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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잠원동의 한 공인중개사 매물 실시간 현황. 호가가 급격히 올라, 오전에서 오후로 넘어가는 짧은 기간에도 시세가 2000만원 오르는 경우도 있다.
 서울 잠원동의 한 공인중개사 매물 실시간 현황. 호가가 급격히 올라, 오전에서 오후로 넘어가는 짧은 기간에도 시세가 2000만원 오르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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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전까지만 해도 10억1000만 원이었는데, 오후 되니까 10억3000만 원으로 올랐네요."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잠원동, 최근 아파트 매매가 동향을 묻자 이찬흠 부동산넷 대표는 아파트 매물 현황 모니터를 보여줬다. 한신8차 17평형 매물이 이날 오전만 해도 10억 1000만 원이었는데, 점심시간이 지나자 호가가 2000만 원이 올랐다는 것이다.

"점심 먹고 나니 호가 2000만 원 상승...이런 경우 처음"

이 대표는 "최근에는 사려는 사람이 절대적으로 많은 반면, 팔려는 사람은 오히려 물건을 빼면서, 거래는 더 안 되는 추세"라면서 "팔려는 사람이 호가를 올리다보니 전혀 생각하지도 못하는 가격을 갱신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집주인들이 매물을 거둬들이면서 매물이 평소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다른 부동산중개사의 설명도 비슷했다. 김장녀 잠원동 한양공인중개사 대표는 "요즘은 계약하려고 앉으면 집주인이 500만 원을 더 부르는 분위기"라면서 "매도자가 우위인 특수한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잠원동 지역의 호가 상승은 한신4지구가 주도하고 있다. 현재 조합설립단계인 한신4지구는 총 2800여세대의 재건축을 계획하고 있다. 실제로 한신4지구에 속한 17평짜리 아파트는 10일 전만 해도 8억 후반대였지만, 지금은 10억 수준에 육박하고 있다. 한신4지구가 오르니 나머지 소규모 재건축아파트나 신축 아파트도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폭등세다.

김 대표는 "사실 지난 1~2월까지만 해도 가격이 하락하는 단지도 있었는데, 3월 거래가 진행되면서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면서 "한두 달 사이에 1억씩 오르고, 물건도 없다보니 아예 물건을 보지 않고 매물만 나오면 사려는 사람도 있다"라고 말했다.

압구정, 한달 전에 붙여놓은 시세 의미 없어져 "그새 4억 뛰었다"

서울 압구정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시세 현황판. 현황판에 나온 시세보다 많게는 4억원 가량 올랐다.
 서울 압구정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시세 현황판. 현황판에 나온 시세보다 많게는 4억원 가량 올랐다.
ⓒ 신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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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현대가 있는 강남구 압구정동도 불이 붙었다. 이날 방문한 압구정동 아산공인중개사 사무실 안에는 '현대 65평 34억, 현대 35평 17억' 등 시세 현황이 붙어있었다. 하지만 한달 전에 정리한 거라 지금은 별 의미가 없게 됐다.

옹유진 아산공인중개사 실장은 "한달 전에 붙여놓은 가격인데, 지금은 호가가 급등해, 최소 1억 원에서 많게는 4억 원 올랐다"면서 "실제로 최근에 압구정 한강변에 있는 65평형 아파트가 38억에 거래되기도 했다"라고 밝혔다.

그는 "거래가 한 번 이뤄지면, 그 다음에는 5000만 원씩 올라 거래가 되는 분위기"라면서 "원래 매물 수요가 많지 않았지만, 최근에는 가격 상승 기대감에 매물을 거둬들이는 분위기여서, 압구정 구현대는 현재 매물이 10개 수준에 불과하다"라고 말했다.

