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역사를 기록하는 사진가입니다. 어디를 가든 누구를 만나든 내 어깨엔 항상 카메라가 걸려 있어요."

이 풍진 세상을 기록으로 영원히 남겨야겠다는 사명감에 혼자 독학으로 사진을 배웠습니다. 처음부터 내가 직접 사진을 찍어야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어요. 사진이란 게 쉽게 배울 수 있는 것도 아니잖아요. 카메라 장비나 필름 값도 만만치 않았고요. 그런데 사진은 쓰임새가 아주 많더라고요. 홍보할 때도 좋고 세상의 잘못을 사람들에게 알려주기에도 아주 효과적이죠.

▲ 1987년 5월 14일 "호헌철폐"와 "독재타도" 현수막을 내걸고 명동성당에서 집회를 진행 중인 시민들 ▲ 1987년 5월 18일 '5. 18 광주민중항쟁 7주기'를 맞아 교내에서 행진을 시작한 대학생들

"박종철 군 고문치사 사건의 진상은 조작되었습니다."
박종철 군을 직접 고문하여 죽게 한 하수인은 따로 있습니다. 박종철 군을 죽음에 이르게 한 범인으로 구속 기소되어 재판 계류 중인 전 치안본부 대공수사단 조한경 경위와 강진규 경사는 진짜 하수인이 아닙니다. 범인 조작의 각본은 경찰에 의해 짜졌고 또 현재도 진행 중에 있습니다.
1987년 5월 18일 '5.18광주민주항쟁 제7주기 명동성당 미사', 김승훈 신부

요즘은 뉴스나 보도사진도 믿기 힘들더라고요. 특히 민주주의를 위한 행사나 활동엔 왜곡이 많거든요. 보도통제가 점점 심해지는 것 같아요. 일부러 조작한 유언비어도 많은거 같고요. 그러다 보니 거짓말이 어느새 진짜처럼 되어 가더라고요. 정확하고 올바른 기록이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잘못된 기록은 왜곡된 역사의 시작일 테니까 말이에요.

오늘은 5월 18일이에요. 저녁에 명동성당에서 '광주민중항쟁 제7주기 미사'가 열린다고 해요. 정의구현사제단에서 박종철 군 고문치사사건과 관련해 발표도 있을 모양이에요. 사람들도 많이 참석할 거라고 하더라고요. 오늘은 사진으로 남겨야 할 역사적 장면이 많이 나올 것 같아서 긴장이 좀 되네요. 늦지 않게 얼른 가봐야겠어요.

▲ 1987년 5월 25일 '고 박종철 군 고문 치사사건' 조작으로 철야조사를 받던 경찰 간부들이 사진 기자의 카메라 플래시가 터지자 황급히 도망가는 모습

지금 이 순간에도 박종철 군의 어머니의 호소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아들의 죽음은 결코 우연한 사고로 돌릴 수는 없습니다. 아직껏 마음 한 구석에 응어리져 풀리지 않는 것은 종철이가 무슨 이유로 연행됐고, 또 어떤 고문을 받았는지, 그리고 어떻게 죽게까지 됐는지 좀 더 확실한 진상이 밝혀졌으면 하는 것입니다."
1987년 5월 18일 "성명서 - 박종철 군 고문치사 사건의 진상이 조작되었다", 천주교 정의구현전국사제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