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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우선적으로 미 정상과 통화하겠다. 와튼 스쿨 동문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쟁은 절대 안 된다고 하고, 시진핑 주석에게도 북에 압력을 가하라고 할 것이다."(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

13일 오전 한국기자협회.SBS가 공동 주최한 대선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사회자가 "북이 도발 수위를 높이고 미국이 군사적 타격을 가하려고 한다면 어떻게 대응하겠나?"라고 묻자,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후보는 "최우선적으로 미국 정상과 통화할 것이다"라고 답변했다. "미 대통령에게 전화해 선제타격을 보류하라고 하겠다"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답변과 비슷했다. 

다만 안 후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학연'을 유독 강조했다. 그는 "와튼 스쿨 동문인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쟁은 절대 안 된다'고 하고, 시진핑 주석에게도 '북에 압력을 가하라'고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미국의 선제타격으로 인한 한반도 군사충돌 가능성을 예방하고 관리하는 과정에서 트럼트 대통령의 와튼 스쿨 동문인 자신이 다른 대선후보들에 비해 비교우위에 있다는 점을 은근슬쩍 부각한 것이다.

안 후보는 12일 <중앙일보>와 한 인터뷰에서도 '당선되면 가장 먼저 트럼프 대통령을 만날 건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트럼프 대통령은 저랑 와튼 스쿨 동문이고, 같은 사업가 출신이기 때문에 대화를 풀어나갈 자신이 있다""라고 거듭 트럼프 대통령과의 학연을 강조했다(관련기사).

그렇다면 안 후보와 트럼프 대통령은 '와튼 스쿨' 동문일까? <오마이뉴스>가 와튼 스쿨 홈페이지를 통해 확인한 결과, 안 후보가 말한 대로 두 사람은 '와튼 스쿨' 동문이었다. 다만 안 후보는 와튼 스쿨 샌프란시스코 캠퍼스에서 EMBA 과정을 밟았고, 트럼프 대통령은 와튼 스쿨 필라델피아 캠퍼스에서 경제학부를 졸업했다는 정도의 차이만 있었다.  

미 펜실베니아대 와튼 스쿨 홈페이지 중 EMBA과정 안내화면. 붉은 색으로 강조 표시한 부분을 보면 필라데피아와 샌프란시스코 두 캠퍼스에서 EMBA를 진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미 펜실베니아대 와튼 스쿨 홈페이지 중 EMBA과정 안내화면. 붉은 색으로 강조 표시한 부분을 보면 필라데피아와 샌프란시스코 두 캠퍼스에서 EMBA를 진행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와튼스쿨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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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튼 스쿨, 필라델피아 캠퍼스와 샌프란시스코 캠퍼스 운영

안 후보는 지난 1994년 4월 해군 군의관 대위로 예편한 다음 해인 지난 1995년 3월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현재의 '안랩')를 세우고 백신 프로그램인 'V3프로95'를 개발했다. 안철수 신화의 시작이었다. 같은 해 안 후보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로 유학을 갔고, 2년 뒤인 지난 1997년 5월 공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안 후보와 펜실베이니아대의 '학연'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유학에서 돌아온 안 후보는 소프트웨어벤처협의회 회장과 아시아안티바이러스연구협회 부회장을 맡았고(1998년), 안철수연구소를 코스닥에 상장했다. 이렇게 '안철수 신화'를 써내려가던 안 후보는 지난 2005년 3월 안철수연구소 대표직에서 물러났고, 다시 펜실베이니아대로 유학을 떠났다.

안 후보는 펜실베이니아대의 와튼 스쿨에서 경영자들을 위한 MBA과정인 EMBA(MBA for Executive) 과정을 밟았다. 지난 2008년 4월 와튼 스쿨 경영학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지난 1995년 유학이 '컴퓨터 공부'(공학 석사)를 위한 것이었다면, 2005년 유학은 '경영수업'(경영학 석사)을 위한 것이었던 셈이다. 

'와튼 스쿨'은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스쿨'(Wharton School of the University of Pennsylvania)을 약칭해서 부르는 이름이다. 지난 1881년 필라델피아의 사업가인 조지프 와튼(Joseph Wharton)의 기부로 설립됐다. 미국에서 최초로 설립된 비즈니스스쿨로서 현재는 세계 최고의 경영전문대학원으로 이름이 높다. 세계 153개국 9만5000명의 졸업생을 배출했고, 79개의 동창회가 활동하고 있다. 

