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 바로 옆에 있는 명동성당에서 큰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어요. 함성 소리 같은 거 말이에요."

처음엔 학교 가는 길이 무서웠어요. 학교 근처 길거리엔 행인들보다 더 많은 경찰들이 지키고 서 있었거든요. 아주 낯설고 험악한 모습으로 말이에요. 경찰들이 학교 안까지 들어와 이것저것 살피고 갔어요. 학교 앞 골목에선 검문도 심하게 하더라고요.

▲ 1987년 6월 10일 명동성당 앞에서 태극기를 들고 행진하는 시민들과 이들을 지지하는 수녀님들 ▲ 1987년 6월 12일 경찰의 침탈에 대비해 명동성당 앞에 바리케이드를 치고 시위 중인 시민 학생들

성당과 담벼락을 사이에 두고 인접해 있던 계성여고의 학생들도 점심때면 도시락을 거두어 아기자기한 사연과 함께 전달하였다. 도시락을 먹은 청년들은 도시락을 깨끗이 씻어 쪽지와 함께 되돌려주었다. 그러면 다음 날 다시 도시락과 함께 쪽지가 왔다.
"언니, 오빠들에게 보냅니다. 꼭 보고 싶은 언니, 오빠들! 원하는 것이 이루어질 때까지 건강하세요. 안녕!"
"명동에는 명동성당이 있다", 김영현(소설가)

언니 오빠들이 집에도 안 가고 성당에서 농성을 하고 있는 모양이에요. 경찰에 포위되다 보니 안에는 먹을 게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조심스레 들려왔어요. 학생들이 자기 도시락을 담장 너머로 보내주고 있다는 소문이 선생님들 몰래 퍼져 나가고 있었어요. 저도 엄마한테 도시락을 하나 더 싸 달라고 해야겠어요.

최루탄 총소리가 한낮의 뜨거운 소나기처럼 쉬지 않고 들려왔어요. 언니 오빠들의 얼굴 위로 조금씩 힘든 모습이 스칠 때면 나도 따라 마음이 무거워져 가기만 했어요. 지금 저분들의 고생이 우리의 앞날을 바꿔줄 수 있을까요? 내일은 어떤 모습의 태양이 떠올라 우리를 밝게 비춰줄까요?

▲ 1987년 6월 12일 시민 학생들의 명동성당 농성을 지지하는 천주교 사제단이 '나라를 위한 특별미사'를 마친 후 행진하는 모습

"성당에 최루탄을 쏘는 것을 중단하라! 당신들이 성당에 이렇게 최루탄을 쏘는 것은 예수님께 총부리를 대는 것이나 다름없다. 책임자는 즉각 부대원들에게 최루탄 쏘는 것을 중지하도록 하라! 만일 계속 최루탄을 쏜다면 전두환 정권이 가톨릭 교회에 도전하는 것으로 간주할 것이다. 지금 선전포고 하는 것인가? 그렇다면 우리 사제들도 이에 응할 용의가 있다!"
1987년 6월 명동성당 주임신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