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부터 많이 잡혀오더라고요. 학생도 잡혀오고, 노동자도 잡혀오고, 선생도 잡혀오고... 직업도 참 각양각색이더라고요."

평소엔 조용하고 점잖은 사람들인데 뭉칠 땐 호랑이 같이 변해요. 보통 재소자들은 교도관 눈치를 보기 마련인데 저 사람들은 좀 달라요. 무서울 게 없는 사람들 같아요. 하긴 그 무서운 경찰이나 안기부하고 싸우던 사람들이었으니 우리 같은 사람들이 뭐 무섭겠어요.

▲ 1987년 2월 7일 '2. 7 고 박종철 군 국민추도회'를 거행하고 있는 천주교 신부들 ▲ 1987년 2월 7일 '2. 7 고 박종철 군 국민추도회'를 마친 시민들과 학생들이 "고문 없는 나라에서 살고 싶다"는 플래카드를 들고 가두 시위를 전개하는 모습

이러한 국민의 염원을 지금껏 무시하고 장기집권을 획책하고 있는 현정권은 용공조작을 위한 고문수사와 교도소 탄압 정책으로 그 명맥을 간신히 유지하고 있는바, 지금 교도소에 수감된 양심세력들은 전두환 정권의 무자비한 소내 폭력과 감시 속에서 죽음을 각오하고 싸우고 있습니다.
1987년 "고문감옥 철폐하라", 인천구속자가족협의회, 천주교인천교구청년회, 한국노협인천지역협의회, 인천지역사회운동연합, 인천기독청년협의회, 인천교구가톨릭대학생연합회, 인천교구가톨릭노동청년연합회, 한국기독노동자인천지역연맹, 인하대학교총학생회

그런데 다른 재소자들한텐 엄청 잘해요. 조폭들도 저 사람들에겐 함부로 안 하더라고요. 하긴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재소자 인권 보장하라고 항의 단식도 하고, 그러다 독방까지 끌려가는 사람들인데 누가 싫어하겠어요. 저 사람들을 양심수라고 부르는 데엔 다 이유가 있는 것 같더라고요.

단식하는 사람에게 억지로 급식을 하면 죽을 수도 있어요. 잘못해서 음식이 기도로 들어가면 큰일 날 수 있거든요. 죽지는 않더라도 엄청나게 고통스럽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강제급식은 교도소에서 시행하는 변형된 유사 고문이라고 부르기도 하죠. 얼마 전 고문으로 숨진 학생 생각이 나네요. 고문이 일상인 세상인 것 같아요.

▲ 1987년 2월 7일 "박종철을 살려내라"라고 적힌 종이를 들고 시위에 참가한 시민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바른 행동과 바른말을 하는 모든 사람을 고문하고 죽여야 한다면 이 땅에 부모들은 자식들을 어떻게 가르쳐야 합니까? 차라리 이 땅의 백성들에게 "자식을 낳지 말라"고 하면 애지중지 키워논 자식이 그렇게 죽는 것을 더 이상 보지않아도 될 것이 아닙니까?
1987년 2월 8일 "성명서-고 박종철 군의 고문치사를 고통스러워하며", 대한성공회정의실천사제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