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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지역 노동자의, 노동자에 의한, 노동자를 위한 인문학 도서관'을 표방한 노동자의 작은 도서관 '사람'(아래 노동자도서관ㆍ부평구 십정동)이 오는 17일 오후 5시 개관식을 한다.

천주교 인천교구 노동사목 부설인 노동자도서관은 개관과 함께 개관 기념 노동다큐영화제도 함께 준비하고 있다. 지난 4월 24일, 개관식과 영화제 준비로 한창 바쁜 한상욱 노동자도서관 관장과 나종인 운영부장, 이순화 홍보부장을 만났다.

노동자들의 다양한 문화 활동을 할 수 있는 놀이터
   
노동자의 작은 도서관 ‘사람’ 운영진. 왼쪽부터 나종인 운영부장, 이순화 홍보부장, 한상욱 관장.
 노동자의 작은 도서관 ‘사람’ 운영진. 왼쪽부터 나종인 운영부장, 이순화 홍보부장, 한상욱 관장.
ⓒ 김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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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민주노총 인천지역본부에 다녀왔어요. 요즘 인천지역 시민사회단체나, 노동단체, 민주노총ㆍ한국노총 산하 노동조합에 홍보하러 다니고 있습니다. 물론 본당에도 알리고 있고요. 원래는 노동자 주일인 4월 30일에 맞춰 개관식을 하려 했는데 대통령 선거가 있어서 좀 미뤘습니다."

나종인 운영부장의 말이다. 도서관을 소개하고 개관식을 알리기 위해 여러 곳을 방문하는데 가는 곳마다 반응이 좋고 '연대해서 같이 사업을 도모하자'는 의견을 주기도 한단다.

노동다큐영화제는 5월 17ㆍ24ㆍ31일 오후 7시 30분에 노동자도서관이 들어선 건물인 노동자센터 3층에서 열린다. 17일에는 KT 노동자들의 삶을 담은 다큐 '산다'를 상영하고, 24일에는 한진중공업과 조선산업 노동자의 역사를 다룬 '그림자들의 섬'을, 31일에는 콜트ㆍ콜택 노동자들의 삶을 다룬 '천막'과 한국GM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이야기인 '그곳에 서서'를 상영한다. 매회 영화 상영 후 감독과 대화하는 시간이 있으며, 특히 31일에는 인천지역 노동자들의 이야기라 영화에 출연한 출연진과 대화도 더불어 진행한다.

한상욱 관장은 "인천에는 다양한 형태의 작은 도서관이 많이 있어요. 우리 도서관은 '노동자'라는 정체성을 살리고 싶었습니다. 또한 이곳이 책만 있는 곳이 아니라, 노동자들이 다양한 문화 활동을 할 수 있는 놀이터가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책이 아닌 다른 장르를 접목해 개관 행사를 기획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좀 전에 노동사목 실무자들과 영화제 때 상영할 영화를 먼저 봤는데 보고 나니까 우울하더라고요. 하지만 이것도 노동자의 삶이고 우리의 인생이니까요"라고 덧붙였다.

이순화 홍보부장은 "다큐 영화제를 시작으로 여러 형태의 영화 상영을 고민하고 있습니다. 한 달에 한 번이든 일주일에 한 번이든 정기적으로 영화 상영을 할 수도 있고, 노동조합이나 단체의 요청이 있을 경우 특별한 자리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뿐만 아니라 6월이나 7월에는 '소금꽃 이야기 마당'을 열 준비를 하고 있다. 평범한 노동자들이 주인공이 돼 그들의 일상이나 현장 얘기를 사람들과 나누는 프로그램이다. 그 외에도 노동자 글쓰기 마당, 노동자를 위한 도서 기획전, '사람'과 함께 하는 독서 소모임, 노동자 역사기행, 노동자 구술 아카이브, 노동현안 토론회 등, 다양한 콘텐츠를 준비하고 있다.

