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회 전주국제영화제가 6일 폐막했다. 폐막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이충직 집행위원장

18회 전주국제영화제가 6일 폐막했다. 폐막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는 이충직 집행위원장 ⓒ 전주영화제


영화 표현의 해방구를 기치로 내건 18회 전주국제영화제가 역대 최다 관객을 기록하며 성공적으로 마무리됐다. 작품성과 흥행성의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모양새다. 전체 관객 수는 7만9000명으로 8만에 육박했고, 매진 횟수도 지난해 대비 늘어나 고사동 영화의 거리를 북적이게 했다.

전주영화제 공식 발표에 따르면 올해는 지난해 503회 대비 40회가 늘어난 543회의 상영이 진행된 가운데 270회가 매진됐다. 전년 대비 50회 증가한 수치다, 좌석 점유율은 80%를 웃돌아 80%에 못 미쳤던 지난해 기록을 넘어섰다. 7만 안팎의 관객이 찾았던 예년과 비교해 전체 관객 수도 성장을 이뤄냈다.

전주영화제의 마음가짐은 개막식부터 두드러졌다. 조직위원장을 맡은 김승수 전주시장은 "권력에 상처받았던 영화인들이 위로받고 치유되길 기원한다"며 박근혜 정권이 자행했던 표현의 자유 억압과 블랙리스트 등에 어려움을 겪은 영화인들을 위로했다.

개막식과 시상식 사회를 맡은 박혜진 아나운서도 상징적이었다. 박 아나운서는 MBC를 퇴직한 후 <뉴스타파>에서 촛불을 들고 방송을 진행하기도 했다. 지난해 전주에서 큰 화제가 됐던 영화 <자백>은 <뉴스타파> 최승호 PD의 작품으로 흥행에도 성공을 이뤄냈다.

부산 겨냥해 선명함 드러낸 전주

 18회 전주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수상자들

18회 전주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수상자들 ⓒ 전주영화제


전주영화제에서 선보인 작품들도 어느 해보다 풍성했고 의미 있는 작품들이 많았다. 전주시네마프로젝트로 제작을 지원한 <N프로젝트>는 <노무현입니다>라는 정식 제목으로 공개돼 크게 주목받았다. 외부의 제작 방해 등을 우려해 비밀리에 제작됐던 영화는 전주영화제를 통해 공개돼 감동을 불러 일으켰다. (관련 기사: 몰래 만든 영화 <노무현입니다>... 첫 상영장 눈물바다)

성주 사드반대 투쟁을 다룬 <파란나비효과> 역시 사드반대 투쟁이 한창 전개 중인 가운데 공개돼 관객들의 관심이 컸다. 특히 다큐멘터리 상을 수상한 것은 박문칠 감독의 수상 소감대로 '전주영화제가 성주 분들의 싸움에 연대와 성원하는 의미'로 읽히기에 충분했다. 현장을 지키는 카메라에 지지를 담은 것이다. 지난해 수상작은 <자백>이었다. (관련 기사: 사드가고 평화오라... 성주 주민의 '투쟁'과 '삶'이 영화로)

백승우 감독의 <국정교과서>와 우광훈 감독의 <금속활자의 비밀들>, 탄핵당한 박근혜 정권과 그 지지자들에 대한 기록인 김재환 감독의 <미스 프레지던트>, 부동산 투기 문제를 다룬 마민지 감독의 <버블 패밀리> 등은 올해 전주가 야심차게 공개한 다큐멘터리들로 작품성이 담보되며 호평을 받았다. (관련 기사: '제작 배후가 누구냐?' 프랑스가 민감하게 반응한 한국영화)

불교계의 반대로 제작이 중단돼 미완성작으로 남아 있던 임권택 감독의 <비구니>를 특별 복원 상영한 것 역시 영화인들의 큰 박수를 받았다. 시나리오를 쓴 송길한 작가 특별전에 맞춰 상영됐는데, 미완성 영화의 공개라는 점에서 영화인들의 관심이 컸다.

침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부산영화제의 위축도 전주영화제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영화제를 대하는 김승수 전주시장의 태도는 시종일관 서병수 부산시장과 크게 비교될 만큼 선명했다. 부산영화제가 박근혜 정권의 충실한 하수인 역할을 한 서병수 시장에 의해 많은 상처를 안고 있다면, 전주영화제는 김승수 시장의 전폭적인 지원 속에 위상이 갈수록 높아지는 모습이다. 전주영화제의 행보는 부산영화제를 겨냥하고 있었다.

영화 해방구를 강조하고 지원하되 간섭은 않겠다는 전주시장의 다짐은 올해 의미 있는 영화들이 전주를 찾은 밑바탕이기도 했다. 정치적 눈치를 볼 일이 없어지면서 작품 선택의 폭은 넓어졌다.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면서 정치 사회적으로 민감한 이슈를 담은 영화들이 관객들과 만남을 통해 더욱 탄력을 받았다. 영화제가 갖춰야 할 기본을 제대로 보여준 모습이다.

취임 후 2번째 행사를 치러낸 이충직 집행위원장 역시 수년간 불안정했던 영화제를 안정시키며 성장의 발판을 만드는데 주요 역할을 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장을 역임하는 등 영화계에서 덕장으로 평가되는 이 집행위원장은 두 번의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러내면서 전주영화제의 가치를 높이고 있는 모습이다.

정치적 탄압으로 예산 삭감, 성장 위해서는 더 늘려야

 18회 전주영화제 기간 중 고사동 영화의 거리.

18회 전주영화제 기간 중 고사동 영화의 거리. ⓒ 전주영화제


하지만 이 같은 성장에도 불구하고  국고보조의 축소와 메인 상영관의 안정화 문제는 해결돼야할 숙제로 남았다. 작품의 질적 수준과 관객의 호응이 커지고 있으나 영화제는 예산 문제로 늘 고민해야 하고 안정적 공간의 마련도 필요하기 때문이다.

박근혜 정권의 블랙리스트 논란 등의 여파로 올해 영화제 지원 예산은 큰 폭으로 삭감됐다. 영화계를 불온한 세력으로 바라본 정치권력의 편향성이 영화제 지원을 줄이는 형태로 나타난 것이다. 문화예술에 대한 정치적 탄압의 일환이었고, 문화융성을 표방했던 정권의 기만적 행태였다. 한국 영화의 세계화를 위해 많은 역할을 하고 있는 영화제로서는 정치적 이유로 예산이 줄어들면서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따라서 국고 보조를 늘리지 않는 한 영화제의 성장은 한계를 보일 수밖에 없다. 정치권이 나서야 할 사안이다.

영화제를 치르기 위한 안정적 공간도 마찬가지다. 전주영화제의 특징은 집중된 공간에서 행사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이동거리가 많지 않아 관객들에게는 상영 조건이 국내 영화제 중 최적이다. 지난해부터 메인 상영관을 도심에 마련한 것도 전주영화제 성장에 좋은 역할을 하고 있다. 올해 개폐막식과 야외상영장으로 활용한 전주돔은 호평을 받았다. 

문제는 이 공간이 한시적으로 계약된 곳이라 영구적 활용이 어렵다는 단점이 있다. 이를 위해 전용관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전주영화제가 20회를 넘어 꾸준한 발전을 위해서는 전용관에 대한 계획이 시급히 마련돼야할 것으로 보인다.

전주영화제 이충직 김승수 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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