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어떻게 지나가는 줄 모르겠어요. 나라의 기틀인 헌법을 바꾼다는데, 나 같은 사람이 바쁜 건 당연한 일이에요."

우리나라의 첫 헌법은 1919년 임시정부에서 공포한 '임시헌장'이었어요. 총 10개 조로 구성된 간단한 이 헌장은 우리나라의 국호를 '대한민국'으로, 정치체제는 '민주공화국'으로 규정하고 있었어요. 그러고 보니 벌써 70년이 넘은 세월이 지났네요.

▲ 1987년 10월 27일 늦은 밤까지 '헌법 개정안 국민투표' 개표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강남구 투표소 ▲ 1987년 10월 27일 '헌법 개정안 국민투표'에 참여하려 투표용지와 도장을 들고 일렬로 대기 중인 시민들

이번 개헌안은 "8인정치회담"에서 기초되고 성안되었다. 민정 4명, 민주 4명으로 이루어진 8인 정치회담은 그 구성원의 자격에서 이미 문제가 있었으나 거기에 앞서 6월투쟁을 선도하였던 민주화 세력의 참여가 봉쇄되었던 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양심수의 전원석방과 수배해제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현 정권은 좌경·용공색출이라는 파문을 높이면서 민주화 세력에 재반격을 가하였고, 더군다나 군부 쿠데타의 협박으로 타협을 종용한 것은 그 나름대로의 이유는 있었다.
1987년 10월 23일 "합의개헌의 허구성을 폭로한다", 국민운동 소식 제4호

해방 후 제헌헌법을 거쳐 지금까지 모두 여덟 번 개정되었으니, 이번은 아홉 번째 헌법인 셈이에요. 국민이 직접 대통령을 선출할 권리가 박탈된 건 1972년 일곱 번째로 개정된 '유신헌법'부터였어요. 여덟 번째 헌법은 이 헌법에서 문장 몇 개만 고친 전두환의 5공화국 헌법이었고요. 두 헌법은 국민의 기본권을 극도로 제한한 대표적인 독재헌법이었어요.

6.10민주항쟁은 나쁜 헌법을 폐기하는 국가적 사건이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2주 전에 국회에서 민주적인 새 헌법이 가결되었고, 내일은 우리의 이름으로 새 헌법을 확정하는 '국민 투표일'이에요. 박종철, 이한열 학생의 희생이 헛되지 않고, 우리가 거리에서 만들어 낸 민주주의가 활짝 꽃 피워질 수 있도록, 좋은 투표 결과가 나왔으면 좋겠어요.

▲ 1987년 10월 16일 "새로 개정되는 헌법안은 과연 얼마나 민주적인가?", 인천지역 대학생대표자협의회

우리는 개정된 헌법이 그 이전의 헌법보다 민주적이라는 것을 인정합니다. 그러나 진정 국민이 원했던 민주헌법은 1. 국민의 민주적 권리를 철저히 보장하고, 2. 미국, 일본 등 외세로부터 받아 온 정치, 경제, 문화적 예속을 완전 배제한 자주독립국가로서의 성격을 명백히 해야 하며, 3. 평화통일에 관한 희망차고 건설적인 실질적 규정이 포함돼야 한다는 범국민적 염원에 비춰볼 때, 새로 개정된 헌법은 분명히 많은 한계를 갖고 있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1987년 10월 16일 "새로 개정되는 헌법안은 과연 얼마나 민주적인가?", 인천지역 대학생대표자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