"일단은 공간을 소개하는 활동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하루 종일 힘들게 일하고 이곳에 온 노동자들한테 책 읽기를 권하는 건 쉽지 않을 수 있어요. 그래서 좀 편하게 공간을 이용하게 하자는 취지로 영화라는 매개체를 선택했습니다. 노동자 글쓰기도 1980~90년대까지는 노동자문학회 활동이 왕성해 하나의 노동자문화로 자리 잡았는데 지금은 거의 없어졌어요. 예전처럼 노동자들의 정서를 순화하거나 공감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게 우리 도서관의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여러 사람의 정성이 모인 노동자도서관

 노동자 작은 도서관 ‘사람’의 일부 모습. 책상 위에는 정리가 덜 된 기증받은 책이 쌓여있다.
 노동자 작은 도서관 ‘사람’의 일부 모습. 책상 위에는 정리가 덜 된 기증받은 책이 쌓여있다.
ⓒ 김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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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자도서관 개관을 지난해부터 준비했다. 한 관장은 노동자들을 위한 공간 대부분이 교육과 조직을 목적으로 한 곳이 많은데 평소에 편하게 올 수 있는 공간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던 중에 천주교 인천교구 노동사목에서 운영하는 노동자센터에서 공간의 변화를 모색한다는 얘기를 듣고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한 관장은 노동사목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지인 중에 이권우라는 도서평론가가 있는데 조용한 시골에 도서관을 지으려고 후배와 고민하고 있었대요. 추진이 잘 안 되고 있는 와중에 내게 책을 기증했어요. 그래서 지난해 겨울부터 구체적으로 노동자도서관을 준비했습니다."

한 관장은 이권우씨로부터 도서 5000권을 기증받고 후배 박소희(어린이와작은도서관협회 이사장)씨와 그들이 연결시켜 준 교보문고와 민음사에서도 책을 기증받았다. 가톨릭 신자한테도 천 권이 넘는 책을 기증받아 현재 노동자도서관은 총 9000여 권의 책을 보유하고 있고 도서관에 전시한 건 현재 6000여 권이다.

"아직 홍보가 덜 됐어요. 일단은 노동자들이 잘 쉴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좋겠지만 지역 주민들한테도 열려 있는 공간이라 십정동 아파트 단지 등에도 홍보할 계획입니다."

인천에 사는 사람이면 남녀노소 누구나 노동자도서관 회원이 될 수 있다. 도서관에 와서 회원증을 만들면 무료로 최대 5권까지 2주간(1주 연장 가능)대출할 수 있다.

화요일부터 토요일까지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10시까지 도서관을 이용할 수 있으며 월요일은 오후 2시부터 10시까지다. 토요일에 문을 여는 것도, 밤 10시까지 하는 것도 쉽지 않을 것 같아 물으니 일하는 노동자들을 위해 시간을 최대한 늘렸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소설이나 시 등 문학 관련 서적이 30%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그 외 역사 등 사회과학 서적이 가장 많다는 노동자도서관은 이후 도서관의 성격에 맞게 어디서도 보기 힘든 노동 관련 서적을 모을 계획이란다.

"노동자의 수기나 역사, 노동운동사가 담긴 책과 자료들을 많이 소장한 공간으로 꾸미려고 합니다. 그러기엔 시간이 좀 필요합니다. 단순히 과거를 회고하자는 게 아니라 노동의 시와 사랑, 예전의 기록물을 수집해 전시할 계획도 있습니다. 예전 노동 관련 서적을 갖고 계신 분들의 기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노동자도서관에서 야심차게 준비하고 있는 몇 가지가 더 있다. '노동자 구술 아카이브'와 '노동자역사기행', '노동현안 토론회'다.

한 관장은 "학문적으로 '구술생애사'라는 게 있어요. 과거 노동운동으로 유명한 사람이 아닌, 우리 주변에도 과거에 치열하게 살았고 여전히 노동하며 살고 있는 노동자들이 많아요. 가족 관계에서나 늙어 가면서의 어려움 등을 듣고 그들의 삶을 기록하고 싶어요. 평범한 노동자의 삶만큼 소중한 게 없다고 생각합니다. 누군가 기록해야 할 일이라 프로젝트 사업으로 시도해 보려 합니다"라고 구술 아카이브에 대해 설명했다.

