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최루탄 냄새가 시장 한가운데까지 날아오고 있어요. 이게 벌써 며칠 째인지 모르겠어요."

날이 갈수록 점점 더 심해지는 것 같아요. 신경질적인 재채기 소리가 시장 안을 떠돌아다니고 있네요. 그만큼 상인들의 불만도 높아져 가고 있고요. 하루 이틀도 아니고 허구헌 날 최루탄을 쏴대니 숨 쉬기도 힘이 들 정도에요. 그나마 우리 가게는 큰길에서 떨어져 있어서 그런지 좀 덜한 편이긴 해요.

▲ 1987년 6월 남대문 시장 한 가운데로 날아온 최루탄을 피해 흩어지는 시민들 ▲ 1987년 6월 13일 점심시간을 이용해 시위에 참가한 명동 주변의 회사원들을 향해 경찰이 최루탄을 발사하자 급히 자리를 피하는 모습

군사적 목적이나 대간첩 작전용으로 제조된 최루탄이 그 본래의 사용목적을 떠나 헌법상 보장된 국민의 기본권인 평화적 집회의 자유마저 원천적으로 박탈해 버리는 독재권력의 보호 수단으로 남용되어 국민 건강은 물론 생태계까지 파괴하고 있으며 특히 사용수칙이 지켜지지 않아 귀중한 생명을 잃게 되거나 신체에 치명적인 피해를 입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1987년 "최루탄조사대책위원회 보고서"

시위하는 사람들이 전경들을 뒤에 달고 시장 안으로 도망쳐 왔어요. 순식간에 험한 분위기가 연출됐지요. 겁먹은 전경들이 최루탄 몇 개를 던져놓고 시장 입구 쪽으로 도망치 듯 사라졌고요. 한낮의 후끈한 바람을 따라 매운 냄새가 순식간에 퍼져 나갔어요. 버려진 석회가루 같은 하얀 상처가 시장 골목 여기저기에 희미하게 남아있네요.

땀과 최루탄을 뒤집어쓴 사람들의 모습이 이제는 낯설지 않아요. 시장 안에 가득 찬 최루탄 가루를 물로 쓸어냈어요. 더위와 냄새에 지친 사람들의 갈증을 달래 주는 수돗물이 싸구려 파란 고무호스를 따라 뿜어져 나왔어요. 밤늦게 귀가하는 남편의 옷에서도 이상한 냄새가 풍기기 시작했어요. 요즘 세상을 가득 덮은 그 매운 냄새 말이에요.

▲ 1987년 6월 18일 "군부독재 종식을 위한 살인적 최루탄 추방대회", 서울지역 대학생대표자 협의회

최루가스에 눈물, 콧물, 재채기와 심신 무력증 외에 물집, 가려움증 등 피부병과 코감기 등 인후질환, 눈병, 신경질환 등을 앓는 사례가 적지 않습니다. 또한 최루가스는 자연생태계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쳐 세종대의 경우 교내 생태계의 먹이사슬까지 단절되었다고 합니다.
1987년 6월 18일 "군부독재 종식을 위한 살인적 최루탄 추방대회", 서울지역 대학생대표자 협의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