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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수자 기습시위 벌인 문재인 회견장 레인보우 깃발을 앞세운 성소수자 단체 회원들이 26일 오전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맨 왼쪽)가 전날 TV토론에서 동성애 반대 뜻을 밝힌 것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며 기습시위를 벌이자, 국회 방호과 직원들이 제지하고 있다. ⓒ 남소연
[기사수정 : 26일 오후 3시 30분]

"우리도 사람입니다!"
"차별금지법 제정하라!"

성소수자 단체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의 동성애 관련 발언에 항의하며, 문 후보가 참석한 행사 중 기습 시위를 벌였다.

'성소수자 차별반대 무지개행동(아래 무지개행동)' 활동가 20여 명은 26일 오전 국회 본청 계단 앞에서 진행된 '천군만마 국방안보 1000인 지지선언 기자회견' 말미에 현장에 뛰어들어, "성소수자 혐오발언 사과하라", "문 후보는 적폐청산을 운운할 자격이 없다" 등의 구호를 외쳤다.

이들은 성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 깃발을 든 채 "성소수자도 국민이고 유권자다. 촛불혁명에 우리 성소수자 단체는 매번 참여했다"라며 "누구보다 촛불혁명과 정권교체를 위해 노력했는데 우리를 밟고 가려는 건가"라고 항의했다.

문 후보는 이들이 경호원으로부터 제지를 당하자 다시 계단에 올라 행사를 마무리 지었다. 그러면서 한 쪽에선 성소수자들이 경호원에 막혀 항의하는 상황이, 한 쪽에선 문 후보와 국방안보특보단이 "안보는 문재인, 문재인, 문재인"을 외치는 상황이 벌어졌다.
성소수자 기습시위 벌인 문재인 회견장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6일 오전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열린 ‘천군만마(千軍萬馬) 국방안보 1000인 지지선언’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마친 직후 성소수자 단체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레인보우 깃발을 들고 문 후보를 향해 기습시위를 벌인 이들은 전날 TV토론에서 "동성애 반대 뜻을 밝힌 것에 대해 문 후보의 사과를 촉구했다. ⓒ 남소연
성소수자 기습시위 벌인 문재인 회견장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6일 오전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열린 ‘천군만마(千軍萬馬) 국방안보 1000인 지지선언’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마친 직후 성소수자 단체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레인보우 깃발을 들고 문 후보를 향해 기습시위를 벌인 이들은 전날 TV토론에서 "동성애 반대 뜻을 밝힌 것에 대해 문 후보의 사과를 촉구했다. ⓒ 남소연
제지당하는 성소수자 기습시위 레인보우 깃발을 앞세운 성소수자 단체 회원들이 26일 오전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전날 TV토론에서 동성애 반대 뜻을 밝힌 것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며 기습시위를 벌이자, 경호원과 국회 방호과 직원들이 제지하고 있다. ⓒ 남소연
제지당하는 성소수자 기습시위 레인보우 깃발을 앞세운 성소수자 단체 회원들이 26일 오전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전날 TV토론에서 동성애 반대 뜻을 밝힌 것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며 기습시위를 벌이자, 경호원과 국회 방호과 직원들이 제지하고 있다. ⓒ 남소연
성소수자 기습시위, 제지하는 국회 직원 레인보우 깃발을 앞세운 성소수자 단체 회원들이 26일 오전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전날 TV토론에서 동성애 반대 뜻을 밝힌 것에 대해 사과를 요구하며 기습시위를 벌이자, 국회 방호과 직원들이 제지하고 있다. ⓒ 남소연
이 과정에서 경호원이 무지개 깃발을 빼앗으려고 하는 등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일부 행사 참석자는 성소수자를 향해 불쾌감을 드러냈고, 이를 당 관계자가 말리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문 후보가 행사를 마치고 현장을 나가는 상황에서도 성소수자들의 항의가 이어졌다. 문 후보는 이들을 뒤로한 채 차에 올랐고, 이 과정에서 나온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도 답변하지 않았다.

"합법화는 무슨 합법화, 내 존재 반대하나"

문 후보는 전날(25일) JTBC·<중앙일보>·한국정치학회 공동주최 토론회에 참석해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가 "동성애에 반대하나"라고 묻자 "반대한다", "(동성애를) 좋아하지 않는다", "(군대 내 동성애) 합법화에 찬성하지 않는다"라는 답변을 내놨다.

문 후보는 토론 말미에 자신의 발언을 "동성혼을 합법화할 생각은 없지만 차별에는 반대한다. 성적인 지향 때문에 차별해서는 안 된다.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것과 동성혼을 구분하지 못하나"라며 발언을 일부 정정했다.

하지만 '동성혼 합법화 반대' 역시 성소수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발언이라 논란은 식지 않았다(관련기사 : '잘 나가던' 문재인, 왜 그랬을까).
급작스런 성소수자의 항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26일 오전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열린 ‘천군만마(千軍萬馬) 국방안보 1000인 지지선언’ 기자회견에서 인사말을 마친 직후 성소수자 단체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고 있다. 레인보우 깃발을 들고 문 후보를 향해 기습시위를 벌인 이들은 전날 TV토론에서 "동성애 반대 뜻을 밝힌 것에 대해 문 후보의 사과를 촉구했다. ⓒ 남소연
차량으로 향하는 문재인 후보 26일 오전 국회 본관 앞 계단에서 성소수자 단체 회원들의 항의를 받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일정을 마친 후 차량으로 이동하고 있다. ⓒ 남소연
이날 기습 시위를 벌인 장서연 변호사는 "합법화는 무슨 합법화인가. 동성애가 불법인가. 동성애는 합법, 불법의 대상이 아니다"라며 "저는 동성애자이면서, 문 후보의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후배다. 저의 존재를 반대하는 건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무지개행동 활동가 오승재씨도 "행위를 혐오할 순 있어도 존재를 혐오할 순 없다. 동성애는 존재다. 합법화라는 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다"라며 "(문 후보의 발언은) 동성애자를 인간으로 보지 않는다는 말과 같다"라고 지적했다. 다른 한 활동가는 "동성애는 찬성, 반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합법화를 운운할 수 없는 것이다"라며 "대한민국 헌법은 동성애자를 포함한 모든 국민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장 변호사는 "생방송에서 전 국민에게 동성애를 반대한다고 말한 문 후보는 이에 상처받은 성소수자에게 공개적으로 사과하라"라며 "노무현 전 대통령 참여정부의 약속인 차별 없는 세상, 차별금지법 제정을 공약하기 바란다"라고 요구했다.

무지개행동의 항의 시위는 문 후보가 현장을 떠난 뒤에도 약 20분 간 이어졌다. 이들은 언론을 향해 "제 목소리, 얼굴 다 내보내도 된다. 모자이크 처리하지 말라"라고 말하기도 했다.

시위 후 무지개행동의 일부 활동가들은 경찰에 연행되기도 했다. 무지개행동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이날 시위에 참여한 활동가 중 일부인 13명이 영등포·동작·강서경찰서 등으로 연행됐다"고 전했다. 무지개행동은 오후 3시 영등포경찰서 앞에서 활동가들의 석방을 요구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민주당 선대위는 "우리가 처벌을 원하지 않아 경찰서에 연락을 해놓은 상태다"라고 말했다.

한편 시위 직후 SNS와 일부 기사를 통해 "시위자들이 문 후보의 멱살을 잡았다"는 내용이 유포되고 있다. 이에 민주당 선대위는 "(문 후보가) 멱살을 잡혔다는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발표했다.

태그:#문재인, #동성애, #성소수자, #무지개행동, #차별금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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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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