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준혁, 노수광, 김호령

오준혁, 노수광, 김호령 ⓒ 기아타이거즈


지난 시즌 KIA의 1번타자 자리에는 총 10명의 선수가 기용됐다. 이는 SK와 더불어 리그에서 가장 많은 수치에 해당한다. 시즌 전 신종길이 1번을 맡을 것으로 기대했지만 부상이 또다시 발목을 잡았으며, 이에 김기태 감독은 김호령, 오준혁, 노수광 등 젊은 외야수들을 1번으로 기용했지만 모두 풀타임 첫 시즌이었던 탓에 경험과 체력에서 한계를 드러내면서 실험은 절반의 성공을 거둔 채 끝이 났다. 

KIA의 올 시즌 1번타순 타율은 .289, 출루율은 .355를 기록했다. 멀리 볼 필요 없이 올 시즌 리그 전체 타율이 .290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특히나 높은 타율과 출루율이 요구되는 1번타자의 성적 치고는 초라한 수준이다. 30타수 이상 들어선 선수로 범위를 한정해도, 타율 .281에 출루율 .351로 오히려 그 수치는 더 떨어진다. 타고투저 시즌임을 감안하면 더욱 아쉬운 수준이며, 김일권-이순철-이종범-이용규로 화려한 계보가 이어지는 타이거즈 1번타자의 자리에 새 얼굴을 발견해야 하는 KIA의 고민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대목이다.

 로저 버나디나

로저 버나디나 ⓒ 청춘스포츠


이번 스토브리그의 큰 화제 중 하나는 최형우의 KIA 이적 여부였다. 중심타자 영입에 따른 기존 중심타선 구축에도 영향을 미치리라 예상됐고, 이는 곧 브렛 필의 교체까지 이어졌다. 결국 외야수 영입으로 방향을 정한 KIA는 뉴욕 메츠 산하 마이너 팀에서 활약하던 '로저 버나디나'와 계약을 마쳤다.

빠른 발과 수비력은 이미 MLB에서도 상당한 수준이라는 평가를 받았지만, 타격에서는 경쟁력이 떨어져 주전으로 자리 잡지 못한 케이스였다. 무엇보다 16시즌 선발 라인업에서 꾸준히 기용된 타자가 서동욱과 노수광 정도였을 만큼 우타자 편중이 심했던 KIA타선에서, 버나디나의 영입은 최형우 영입과 더불어 새로운 KIA타선이 어떻게 짜여질 것인가에 대한 많은 기대를 낳게했다.

 메이저리그 스탯

메이저리그 스탯 ⓒ 베이스볼 레퍼런스


우선 메이저리그 스탯을 보면 12시즌 타율-출루율-장타율이 .292, .372, .405이 커리어 하이 시즌이었다. 100경기 안팎으로 출전한 10~13시즌 동안 269개의 삼진을 당한 동시에 볼넷은 101개를 얻어냈으며, 볼넷/삼진 비율이 0.5에도 미치지 못하고 평균 출루율 역시 .307로 상당히 낮다. 흔히 KBO에서 호리호리한 체형의 중견수를 떠올리면 최소 .350 이상의 출루율과 많은 볼넷을 얻어내는 것이 이상적이라고 생각하지만, MLB에서의 그의 성적은 1번타자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마이너리그 스탯

마이너리그 스탯 ⓒ 베이스볼 레퍼런스


좀 더 직접적인 비교가 가능한 마이너리그 성적을 살펴 보면, 2할 후반대 타율, 3할 후반대 출루율, 4할 중반대의 장타율을 보이며 마이너리그에서는 수준급 타자로 활약했음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가장 인상깊은 스탯은 리그 평균 대비 기대 득점(WRAA) 생산능력인데, 지난 2년간 15.5, 14,4를 기록하면서 득점을 만들어내는 데 있어 기여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높은 출루율과 빠른 발을 통해 만든 2년연속 20도루는 이를 증명하는 상징적인 기록이며, 리드오프로써 갖춰야 할 요소 가운데 기동력은 충분하다는 것을 보였다. 다만 마이너리그에서도 볼넷/삼진 비율이 0.5에 머물렀다는 점은 정교함이 떨어진다는 측면에서 불안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버나디나 타구분포와 타구성향

버나디나 타구분포와 타구성향 ⓒ 팬그래프닷컴, 베이스볼레퍼런스


좀 더 나아가서, 버나디나의 타구 분포와 타구 성향을 좀 더 유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땅볼/뜬공 비율이 모두 1을 넘긴 수치를 통해 전형적인 땅볼형 타자임을 알 수 있으며, 10,12 시즌과 11, 13시즌이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특히 11시즌과 13시즌은 전년 대비 대부분의 기록이 하락한 시즌이라는 공통점도 있지만, 가장 큰 공통점은 타구 관련 지표에서 나타났다.

이 기간, 잡아당긴 타구의 비율이 극단적으로 높았다는 것이 이를 증명하며, 무리하게 당겨친 타구의 결과가 전반적인 스탯의 하락으로 이어진 것으로 예측해 볼 수 있다. 노리는 공이 아니면 기다리기 보다는 일단 대응을 하고 보는 배드볼 히터 성향이 이 기간동안 강하게 나타난 셈이다.

가장 최근인 15, 16시즌 마이너리그에서의 기록을 보면 출루율이 상승했다는 점에서 이전보다는 정교함이 높아졌다고도 볼 수 있지만, 결국 버나디나의 타격 스타일은 이용규와 같이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1번타자의 성향과는 전혀 다르다. 기본적으로 외인 용병에게 바라는 리드오프는 출루율과 빠른 발도 있어야 하지만, 장타력은 기본으로 갖추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시각이다.

문제는, KIA타선이 이미 2번부터 7번까지 모두 풀타임으로 15홈런 이상을 칠 수 있는 중장거리형 타자들로 모여 있다는 점이다. 김주찬-최형우-이범호-나지완으로 이어지는 중심 타선의 화력은 당장 두산 타선과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다.

결국 이들 앞에 주자가 얼마나 자주 나가 있는지의 여부가 득점 창출력에 가장 중요하며, 이것은 1, 2번 타자의 출루 능력과 직결된다. 버나디나가 많은 안타와 장타력으로 득점에 기여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적극적인 타격 성향으로 인해 타격의 흐름이 끊기면 타선 전체의 응집력에도 문제가 생길 여지가 있다. 결국 중장거리 형 타자들로 구성된 KIA타선의 상황과 버나디나의 타격 스타일 사이에서 김기태 감독과 코칭스탭이 어떻게 접점을 만들어 낼 것인지 여부가 가장 큰 관건이다.

리드오프로 기대를 하고 영입한만큼 버나디나는 1번타자로 시즌을 시작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실제로 스프링캠프 기간 연습경기에서도 그는 1번타자로 기용되어 왔다. 밀어서 담장을 넘기는 파워를 보임과 동시에 기대 이상으로 빠른 발을 보이며 내야안타를 생산하고 도루까지 하는 모습을 보면서 리드오프로서의 기대감을 한층 높였다. 다만 경기 감각을 익히는 수준에서 치르는 연습경기와 정규시즌은 전혀 다른 환경이기에 시즌에 돌입하여 1번타자로 기용된 버나디나가 어떤 방식으로 타격에 임하는가에 따라 KIA의 올 시즌 공격력은 기대 이상일 수도, 기대 이하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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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타이거즈 버나디나 리드오프 1번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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