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개헌을 한다 안 한다, 아니다 올림픽 끝나고 한다 말만 무성하더니 결국 안 하려나 봐요."

평생 흙만 파 먹고 살아 온 무식한 시골 늙은이예요. 지금까지 조용한 시골에서 큰 탈 없이 잘 살아왔지요. 그런데 세상엔 자기 욕심만 채우려는 사람들이 참 많은 것 같아요. 요즘 텔레비전에선 호헌인지 뭔지 맨날 똑같은 소리만 나오더라고요. 처음엔 무슨 말인가 했어요. 지난주 집에 왔다간 우리 아들이 그러더라구요. 작년부터 야당이랑 재야에서 대통령 직선제 서명운동도 하고 그랬대요. 그런데 그걸 깡그리 무시하는 호헌을 발표한 거라고 하더라고요.

▲ 1987년 4월 1일 전두환 신군부가 자행한 광주학살에 항의하고 양심수 석방을 요구하는 민가협 회원들 ▲ 1987년 4월 13일 "전두환 씨의 호헌 발표에 대한 김대중 선생의 논평", 김대중

전두환 씨의 개헌 포기 선언에도 불구하고 우리 국민의 대통령 중심 직선제 개헌의 의지는 누구도 꺾을 수 없고 우리는 이의 성취를 위해서 앞으로도 국민과 더불어 성의와 노력을 다해서 싸워 나갈 것이다.
끝으로 나는 오늘의 난국을 근본적으로 수습하는 길은 거국적인 중립내각을 즉시 구성하고 민주화와 국민적 화해를 병행해서 추진하는 것이 최선의 길이라는 나의 주장을 여기서 다시 한번 강조해 두는 바이다.
1987년 4월 13일 "전두환 씨의 호헌 발표에 대한 김대중 선생의 논평", 김대중

예전엔 대통령도 내 손으로 뽑고 그랬어요. 그러더니 박정희 대통령이 유신을 하면서 체육관에서 뽑기 시작하더라고요. 지금 대통령도 체육관에서 뽑았을걸요. 장충체육관인가 거기서... 그런데 또 대통령을 체육관에서 뽑겠다고 하네요. 지금 대통령이 전두환인가 그렇지 아마... 박정희처럼 계속 대통령 하고 싶은가 봐요. 그 끝을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러는지, 사람 욕심은 끝도 없는 것 같아요.

국민 뜻이 뭔지 모르는 사람들 같아요. 아니면 알고도 무시하는 걸까요? 이젠 어찌 될까 모르겠네요. 세상살이는 점점 힘들어져만 가는데 몸도 여기저기 안 쑤시는 데가 없어요. 그나저나 그 국회의원 양반이 오늘 유죄 판결을 받았나 보더라고요. 거 왜 있잖아요. "우리나라 국시는 반공이 아니라 통일"이라고 했다가 잡혀간 그 양반. 오늘 저녁엔 국시나 한 그릇 말아먹고 일찍 자야겠어요. 내일은 못자리 정리를 해야 하거든요.

▲ 1987년 4월 16일 경찰들의 불법 검문에 항의하며 교문 앞 시위를 벌이고 있는 학생들

우리는 4.13호헌 발언을 한마디로 군사독재의 영구집권을 위한 파렴치한 본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반민주적 처사로 규정한다. 85년 2월 총선거에서 오늘에 이르기까지 "대통령은 꼭 내가 직접 뽑겠다"는 개헌에 관한 온 국민의 애절한 갈망은 곧 정통성 없는 부도덕하고 간악한 군사독재에 대한 원천적 저항이며 준엄한 심판이었다.
1987년 4월 "4.13호헌 발언은 즉각 철회되어야 한다", 민주동우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