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리가 JTBC <효리네 민박>을 통해 컴백과 함께 예능에도 복귀한다. <이효리의 오프더 레코드> <이효리의 골든 12> <이효리의 X언니>에 이어 이효리 타이틀을 단 리얼리티만 벌써 네 번째다.

이효리의 이번 컴백은 무려 4년만이다. 오랜만의 컴백인 까닭에 정규앨범과 더불어 예능 컴백을 결정한 이효리가 어떤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그동안 이효리는 다양한 모습으로 변모해왔다. 핑클로 데뷔한 이래, 가장 성공한 솔로 댄스 여가수라는 평가를 얻고, 가요대상은 물론 예능 대상을 수상할 정도의 파급력을 보였다. 이효리는 각종 논란에도 불구하고 전무후무할 정도의 톱스타였다. 

대중의 기대를 영리하게 배신해 온 이효리

 <효리네 민박>

<효리네 민박> ⓒ JTBC


이런 이효리의 성공 뒤에는 섹시함과 소박함이라는 상반된 이미지를 통해 대중의 기대를 영리하게 배신하는 전략이 있었다. <해피투게더>에서 신동엽과 쟁반 노래방을 진행하며 재치있는 언변으로 대중을 웃음짓게 한 이효리가 무대 위에서는 '10분 안에 남자를 꼬시겠다'며 섹시 여가수로서의 존재감을 발휘한다. 그 이전에 핑클에서는 '내 남자친구에게' '영원한 사랑'등으로 대변되는 귀엽거나 청순한 이미지였던 이효리가 그 이미지를 부정하고 철저하게 섹시 아이콘이 된 것 또한 '이효리'이기에 자연스러웠다.

핑클의 이미지를 부정하고, 예능인 이효리의 이미지를 배반했지만 또 다른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 낼 줄 알았던 이효리에게 대중은 열광했다. 가는 곳마다 이효리 효과를 몰고 다니며 23살이라는 나이에 최고 전성기를 맞은 이효리는 이후로도 독보적인 여가수이자 패션 아이콘으로서, 동시에 친근한 예능인으로서 소비된다.

이효리의 리얼리티는 그런 이효리의 이미지를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이효리는 톱스타의 사생활에 대한 호기심, 그리고 그 안에서 이효리가 보여줄 예능감에 대한 기대를 동시에 하게 만든다. 다소 아쉬운 가창력이 논란이 될 때도 있었고, 춤을 기가 막히게 잘 추는 댄서라 부르는 데도 한계가 있었지만 이효리는 항상 이효리 자체로 인정받는 독보적인 존재였다. 단 하나의 무기가 아닌 다양한 무기로 이효리만의 스타일을 만들어내는 트렌드세터이자 엔터테이너였기 때문이다.

'이효리'라는 또 하나의 브랜드

 제주도에서 결혼식을 올린 이효리

제주도에서 결혼식을 올린 이효리 ⓒ 이효리 공식팬카페 효리 투게더


사실 이효리의 성공은 이효리의 표현력 이전에 이효리의 외모에도 큰 빚을 지고 있었다. 무대에서는 몸매를 강조한 의상을 입고 섹시한 춤을 추던 이효리가 옆집에서 볼 수 있을 것 같은 평범한 여자로 변해 맨얼굴을 드러내고 농담을 툭툭 던지는 모습은 그동안 어떤 섹시스타도 하지 않던 신선한 것이었다. 이효리는 그렇게 이효리 자체의 브랜드로 소비되었다. 이효리가 영역을 구분지을 수 없는 엔터테이너로서 소비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나이가 들수록 이효리는 달라졌다. 이효리는 이제 채식을 이야기하고 동물 보호를 이야기한다. 상업 광고에도 출연하지 않는다. 스타나 부자가 아닌 평범한 남자와 결혼을 했고, 서울과 멀리 떨어진 제주도로 훌쩍 떠났다. 활동을 할 때는 여전히 '섹시한' 이효리였지만, 그를 대변하는 많은 것들이 달라져 있었다.

무엇을 보여줄까


세 번의 리얼리티가 진행될 동안 이효리도 변화를 거듭해 왔으나, 세 번의 리얼리티 속 이효리는 언제나 스타였다. <오프 더 레코드> 속에서는 이효리라는 톱스타의 은밀한 사생활에 대한 호기심이 주효했고, 소셜테이너로서 나선 <골든 12> 속에서도 '힐링'이라는 메시지 보다는 이효리의 패션이나 이효리가 사는 곳, 이효리가 만나는 유명인들이 누구인가에 대한 호기심이 컸다. <x언니>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효리가 해당 프로그램에서 아이돌 그룹 스피카의 스타일부터 트레이닝까지 담당할 수 있었던 것은 이효리라는 독보적인 이름에 대한 가치가 있기에 가능했다.

<효리네 민박>은 그러나, 그런 이효리가 이상순과 함께 '누구나 쉬어갈 수 있는 민박집을 차린다'는 콘셉트부터 그간의 스타 이효리를 내세운 방송과는 방향을 달리한다. 좀 더 포근하고 따뜻한 콘셉트로 '소통'과 '화합'에 강점을 둔 것이다. 이효리의 변화가 느껴지는 부분이다.

이효리에 대한 호기심은 아직 유효하고, 오랜만에 만나는 이효리라는 브랜드는 아직 대중에게 있어서 소구력을 유발하는 일이다. 이효리는 이번에도 무대 위의 이효리와 예능의 이효리를 동시에 출범시키며 또다시 이미지의 배반을 꾀한다. 과연 이번에도 대중의 기대를 영리하게 배반하며 '여전히 이효리' '역시 이효리'가 될 수 있을 것인가. 그의 컴백이 기다려진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 블로그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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