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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우리나라 어느곳에서나 심하게 느껴지는 미세먼지, 시골에도 예외는 없었습니다.

지난 주말 아버지 생신이라 고향집에 갔습니다. 아침부터 날씨가 맑았는데도 시야는 뿌옇게 흐렸습니다. 바깥 활동이 좀 꺼려지는, 그런 날씨였습니다. 그런데 아침 일찍부터 아버지는 자전거를 타고 밖으로 나서셨습니다. 별다른 운동기구가 없는 시골에서 하루도 빠짐없이 아침저녁으로 아버지가 즐기시는 자전거 타기, 미세먼지가 좀 끼었다고 해서 쉬면 안 된다고 하시면서 말입니다. 그런데, 그 모습이 너무도 비장하십니다.

이른 아침이라 바람이 조금 차가우니 머리엔 모자를 쓰시고, 눈 보호와 더불어 멋을 위한 미러형 선글라스도 쓰셨습니다. 그리고 봄철 최대 적인 미세먼지를 막기 위한 하늘색 마스크를 단단히 착용하신 후 혹시라도 손이 시릴까 싶어 노란색 장갑도 빼놓지 않으셨습니다.

운동하시는 거면 신발은 운동화라도 바꿔 신으시면 좋을 텐데 본인 스타일 그대로 앞만 막히고 뒤는 터진 슬리퍼를 신으셨습니다. 요즘 자전거 타는 즐기는 사람들의 패션과는 비교도 안 되는 독창적인 모습이셨습니다. 자전거 뒷자리엔 손자들이 어렸을 때 탔던 플라스틱 상자 대신 높이가 낮은 두부판이 놓여져 있습니다. (관련기사: 우리 가족 휴가 계획, 들어보실래요?)

미세먼지속에 중무장하신 할아버지
▲ 할아버지와 자전거 미세먼지속에 중무장하신 할아버지
ⓒ dong3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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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완전무장을 하신 채, 우리 동네를 너머 이웃마을 두개를 지나고 멀리 보이는 논과 밭을 크게 돌아 뚝방길을 거쳐 돌아오시는 코스를 두 번 도십니다. 활기찬 아침 라이딩이 끝나고 집안으로 들어오실 때는,

"야, 기분좋다. 운동했더니 배가 고프네. 빨리 아침먹자!"

큰소리로 기분 좋게 말씀하십니다. 운동량이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데도 아버지에게는 꽤나 만족스러운 운동이었나 봅니다.

철마다 다양한 색으로 변신하는 아버지의 자전거를 손자들은 '무지개 자전거'라고 부릅니다. 아버지 자전거의 색깔은 손자들뿐만 아니라 어른인 저희들도 궁금해 합니다. 어느 해 봄에는 벗꽃처럼 연한 분홍빛으로 물들고, 여름에는 하늘색, 그리고 겨울에는 새하얀색으로 변신하기도 해 그 이름이 '빽차(white car)'로 불리우기도 하는 할아버지 자전거의 2017년 봄 컬러는 시원한 블루였습니다. 그래서 자전거 위에 살포시 얹혀진 노란색 장갑이 더욱 더 눈에 띄었는가 봅니다.

주변 사람들의 이런 뜨거운 반응에 아버지는 '단지 자전거에 칠하나 바꿨을 뿐인데 뭘 그리 좋아하냐?'고 말씀하십니다. 하지만 단조로운 시골 생활에선 이런 작은 변화도 웃음이 되고 얘기거리가 됩니다. 무지개 자전거의 변신 다음 계절의 컬러가 벌써부터 기대됩니다.


태그:#할아버지 , #자전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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