"인천은 노동자의 도시입니다. 일제시대 때부터 공장이 형성됐어요. 동구 두산인프라코어가 있던 곳은 일제시대 때 잠수함을 만들던 공장이었어요. 1970년대 노동운동의 대표적인 사업장인 '동일방직'도 인천에 있잖아요. 1960~70년대의 산업화시대에는 주안과 부평에 산업단지가 조성됐습니다. 근현대사의 역사적 흔적이 남아있는 곳이 많아요. 노동의 역사뿐만 아니라 인천지역의 역사를 알 수 있는 기행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 부장은 "한참 감정 노동자의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됐던 적이 있었잖아요? 비정규직법 개정에 대한 문제나 마트 노동자들과 특수고용노동자들의 문제 등 당시 이슈가 되는 현안을 토론회라는 형식으로 풀어가고자 합니다. 그 속에서 어떤 행동과 실천을 할 수 있는지 모색하는 자리로 준비하고 있습니다"라고 덧붙였다.

노동자의 작은도서관 '사람'의 친구들
   
도서관을 둘러보고 있는 시민들. 이들 부녀는 도서관을 둘러본 후 회원 가입을 하고 도서대여를 했다.
 도서관을 둘러보고 있는 시민들. 이들 부녀는 도서관을 둘러본 후 회원 가입을 하고 도서대여를 했다.
ⓒ 김영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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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이름이 '사람'이다. 나 부장은 "노동사목에서 하는 모든 활동이 사람으로 통합니다. 노동자센터 건물 1층의 카페이름도 카페인(人, in)이고요 월례 수요미사 이름도 '사람'입니다. 도서관 이름을 고민하다가 노동자든 누구든 우리가 만나려는 게 사람이니까 이름을 '사람'으로 짓자는 의견이 있어 그렇게 정했습니다"라고 설명했다.

노동자도서관은 함께 하는 '사람'으로 '친구들'이 있다. '친구들'은 노동자가 존중받는 사회를 위해 일하는 노동운동가ㆍ문화기획자ㆍ(사회학ㆍ경제학ㆍ인류학)강사들ㆍ독서평론가ㆍ작은도서관 운동가ㆍ환경운동가들로 노동자도서관을 위해 다양한 주제와 정기적인 기획 강좌를 마련할 예정이다. 물론 '친구들'은 재능기부다.

"영화 '우리학교'의 감독 김명준과 함께 하는 영화읽기나 사회적경제를 전공한 박사의 강좌, 이권우 독서평론가의 강의 등 벌써 얘기가 된 친구들도 있습니다. 1년에 두어 번 기획사업으로 준비하고 있어요."

노동자도서관은 친구들의 활동을 '노동 인문학 협동조합'이라는 이름을 달긴 했지만 기존 협동조합처럼 돈을 출자하는 게 아니라 지식을 사람들과 공유하려는 운동차원의 협동조합이라고 설명했다. 한 관장은 재능기부를 하실 분은 연락을 달라는 당부를 하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노동자도서관을 주도적으로 운영할 세 명에게 이 공간에서 하고 싶은 게 무언지 물었다.

"대다수 노동자들이 자기 삶에 희망을 갖고 있지 못하고 일상에 찌들어 있어요. 왜 그럴까 생각해보면 삶의 가치를 발견하지 못해서 그런 거 같아요. 자기 삶에 자긍심을 갖는 것만으로 성공한 인생이라고 생각해요. 노동자문화가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노동자 스스로 자신의 생각을 나누고 교류하면서 생기는 건데 노동자도서관에서 영화도 보고 노래도 듣고, 예술을 말하면서 자아를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노동자들이 상상력을 발휘해서 주도적으로 그런 공간을 만들었으면 합니다."

한 관장의 바람에 이어 나종인 운영부장은 "사람이 항상 끊이지 않는 공간이었으면 좋겠어요. 요즘은 개인 문화가 팽배한데 그러다보면 공허한 느낌이 들 때가 많은 거 같습니다. 힘들 때나 기쁠 때나 같이 즐기고 힘을 받는 공간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실무자뿐만 아니라 노동자들이 함께 만들어 가길 바라고요"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이순화 홍보부장은 "정말 편히 쉴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해요. 아직 준비가 덜 됐는데 방을 하나 꾸밀 생각이에요. 그곳에서 모임도 하고 누워서 편히 쉴 수도 있게 하려고요. 이곳은 여러분 모두의 쉼터입니다. 주저하지 말고 오세요"라고 당부했다. (문의 070-4324-0545)

덧붙이는 글 | <시사인천>에 실림



태그:#노동자의작은도서관 사람, #한상욱, #나종인, #이순화, #노동다큐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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