에 광고까지 내며 배영수의 잔류를 바랐지만 결국 배영수는 3년 21억5000만원의 조건에 한화로 이적했다.

부진과 부상으로 날린 한화에서의 2년, 계약 마지막 해에 만회할까

배영수가 15년을 몸 담았던 정든 삼성을 떠난 이유는 단 하나, 더 많은 등판 기회를 얻기 위해서였다. 배영수는 한화 이적 첫 시즌 20번의 선발 등판을 포함해 총 32경기에 나섰지만 4승11패1홀드7.04로 부진했다. 물론 팔꿈치에 뼛조각이 돌아다니는 상태로 던진 성적이라곤 하지만 FA로 영입한 투수가 7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한 것은 입이 열 개라도 할 말이 없었다.

2015 시즌이 끝나고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은 배영수는 2016년 5월 복귀를 목표로 재활에 들어갔다. 하지만 30대 중반 투수의 재활 과정은 그의 의지보다 훨씬 더뎠고 특히 구속이 올라오지 않는 것이 큰 문제였다. 결국 배영수는 작년 시즌 1군에서 단 한 경기도 등판하지 못한 채 시즌을 마무리했다. FA로 3년 계약을 한 투수가 2년 동안 4승. 계약 마지막 시즌에 엄청난 반전이 일어나지 않는 한 배영수와 한화의 만남은 실패로 돌아갈 확률이 높았다.

배영수는 작년 시즌이 끝나고 고참 선수로는 이례적으로 미야자키 교육리그에 참가하며 부활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에서도 일본팀의 1군 선수들을 상대로 호투를 거듭하며 기대감을 키웠다. 그리고 16일 넥센 히어로즈전에서 배영수는 국내 팬들에게 올 시즌 첫 선을 보였다. 작년 8월 24일 상무와의 퓨처스리그 경기 등판 이후 205일 만의 국내 실전등판이었다.

4이닝을 던진 배영수는 시속 143km의 속구를 비롯해 슬라이더, 체인지업, 포크볼, 커브를 적절하게 섞어 던지며 넥센 타선을 4이닝 2피안타1실점으로 막아냈다. 무엇보다 4이닝을 단 41개의 공으로 막아내는 경제적인 투구가 돋보였다. 물론 넥센의 주전 선수가 대거 제외된 경기였지만 배영수가 마운드에서 여유를 찾고 자기 공을 마음껏 던졌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올해 한화 선발진은 알렉시 오간도와 카를로스 비야누에바, 이태양, 윤규진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남은 5선발 자리를 두고 안영명과 배영수, 장민재 등이 경쟁하는 구도다. 물론 배영수가 앞으로도 한화의 선발 경쟁에서 앞서 나가리란 보장은 없다. 하지만 배영수는 이보다 훨씬 힘든 경쟁과 시련도 이겨냈던 선수다. 이제는 프로 18년 차의 노장이 된 배영수에 대한 기대감을 여전히 놓기 힘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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