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월급과 처우는 정말 형편없어요. 그러니 공장 안에 있는 우리 매점 매출도 낮고, 여기서 일하는 내 삶도 크게 다르지 않은 편이죠."

공장 구석에 위치한 우리 매점엔 팔릴만한 물건이 별로 없어요. 공장 사람들은 군것질을 하러 여기까지 올 시간도 없고, 월급이 넉넉한 형편이 아니라고 하더라고요. 공장 안에서는 기계가 쉬지 않고 열심히 돌아 가는데, 가게 안에선 맨날 파리만 날라 다니고 있었던 거죠.

▲ 1987년 8월 "임금 인상"과 "노동자 생존권 보장"을 요구하는 노동조합원들의 철야 총회 10일째 모습 ▲ 1987년 8월 1일 파업을 결의하며 집회를 진행 중인 울산지역 노동자들

삼익악기 노동자 6,000여 명 전원은 '어용노조 퇴진', '임금 30% 인상' 등을 요구하며 파업 농성을 벌이고 있다. 노동자들은 12일 오전 10시 30분부터 '민주노조추진위원회'를 중심으로 본사 광장에 집결하여 바리케이트를 치고, '우리의 정당한 댓가를 지불하라'는 등 수 개의 현수막을 공단 벽에 내걸고 시위, 이들 중 약 1,000여 명은 철야 농성을 하였다.
1987년 8월 13일 "공장의 소리 속보", 민주노조 건설을 위해 일하는 인천지역 노동자 일동

노동자들이 노조를 만들고 파업을 시작한 지 이제 일주일쯤 됐어요. 저 사람들의 첫 번째 목소리는 "우리도 머리를 기를 수 있게 해달라"라는 거래요. "안전화를 신고 쪼인트를 까지 말라"라는 것도 있대요. 노동자들의 현실이 여기에 다 적혀 있는 것 같아요. 내 친구들한테 이런 말을 해주면 믿지도 않더라고요. 하긴 직접 보고 있던 나도 어처구니없는데 무슨 말을 더 할 수 있겠어요.

그런데 노동자들이 기계를 끄고 공장을 세웠어요. 사장님은 좌불안석이라는 소문이에요. 툭하면 노동자들 쪼인트나 까던 관리과장은 어딜 갔는지 얼굴도 보기 힘들어요. 소리 없는 변화가 시원한 바람을 타고 도시 전체로 퍼져가고 있는 것 같아요. 이런 게 공장 사람들의 힘인가 봐요. 그들의 삶이 나아지면 우리 매점 매상도 좀 올라갈 수 있겠죠.

▲ 1987년 8월 "현대그룹 7만 노동자 강철같은 단결로 승리하라", 현대그룹노동조합협의회

노동자들의 단결된 힘 앞에는 철문도 '새발의 피'였다. 노동자들이 철문을 밀어젖히고 '와'하고 몰려들어 현대중공업 대운동장에는 노조협의회 소속 개별 사업장에서 모인 노동자 수가 15,000여 명에 이르렀다. 그 순간 억눌렀던 분노가 폭발하여 불꽃으로 활활 타올랐으며, 새로운 희망으로 환호성을 힘껏 외쳤다.
1987년 8월 "현대그룹 7만 노동자 강철같은 단결로 승리하라", 현대그룹노동조합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