그런데 안 후보가 유학한 곳이 미국 동부의 펜실베이니아대가 아니었다는 대목에서 논란이 일었다. 실제로 안 후보는 지난 2005년 3월부터 2008년 4월까지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가 아닌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와튼 스쿨에서 EMBA 과정을 밟았다. 이를 두고 지난 2012년 새누리당 등에서 "단기교육 코스"나 "분교"라고 주장하며 학력 부풀리기 의혹을 제기했다. 하지만 당시 안 후보쪽은 "중견 혹은 고위직급 경영자들 위한 정규 MBA 과정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오마이뉴스>가 와튼 스쿨 홈페이지 등을 확인한 결과, 와튼 스쿨은 '필라델피아 캠퍼스'(동부)와 '샌프란시스코 캠퍼스'(서부) 두 곳에서 EMBA 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와튼 스쿨'은 학위 프로그램으로 학부와 석.박사, MBA와 EMBA 과정을 두고 있다. 특히 와튼 스쿨의 꽃은 'MBA 과정'이다.

와튼 스쿨의 통계(2016년-2017년)에 따르면, 현재 와튼 스쿨에는 학부 과정 2559명, 석.박사 과정 214명, MBA 과정 1775명, EMBA 과정 445명 등 총 4993명의 학생들이 재학 중이다. 특히 필라델피아 캠퍼스와 샌프란시스코 캠퍼스에 각각 120명과 106명의 학생들이  내년도(Class of 2018) EMBA 과정에 등록한 상태다. 내년도 EMBA 과정에 등록한 학생들의 평균 나이는 35세였다. 안 후보가 와튼 스쿨 EMBA 과정에 들어갔을 때 나이는 43살이었다.

미 펜실베니아대 와튼 스쿨 홈페이지 중 EMBA 과정 안내화면. 필라델피아와 샌프란시스코 양 캠퍼스의 2018년도 EMBA과정에 등록한 학생 수와 연령대 등을 비교해놓았다.
 미 펜실베니아대 와튼 스쿨 홈페이지 중 EMBA 과정 안내화면. 필라델피아와 샌프란시스코 양 캠퍼스의 2018년도 EMBA과정에 등록한 학생 수와 연령대 등을 비교해놓았다.
ⓒ 와튼스쿨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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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와튼 스쿨 경제학부 졸업

안 후보가 와튼 스쿨 EMBA 과정을 통해 경영학 석사학위를 취득한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펜실베이니아대에 편입한 경우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964년 뉴욕의 포담대(Fordham University)에 진학했다가 2년 뒤에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스쿨로 편입해 경제학 학사학위를 취득했다(1968년).

트럼프 대통령이 '경영학 학사'가 아닌 '경제학 학사'로 졸업한 데는 이유가 있다. 지난 1881년 설립될 당시에 와튼 스쿨은 경제학부까지 포괄하고 있었다. 하지만 지난 1972년 경제학부가 와튼 스쿨에서 분리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학부가 와튼 스쿨에서 분리되기 전인 1968년에 졸업했기 때문에 경제학 학사로 졸업하게 됐다. 그래서 운 좋게도 와튼 스쿨 졸업생이 됐다고 볼 수도 있다.  

미국 대선이 치러졌던 지난해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는 미국 8개 명문 아이비리그 펜실베이니아대학(유펜) 와튼스쿨의 경제학부 과정에 3학년으로 편입한 뒤 졸업했다"라며 "트럼프가 뉴욕 브롱스 포담대에서 2년을 마치고 유펜 경제학부에 편입해 2년을 다닌 후 1968년에 졸업, 유펜이 자랑하는 와튼 스쿨 졸업생이 됐다"라고 보도한 바 있다. 

미국 대선이 진행 중이던 지난해 와튼 스쿨 동문, 학부생, 대학원생, 교직원 등 수천명이 '트럼프는 우리를 대표하지 않는다'는 내용의 연판장을 돌려 화제가 됐다. 이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외국인 혐오와 성차별, 불관용 등에 반대한다면서 "와튼스쿨에서 교육을 받았다는 사실이 편견과 불관용을 정당화하는 데 사용되는 것에 분개한다"라고 밝혔다( 관련기사). 당시 <로이터통신>은 "트럼프가 자신이 와튼스쿨에서 공부한 것을 선거기간 중 대통령이 되기에 충분한 지적능력을 갖췄다는 것을 주장하는 데 써먹고 있다"라고 비평하기도 했다.

[대선기획취재팀]
구영식(팀장) 황방열 김시연 이경태(취재) 이종호(데이터 분석) 고정미(아트 디렉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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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와튼 스쿨, #안철수, #트럼프, #펜실베니아대, #샌프란시스코 캠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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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0년 전남 강진 출생. 조대부고-고려대 국문과. 월간 <사회평론 길>과 <말>거쳐 현재 <오마이뉴스> 기자. 한국인터넷기자상과 한국기자협회 이달의 기자상(2회) 수상. 저서 : <검사와 스폰서><시민을 고소하는 나라><한 조각의 진실><표창원, 보수의 품격><대한민국 진보 어디로 가는가><국세청은 정의로운가><나의 MB 재산 답사기>

오마이뉴스 김도균 기자입니다. 어둠을 지키는 전선의 초병처럼, 저도 두 눈 부릅뜨고 권력을 감시하는 충실한 'Watchdog'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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