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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측 김광두 새로운대한민국위원회 위원장.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측 김광두 새로운대한민국위원회 위원장.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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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철수 후보 말대로라면) 180만에 달하는 한계가구, 300만 명에 대해선 그냥 죽으라는 이야기나 다름없어요. 그것은 헌법에 규정된 국가의 의무를 저버리라는 이야기예요."

어느새 그의 목소리에 힘이 잔뜩 들어갔다. 그와의 인터뷰가 1시간을 훌쩍 넘어섰다. 차기 정부의 경제 운용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였다. 김광두 전 국가미래연구원장(70). 한때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제 가정교사로 알려진 인물.

그가 이번 대선에선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를 돕고 있다. 그것도 '새로운대한민국위원회'의 위원장이다. 지난 12일 문 후보가 내놓은 경제비전인 '사람중심의 성장경제'(일명 제이노믹스)의 밑그림을 그린 사람도 김 위원장이다.

18일 오후 서강대 김대건관에서 그와 마주 앉았다. '오랜만에 뵙는다'라고 인사를 건네자, "3년여만에 보는 것 같다. 세월이 참 빠르다"고 답했다(관련기사 : "나라면 대통령 모시고 야당 찾았다") 그는 지난 2015년 기자와 만났을 때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이 이렇게까지 될 줄 누가 알았겠느냐"면서 "(박 전 대통령이) 주변의 싫은 소리를 듣지 않으려 했다"고 회고하기도 했다.

'혹시 최순실씨에 대해서 알고 있었느냐'고 물었더니, "예전에 (박 전 대통령쪽과) 공부할때는 당시 비서실장이던 정윤회씨가 실세인줄 알았다"면서 "최씨 이름은 들어보지도 못했다"면서 고개를 흔들었다. 그는 과거 박 전 대통령이 후보 시절 내놓았던 줄푸세(세금은 줄이고 규제는 풀고 법치는 세운다)라는 경제공약의 기본 틀을 만들기도 했었다. 지난 2012년 대선이후엔 보수싱크탱크인 국가미래연구원을 운영하면서, 진보진영의 경제개혁연대 등과 합동 세미나를 이어오기도 했다.

"내가 박근혜의 적폐 세력이라고?"

-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가 이름을 특정해서 말하지는 않았지만, 지난 텔레비전 토론회에서 문 후보에게 '과거 박근혜 정부 출범에 도움을 준 인사가 (문 캠프에) 있지 않느냐'고 언급했었다. 
"(웃으면서) 그쪽에선 나를 찍어서 이야기하는 것 같더라. 아마 (안 후보쪽에서) 지난 5년동안 내가 어떤 발언들을 해왔는지를 자세히 보지 않은 것 같다. 줄푸세는 선거에 맞도록 구호성으로 만들었던 것이고..."

- 아무래도 문 후보의 '적폐 청산'을 두고, 안 후보쪽에서 문재인 캠프의 보수적 성향 인물을 부각시키려는 의도는 아닌지.
"박 전 대통령의 당선과정에서 도움을 준 사람과 당선 이후 그 정부에 들어가서 적극적으로 도움을 준 사람과는 다르지 않은가. 한 사람을 한 번 잘못 만났고, 잘못된 만남을 뒤늦게라도 알게 되면서 거리를 두고 지냈는데, 그렇다면 나도 감방에 같이 들어가야 하나?"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측 김광두 새로운대한민국위원회 위원장.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측 김광두 새로운대한민국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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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쓴 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김 위원장은 "마치 친박 쪽에서 유승민 바른정당후보에게 '배신자'라는 딱지를 붙인 것과 비슷하다"면서 "사실 유 후보가 (박 전 대통령에게) 바른 말을 한 것 말고, 잘못한 것이 무엇인가"라고 덧붙였다.

곧장 선거이야기로 들어갔다. 문재인 캠프에 합류한 지 한달여 됐다. 분위기가 어떤 지를 물었다. 김 위원장은 "선거 캠프라는 것이 대부분 비슷하지 않나"라며 "위원회에 속해있는 사람들과 자주 만나 토론하고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고 했다.

'문 후보와 자주 소통하나'라고 물었더니, "물론이다. 요즘이야 전국을 돌며 선거운동하느라 쉽진 않지만..."이라며 "경제 문제에 대해서도 매우 솔직하게 이야기를 주고 받았다"고 전했다. 이어 "지난번 내놓은 경제비전도 서로 열심히 토론해서 나온 결과물"이라고 덧붙였다.

- 지난 12일 공개한 이른바 '사람중심 성장경제'를 두고 '제이(J)노믹스'라고 하던데, 직접 이름을 붙인 건가.
"(고개를 흔들며) 아니다. 언론에서 그렇게 부르니까... 문재인 후보의 경제비전이다."

"생계 어려운 300만 명 그냥 놔두란 이야긴가"

- 이번 경제비전을 위원장께서 설계를 하셨다고 하던데, '사람중심 성장'이라는 내용보다 정부 주도 성장에 방점을 두고 해석하는 경향이 많다.
"우선 지금 경기 흐름으로 180만 가구가 한계상황에 있다. 말 그대로 생계가 어려운 취약가구인데 인구로 따지면 300만 명이다. 경기가 침체되면서 이들은 점점 더 어려운 상황이다. 그러면 국가는 무엇을 해야하는가. 헌법에 나와 있다. 국민의 생존권을 보장하고, 사람다운 삶을 보장해줘야 한다. 경제위기 상황에서, 시장의 실패에 대해 정부의 역할은 당연하다."