현지 공인중개사들도 급등하는 이유에 대해 확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이종국 온누리공인중개사 소장은 "지난해에는 개포 재건축이 뜨면서, 덩달아 오른다는 이유라도 있었지만, 요즘은 특별한 호재도 없는데 오른다"라면서 "사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내려갈 거라고 예측했는데, 그 예측이 다 틀렸고, 향후 예측도 의미가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강남 4개 동 아파트 113개 단지 중 91개 단지 최고 시세 경신

서울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 최근 들어 시세가 급등하고 있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 현대아파트. 최근 들어 시세가 급등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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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지역 아파트의 이상 급등세는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오마이뉴스>는 KB 부동산 시세에 나타난 강남 지역 4개 동(잠원, 반포, 개포, 압구정)의 시세를 살펴봤다. 올해 들어 4개동 전체 113개 아파트 단지 가운데, 91개 단지가 지난 2014년 이래 최고 시세를 경신했다.

동별로 보면 서초구 잠원동은 48개 단지 가운데 40개 단지, 반포동은 23개 단지 중 18개 단지가 최고 시세 기록을 갈아치웠다. 강남구 압구정동은 22개 중 17개, 개포동은 20개 단지 가운데 16개 단지가 최고 시세를 기록했다.

이들 단지는 모두 3~4월을 기점으로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개포 주공5단지(53.98㎡)는 4월 일반평균가가 8억5750만 원이었지만, 5월에는 1억 원 가까이 오른 9억4500만 원이었고, 잠원동 녹원한신(84㎡)도 4월 11억3500만 원에서 5월 12억2500만 원으로 껑충 뛰었다.

압구정 현대2차(160.28m²)는 5월 일반평균가가 26억2500만 원으로 전달보다 1억 올랐고, 한양8차(210.1m²)는 4월보다 1억5000만 원 오른 32억 원을 기록했다.

압구정현대, 개포주공4단지 등 실매매가가 시세 웃돌아

이와 같은 강남 지역 부동산 급등세는 시세와 매매가 차이에서도 나타난다. 실제 거래된 매매가가 시세(호가)를 웃도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는 부동산 시장 급등기에 나타나는 일반적인 현상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압구정현대2차(160.28m²)는 4월 25일 27억6000만 원에 거래돼, 5월 평균 시세(26억2500만 원) 수준을 웃돌았다. 개포주공4단지(35.87m²)는 4월 1일 8억7700만 원에 거래됐지만, 26일에는 9억4000만 원으로 급등해, 평균 시세(8억9500만 원)를 훌쩍 뛰어넘었다.

잠원동 신반포 한신11차(76.4m²)도 4월 27일 11억3000만 원에 거래돼, 5월 평균 시세(10억7500만 원)보다 5500만 원 높았다. 서초구 잠원동 녹원한신(84.75m²)도 4월 1일 12억2000만 원에 거래돼 4월 평균 시세(11억3500만 원)보다 훨씬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찬흠 잠원동 부동산넷 대표는 "현재는 수요가 절대적으로 많아 집주인이 부르는 대로 거래되는 상황"이라면서 "평균 시세가 아니라 최고 시세 수준에서 실거래가 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재건축 사업 속도 내고, 심리적 기대감 작용하면서 상승"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아파트 단지.
 서울 서초구 잠원동의 아파트 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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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최근 재건축 사업 진행이 빨라지고,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작용하면서 상승세를 이어가는 것으로 보고 있다.

김은진 부동산114 리서치팀장은 "서울 지역의 신규 분양가가 올라가고, 재건축 사업이 속도를 내는데 맞춰 기존 아파트들의 시세도 덩달아 오르고 있다"라면서 "올해 서울 지역에는 입주 물량도 많지 않아 연말까지 상승세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밝혔다.

최환석 하나은행 부동산자문센터 팀장은 "지난해말 탄핵정국이 되면서 심리적인 위축세가 상당히 컸고, 새 정부가 출범하면서 그런 불안감이 해소되면서, 매매 수요도 많아진 것 같다"면서 "심리적인 부분은 시간이 지나면 해소되기 때문에, 상승세가 지속될지 여부는 6월 시장의 흐름을 지켜봐야 한다"라고 분석했다.


태그:#아파트 급등, #강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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