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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개발에서 도시재생으로

그는 오늘도 바쁘다. 지난해 12월 암사도시재생센터장으로 취임한 이후 거의 매일 지역 주민들을 만나 좀 더 살기 좋은 마을 만들기에 대해 담소를 나누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이를 위해 아예 암사동으로 거처를 옮기기까지 했다.

처음 강동구 사회적경제의 중추적인 역할을 했던 그가 도시재생 일을 하겠다고 했을 때 몇몇 사람들은 우려의 뜻을 표했다. 지난 4년 동안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한 그의 경력도 아깝거니와, 아직 우리 사회에는 도시재생 개념부터가 제대로 정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비록 정부와 지자체가 나서서 몇 년 전부터 도시재생에 많은 예산과 인원을 투입하고 있지만, 뚜렷한 성과가 없어 보이는 건 우연이 아니다. 지금까지 재개발, 재건축에만 익숙했던 사회가 하루아침에 도시재생을 하는 게 어디 쉬운 일인가.

여전히 행정에게 도시재생이란 주민들을 위해 건물 하나 지어주는 일이고, 주민들에게 도시재생이란 그 지역의 땅값을 올리는 일에 불과하다. 그러니 아직까지 도시재생하면 외국 사례만 열거될 수밖에. 그만큼 도시재생은 어려운 일이며, 아직까지 사람들에게 생경한 사업이다.

그를 응원한다
▲ 암사도시재생센터 이주현 센터장 그를 응원한다
ⓒ 이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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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가 돈키호테처럼 도시재생을 하겠다고 나섰다. 그동안 자신이 공부하고 실행해 왔던 사회적경제를 도시재생에 접목하겠다고 했다. 단순히 사회적기업이나 마을기업, 협동조합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시대의 대안으로서 사회적경제를 도시재생에 어떻게 구현할 수 있는지 직접 몸으로 증명하겠다고 했다. 지난 3월 22일 그를 만났다. 새로운 도전을 시작한 암사도시재생센터 이주현 센터장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암사도시재생의 현재

- 우선 센터장님이 생각하는 도시재생이 궁금합니다. 왜 도시재생을 하겠다고 결심하셨나요?
"제게 도시재생이란 계속 살고 싶은 마을을 만드는 겁니다. 4년 넘게 사회적경제, 마을공동체 관련된 여러 가지 지원 활동, 네트워크 활동 이런 걸 진행하면서 조금 더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지역의 변화를 만들어보고 싶었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작은 지역으로 들어가서 실제 골목과 일상에서 주민들과 부딪히고 그들의 실제 삶 속에서 뭔가 가치 있는 일을 함께 만들어야 하는데 그게 도시재생이었던 거죠."

- 서울시는 왜 강동구 암사동을 도시재생지역으로 결정한 거죠?
"도시재생사업을 하려면 도시재생특별법에 따라 그 지역의 건물노후도, 산업체, 인구감소의 도시쇠퇴 세 가지 지표 중 두 가지 이상이 충족돼야 해요. 그런데 암사동은 건물노후도와 인구감소가 그 요건에 해당됐어요."

주민들과 함께 하는 원예체험
 주민들과 함께 하는 원예체험
ⓒ 암사도시재생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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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시, 아니 강동구만 봐도 암사동보다 건물이 노후하고 인구가 줄어드는 곳이 많은데 왜 하필 암사동이죠?
"사실 암사동은 서울 지역의 평균적인 저층 주거지예요. 특색 없는 게 특색일 정도로 아주 전형적인. 대신 주변에 역사문화생태자원이 꽤 있는 편인데 우선 선사유적지가 있고, 그와 연계된 선사문화축제, 그리고 곧 들어올 암사역사생태공원이 있죠. 게다가 한강이 인접해 있는데 거기에 생태보존지역들이 많고, 여기에 강동구가 가지고 있는 도시농업과 생태에 관한 노하우가 축적되어 있죠. 그리고 지역 내에 도시재생활동과 연계할 수 있는 사회적경제 또는 시민사회주체들도 좀 있는 편이고.

그래서 다른 지역과 달리 암사동은 역사문화형으로 도시재생이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한 거죠. 잠재적인 특성들이 있고 그걸 살려내서 여러 가지 사회적 가치들과 일자리를 연계하면 좀 더 살기 좋은 공간이 되지 않을까 하는."

도시재생과 사회적경제

주민협의체 회의 중
 주민협의체 회의 중
ⓒ 암사도시재생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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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센터장님은 이곳 도시재생센터로 오기 전에 열정적으로 사회적경제 일을 하셨습니다. 도시재생과 사회적경제는 연결 고리가 있나요?
"많죠. 결국 이 도시재생사업의 주인은 주민이잖아요. 행정은 주민들의 의견대로 지역 특색을 살려서 도시재생 계획을 세우고 조건을 만들어 주는 거고. 이후 그 계획을 실행하고 지속가능성을 가지고 유지관리 하는 것은 온전히 주민들한테 남겨진 몫인데 이를 하기 위해서는 협동조합 형태가 가작 적합하죠. 주민들 다수가 공동의 것으로 같이 만들어 나가야 하니까.

결국 주민들이 협동조합 안에서 민주주의 역량, 주민자치역량, 주민리더쉽을 배우면서 도시재생을 스스로 해나가야죠. 외국에서는 이를 CRC(Community Regeneration Corporation), 협동조합형 지역재생기업이라고 합니다. 사업을 하는 과정에서 요구를 가진 주민들이 등장하고, 그런 주민들이 다양한 조직의 형태로 이어지고, 그중 일부는 지속가능성을 가진 기업이 되는데 그게 바로 주민참여형 협동조합이죠."

