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일 수 없이 수많은 밤을 내 가슴 도려내는 아픔에 겨워 얼마나 울었던가 동백아가씨."

이미자의 '동백 아가씨'. 23년 전 첫눈에 반해 버린 노래예요. 라디오 전파를 타고 무심결에 흘러나오던 저 노래가 내 인생을 바꿔버렸죠. 나는 매일 밤 무대에 올라 화려한 조명 아래서 노래하는 카나리아가 되었어요.

▲ 1987년 9월 1일 시민사회단체에서 제작해 시민들에게 나눠준 민주화운동 관련 간행물 ▲ 1987년 9월 2일 "판금 도서 해금에 대한 대문공부 공개요구서", 한국출판문화운동협의회

기왕에 판금 된 서적들은 선별적으로 해금될 것이 아니라, 전면 해금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는 기왕의 판금조치가 하등의 법적 근거가 없었다는 점에서 볼 때, 법률에 의거한 합법성도, 정책적 합리성도, 도덕적 정당성도 없는 행위라는 점에서, 그리고 적어도 문화예술의 자율화는 기왕의 억압적 문공정책을 전면 백지화하는 데에서 출발해야 한다는 점에서도, 거듭 생각할 이유가 없는 것입니다.
1987년 9월 2일 "판금 도서 해금에 대한 대문공부 공개요구서", 한국출판문화운동협의회

'동백 아가씨'는 방송에서 들을 수 없던 노래였어요. 노래가 발표되고 엄청난 인기를 얻었지만, 1년 후 방송 금지곡으로 지정됐기 때문이에요. 이 노래가 '왜색풍'이래요. 하지만 이 말을 고지 곧대로 믿는 사람들은 별로 없었어요. 저도 그랬고요. 두 가지 풍문이 기억나요. '한일국교 정상화' 강행과 관련이 있다는 말과 사실은 박정희 전 대통령도 '동백 아가씨'의 팬이었다는 소문 말이에요.

오늘 이 노래가 풀려났어요. 김민기의 '아침이슬'도 자유를 찾았대요. 모두 800여 곡이나 된다고 하더라고요. 22년이나 걸렸지 뭐예요. 6월항쟁이 우리에게 노래를 돌려준 거죠. 이런 게 바로 민주주의 아니겠어요? 나는 오늘 이 노래를 가지고 무대에 오를 생각이에요. 기억할만한 저녁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에요. 다 같이 이 아름다운 노래를 즐겨주세요. 자유를 만끽하는 행복한 밤이 될 수 있도록...

▲ 1987년 9월 5일 거리시위를 진압하기 위해 출동한 전경에게 평화를 상징하는 꽃을 나눠주고 있는 시민

방송심의위원회(위원장 김춘수)는 지난 65년 3월부터 규제해 온 방송금지가요 8백32곡을 5일부터 해제키로 했다. 이중엔 지난 8월 18일 공연윤리위원회가 해금한 가요 1백86곡 중 '동백아가씨', '고래사냥', '한잔의 추억' 등이 포함됐는데, '구름편지', '계약결혼', '돌아가자 남해 고향' 등 14곡은 방송 부적격 가요로 판정, 계속 규제키로 했다. 방송심의위원회는 이번 심의에서 월북작가의 가요 95곡은 심사대상에서 제외했다.
1987년 9월 5일 "'동백아가씨' 오늘부터 방송", 경향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