그는 목소리를 높였다. 보수적 경제학자로서 시장의 기능과 민간의 역할을 누구보다 잘 아는 그였다. 자유시장경제체제에 대한 믿음도 여전했다. 그럼에도 소수엘리트 중심의 심각한 부의 양극화, 사회적 분열과 갈등은 결코 국가 차원의 경쟁력을 높일 수 없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현재와 같은 저성장과 경기침체 상황에선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했다. 그의 말이다.

"지금 경제상황이 비상국면이에요. 자본주의 첨병이라는 미국이 1930년대에 왜 정부주도의 뉴딜정책을 냈을까. 시장경제를 몰라서? 오바마 행정부가 2009년에 서브프라임모기지 사태 해결을 위해 5년동안 약 8000억 달러의 재정을 투자하는 계획을 내놓아요. 경기 사이클에서 침체로 들어서면 정부가 개입을 하는 거예요. 개입의 목적은 어려운 사람들을 도우는 것이고, 그게 국가의 의무예요. 문 후보의 사람중심 경제의 핵심이고,"

- 안철수 후보는 최근에 '정부가 돈 쏟아부어서 경제 못 살린다'고 했다. 그러면서 경제 살리는 것은 민간과 기업이라고 비판했는데.
"그것은 결국 시장에 맡기자는 것이다. 경제가 잘 돌아갈 때는 그럴 수 있다. 하지만 지금 위기상황 아닌가. 그렇다면 300만 취약가구를 그냥 그대로 놔둘 것인가. 이 사람들은 정말 하루하루 살기가 어렵다. 안 후보 말대로라면 그냥 죽으라는 이야기밖에 안 된다."

- '사람중심 경제성장'에서 '성장'은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가.
"현재 경제 운용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인적 자본이다. 세계 전체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것은 사람이다. 4차산업혁명이란 것이 디지털 테크놀러지를 수용하고 운용할 수 있는 사람이 없으면 안된다. 이 '사람'을 정부가 키워야 한다."

"교육·보육·의료 등에서의 양극화 해소 위한 정부 투자는 국가 의무"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측 김광두 새로운대한민국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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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과 교육, 의료와 안전, 환경 부문에 걸쳐 정부의 집중적인 투자도 바로 '사람'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는 "부자들은 이미 보육, 교육 건강 등에서 충분한 서비스를 받고 있다"면서 "저소득층에도 질좋은 교육 등을 통해 양극화를 줄이도록 정부가 지원하는 것 역시 길게 보면 성장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 결국 정부가 돈을 어떻게 댈 것이냐는 이야기가 여전하다.
"(종이에 숫자를 써놓으며) 정부 빚이 엄청 늘어날 것이라고 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 우리가 재정지출을 연평균 7%(현재는 3.5% 수준)로 늘리겠다고 했는데, 충분히 조달이 가능하다."

- 올해 예산이 400조 원이 조금 넘는데, 예상대로라면 2022년이면 약 561조 원이나 된다. 과거 이명박-박근혜 정부도 나라 빚이 늘어난 것에 대한 비판여론이 많다.
"우리가 무슨 4대강이나 부동산 띄우기에 돈을 쓰는 것이 아니다.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 것이냐인데, 우선 매년 정부가 세수로 더 거둬들이는 돈이 8~11조 원이다. 이건 정부도 인정하는 것이다. 또 정부가 예산에 매년 집행하지 않는 돈이 있다. 매년 평균 4조 원이나 된다. 그리고 순이익 100억 이상 올리는 기업들을 상대로 법인세 실효세율을 약간 조정하면 매년 2조원, 다 합하면 16조 원이 들어온다. 여기에 정부 정책자금도 있다."

그는 "과거 정부처럼 국가 채무가 그렇게 늘지 않을 것"이라며 "만약 이같은 정책으로 돈을 모아도 (사업 집행에) 모자랄 경우 마지막 수단으로 국민에게 증세를 이야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 안 후보는 4차산업 혁명시대의 불확실성을 이야기하면서, 민간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4차산업혁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사람과 제도다. 이것을 정부가 해줘야 한다. 민간에게 맡기라는 것은 '절반' 밖에 모르는 이야기다. 미국의 실리콘밸리부터 스웨덴의 사이언스파크 등 어디를 보더라도 사람을 키워내는 것은 정부의 역할이다. 또 '법과 제도'라는 운동장 역시 정부가 말끔히 치워줘야, 선수들이 그곳에서 제대로 뛸수 있는 것 아닌가."

김 위원장은 안 후보의 민간주도 성장에 대해 강하게 비판했다. 과거 안철수연구소의 백신프로그램인 브이3(V3)의 정부 지원 사례을 들어가면서 말이다. 다시 그의 말이다.

"안랩이 어떻게 성장했나요? 초기에 국내 시장에서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정부가 도와준 것 아니에요. 정부 조달을 통해서 거의 모든 부처들이 (보안) 프로그램을 사줬어요. 만약 다른 민간기업들에게 다 오픈했으면, (안랩이) 오늘처럼 클 수 있겠어요? 안 후보 말대로 모든 것을 시장에 맡기라는 것은 무책임한 발언이죠. 어느 나라도 민간이 다 하는 나라는 없어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측 김광두 새로운대한민국위원회 위원장.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측 김광두 새로운대한민국위원회 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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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김광두위원장, #문재인캠프, #대선, #문재인, #안철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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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연재 2017 대통령 선거 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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