- 그 CRC가 사회적경제와 어떻게 연계되나요?
"최근 본 책에서 도시재생을 위해서는 '외지인'과 '괴짜'가 필요하다는 구절이 감명 깊었어요. 외부의 객관적인 시선과 자원, 그리고 창의적이고 문화융합적인 기획력 등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였는데, 이는 사회적경제와 맞닿아 있어요.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협동조합뿐만 아니라 소셜벤쳐, 사회혁신 조직 등 이 사회에 대안적 흐름과 변화를 공유하고 동의하는 이들이 나서야 하니까요. 현재의 거대 자본이나 대기업들은 돈이 안 된다고 이 일을 하려고 하지 않잖아요."

- 이런 흐름을 공무원들은 잘 알고 있나요?
"잘 모르죠. 이제 시작인데요. 다만 이 도시재생이라는 것이 새로 도입된 개념으로서 주민이 주도해야 되고, 사회적경제의 틀을 가지고 사회적경제의 자원들과 함께 해야 한다는 정도의 인식은 가지고 있어요. 공무원들에게도 도시재생은 매우 낯선 사업이죠.

그래서 암사도시재생사업은 시범사업입니다. 시범사업으로서 최소한의 사례도 만들어내야지만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발견해서 사업의 개선을 위한 의견을 주는 것도 하나의 역할이죠. 예컨대 제가 생각하는 도시재생사업의 가장 큰 문제는 4년 치 계획을 한꺼번에 세운다는 점입니다. 그러다 보니 주민들의 이야기를 더 깊고 다양하게 들을 수도 없고, 전략적인 판단도 하기 어렵죠. 이것도 담고, 저것도 담는 평이한 사업이 될 가능성이 크죠. 역동성도 사라지고."

암사도시재생사업의 고민

도시재생 마을학교
 도시재생 마을학교
ⓒ 암사도시재생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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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시재생사업을 진행하면서 가장 어려운 점은 무엇인가요?
"현실의 변화를 위해서는 훨씬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확인했어요. 우선 행정적인 면에서 칸막이 현상이 굉장히 심해요. 도시재생이라는 것이 하나의 구역 안에서 총체척이고 유기적으로 진행되어야 하는데 그게 어려워요. 행정은 예산에 따라 주관부서가 다르니까. 한 구역의 일이라도 주관부서가 다르면 협의하기가 어려워요. 센터가 그 사이에서 조율을 해야 되는데 구조적으로 그게 쉽지 않아요. 사업이 단발적이고 형식적이고 파편적으로 흘러가죠.

또 주민들의 욕구도 매우 다양해요. 도시재생이라는 것이 어떤 비슷한 가치나 지향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모인 게 아니라 하나의 구역에 모든 사람들이 다 참여하는 거니까. 서로 이해관계가 너무 달라 조율하기가 힘들죠. 또 어떻게 보면 참여하는 사람이 제한적이기도 하고."

- 주민들의 욕구가 다양한데 제한적이라는 것은 무슨 의미죠?
"다양한 주민들이 모이기는 하는데 한계가 있어요. 여전히 기존의 우리 사회가 작동되어왔던 재건축, 재개발 방식에 익숙한 사람들이 많죠. 시간적으로나 금전적으로 여유가 있는 분들. 주민협의체가 전체 주민들을 충분히 다 대변하느냐, 그게 센터로서 딜레마예요. 정말 먹고 살기 바쁘고 애 키우기 바쁘고 젊은 사람들이나 세입자들은 참여하기 어려워요. 그러다 보니 재생사업이 그것을 절실하게 필요로 한 사람을 위한 방향보다 사업하기 쉬운 방향으로 흘러가죠. 기존의 시스템 안에서 주로 목소리를 많이 내왔던 사람들의 의견이 주로 반영되는 거죠.

그래서 센터는 전체 주민협의체도 중요하지만 작은 소모임 하나하나, 단 몇 명의 주민들이 모여 지역에 대한 목소리를 내도 소중하게 생각하려고 해요. 결국 도시재생사업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그런 주민들이 참여하고, 공동체가 활성화되어야 하니까요. 작더라도 여지를 만들고 가능성을 만들어 가는 거, 그게 센터가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은?
"도시재생사업은 쉽지 않아요. 지금까지 재개발, 재건축만 해왔으니 공무원인들 쉽겠어요? 경험한 적도 없으니 행정과 행정, 행정과 주민, 행정과 민간 전문가 간에 소통이 어려울 수밖에요 그런데 센터가 생겼잖아요. 센터가 협의를 통해서 주체들의 관계를 일정하게 조율시켜 나가고, 각각의 단위사업마다 이해관계를 갖고 있거나 관심 있는 주민들을 연결시켜 주고, 그렇게 큰 그림을 같이 만들어 나가야죠.

센터가 전체적으로 도시재생의 방향성을 분명히 갖고 시스템을 만들어나가면 작은 변화가 있을 거라 생각을 해요. 그게 결국 도시재생의 성공이죠. 당장 성과는 장담하기 어렵겠지만 평가는 5년, 10년 후에 이 지역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하게 되겠죠. 센터는 종합적인 컨트롤 타워로서, 거버넌스의 핵으로서, 중심축으로서 역할을 할 겁니다."

도시재생이라는 새로운 환경 속에서 또 하나의 가능성을 찾아 나선 이주현 센터장을 응원한다. 부디 암사도시재생사업을 기반으로 우리 사회의 도시재생사업이 활발해지기를.

도시재생 마을학교 현장탐방
 도시재생 마을학교 현장탐방
ⓒ 암사도시재생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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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암사도시재생센터, #도시재생, #사회적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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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물류와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을 했었고, 2022년 강동구의회 의원이 되었습니다. 일상의 정치, 정치의 일상화를 꿈꾸는 17년차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하여 제가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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