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는 우리가 만들어 가는 거잖아요. 6월 항쟁으로 되찾은 민주주의는 성공할 수 있을 거예요."

박종철 학생의 고문치사 사건을 처음 들었을 때 생각난 사람은 김주열 열사였어요. 당시에 내가 중3이었으니 16살 때 일이네요. 그도 박종철 군처럼 독재정권에 살해당한 학생이었어요. 차이가 있다면 박종철 군은 물고문을 받다 사망한 것이고, 김주열 학생은 경찰이 쏜 최루탄에 희생됐다는 점뿐이죠.

▲ 1987년 12월 12일 독재정권을 연장하기 위해 출마한 노태우 대통령 후보의 선전포스터와 그 위에 붙어 있는 동국대학교 학생들의 비난 글 ▲ 1987년 12월 6일 "민주쟁취는 국민의 힘으로", 한국기독교 교회협의회 인권위원회

군정종식과 민주쟁취, 이는 우리 시대에 있어 최고의 '공동선'임을 아무도 부인하지 못할 것입니다. 5.16 이래 18년간 계속된 박정희의 군사독재와 8년간의 전두환 군사독재, 이 26년간의 지긋지긋한 군사통치는 반도의 남쪽을 지역 간, 계층 간의 차별과 반목으로 갈라놓았으며, 인간의 존엄성이 무시되는 군사문화를 이 땅에 만연 시켰으며,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 깊이 한을 심어 놓았으니 말입니다.
1987년 12월 6일 "민주쟁취는 국민의 힘으로", 한국기독교 교회협의회 인권위원회

가족 안에서 역사는 반복되고 있는 것 같아요. 올해 우리 큰애도 16살이고, 중학교 3학년이에요. 한 가족 안에 4.19세대와 6.10민주항쟁 세대가 함께 있는 셈이지요. 송년회에서 친구들에게 우리 집은 민주가족이라고 기분 좋게 자랑하는 이유이기도 해요. 요즘은 민주주의가 대한민국 최고의 덕목이니까요. 제가 요즘 목에 힘 좀 주고 다닙니다.

태풍처럼 몰아쳤던 민주항쟁의 바람이 우리 아이들에게 어떤 미래를 선물하게 될지 기대도 되고 걱정도 되는 요즘이에요. 가끔은 시련의 시간이 찾아 올지도 모르겠어요. 하지만 얼어붙은 동토를 녹여내는 따뜻한 봄바람처럼 평화롭고 행복한 민주주의가 우리의 세상에 꽃 피우겠죠. 지금까지 그래 왔던 것처럼 말이에요.

▲ 1987년 12월 16일 구로구청에서 발견된 부정투표함의 존재를 알리며 선거무효를 주장하는 시민

16년 만에 되찾은 금번 대통령 선거를 통하여 민간민선정부를 세우려던 전 국민의 열화 같은 민주화 열망이 좌절된 채 한 해를 마무리하게 되었음을 송구스럽게 생각한다. 그러나 금권, 공권력에 의한 매수, 회유, 위협이 난무하는 가운데에도 올바른 주권행사를 위해 꾿꾿하게 버티어 온 국민과, 단 한 표라도 주권행사가 제대로 지켜질 수 있도록 폭력에 맞서 싸워온 공정선거감시단원의 존재는 민주화의 그날이 결코 멀지 않았음을 확신시켜 주고 있다.
1987년 12월 29일 "성명서", 민주쟁취국민운동 부정선거무효화 투쟁본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