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사판이 되어 돌아온 미녀와야수(2017)

실사판이 되어 돌아온 <미녀와 야수>(2017).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어릴 적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안 보고 자란 아이가 있을까. 나 역시 디즈니 시리즈는 거의 다 챙겨봤을 정도. 성인이 되어서도 홍콩 여행을 갔을 때, 디즈니랜드를 방문했고 어린아이로 돌아간 듯한 기분에 즐거웠던 기억이 난다. 디즈니라는 브랜드는 그만큼 전 세계적으로 어른이나 아이 할 것 없이 모두에게 커다란 파급력을 가지고 있지 않나 싶다.

그런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캐릭터가 현실 인물이 되어 돌아왔다. 이번에 개봉한 엠마 왓슨, 댄 스티븐스 주연의 <미녀와 야수>가 바로 그것. 내용 부분에선 모르는 사람이 없을 텐데도, 주말 박스오피스 1순위를 당당히 지키고 있다. 그 이유가 무엇일까?
어른들도 동화 같은 이야기를 꿈꾼다

각박한 세상에서 어른들 역시 동화 같은 이야기를 꿈꾼다. 어른이 되었지마는 아직 깊숙이 자리 잡은 동심은 여전히 그들을 동심의 세계로 안내한다. 그런 면에서 <미녀와 야수>는 그들의 니즈를 충족하기 완벽하다. 아름다운 미녀가 야수와 사랑에 빠지고, 야수는 다시 잘생긴 왕자로 돌아와 둘이 알콩달콩 행복하게 산다. 뻔하지마는 완벽히 아름다운 이런 이야기는 현실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따뜻한 봄 햇살 같은 기분을 들게 한다. 어릴 적 애니메이션으로 <미녀와 야수>를 봤던 어른들에게 기분 좋은 향수를 일으키면서 마음을 어루만져주기 충분했다.

화려한 영상미에 또 한 번 반하다

 첫만남은 좋지 않았지만 점차 마음을 열어가는 벨과 야수

첫 만남은 좋지 않았지만 점차 마음을 열어가는 벨과 야수.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다 아는 내용이라서'라는 커다란 약점이 있기에, 디즈니는 영상미에 한 번 더 심혈을 기울였다. 개봉 전부터 가장 궁금했던 게 '애니메이션에서의 야수의 모습을 어떻게 구현해냈을까'였다. 무서우면서도 반대로 철없고 타인을 대하는 데 있어 서툰 청년의 모습을 한 야수. 그 궁금함을 안고 상영관에 들어서서 마주한 야수의 모습은 만족스러웠다. 디테일한 뿔은 물론 야수 역할의 댄 스티븐스의 완벽한 목소리 연기까지 높은 싱크로율을 보여주었다.

또한, 저주에 걸린 성의 시중들인 촛불, 시계, 찻잔들의 움직임은 전혀 이질적이지 않고 정말 살아있는 듯했다. 특히나 벨(엠마 왓슨 분)이 처음 성에 들어와 갖는 만찬 장면은 가히 완벽에 가까웠다고 말하고 싶다. 무도회장 신은 워낙에 유명하니 더 말하지 않아도 될 듯하다. 거기에 한편의 뮤지컬을 보는 듯한 배우들의 노래 실력 역시 즐거움을 더한다. <미녀와 야수> OST는 영화와 함께 엄청난 인기를 끌고 있으니 과연 말 그대로 눈과 귀가 즐거운 영화가 아닌가. 역시나 디즈니의 마법은 통했다.

원작과의 차이를 찾는 재미

 황홀했던 벨과 야수의 무도회 씬

황홀했던 벨과 야수의 무도회 신.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미녀와 야수>는 오로지 남녀 간의 사랑 이야기만을 다룬 영화가 아니다. 그 주위에서 그들의 사랑을 도와주며 서로의 감정이 확연해질 때까지 그들을 지켜봐 주던 성의 시중들, 그리고 반대편에서 그들의 사랑을 방해하는 개스톤과 마을 사람들 같은 이들의 모습까지 담아냈다. 거기서 원작과의 작은 차이들을 찾아내는 재미도 빼놓을 수 없다. 벨은 어린아이에게 글을 가르치는 여성의 모습을 보이는 등 원작에서보다 좀 더 주체적인 성격이 되었고, 개스톤의 친구인 르푸 역시 원작에선 볼 수 없었던 성격들이 많이 나타난다. 르푸에게 전에 없던 주체성과 인간적 감정이 들어간 것. 실사판에선 개스톤을 동경하면서도 그의 악행에 괴로워하는 양심적 인물로 그려졌다.

부녀간의 사랑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원작에서보다 깊이 있는 인물로 표현된 루이스

원작에서보다 깊이 있는 인물로 표현된 루이스. ⓒ 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원작과의 차이점이 하나 더 있다. 그것은 부녀간의 사랑에 더욱 초점을 뒀다는 것. 영화 초반 루이스가 성에 갇히게 된 이유 역시 벨의 부탁인 '장미꽃'을 꺾기 위해서였다. 또한, 영화에선 계속해서 벨의 어머니에 대한 언급이 나온다. 주체적이고 밝은 딸의 모습을 보며 아내를 회상하는 루이스. 그리고 그런 아버지의 사랑을 마음 깊이 느끼고 그를 더욱 사랑하는 딸. 부녀가 서로를 아끼고 사랑하는 모습 역시 영화를 보는 내내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하였다.

디즈니는 '꿈과 희망의 나라'라는 다소 귀여운 수식어를 달고 있지만, 우리에게 항상 그 이상의 무겁고 진지한 교훈을 남긴다.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것. 외적인 잣대로 그 사람의 모든 것을 판단하지 말 것.' 이게 바로 <미녀와 야수>라는 영화를 통해 디즈니가 우리에게 전하고 싶었던 이야기라 생각한다. 이십 대 중반이 된 지금, 또 한 번 디즈니를 통해 위로받고, 가슴 설렜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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