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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환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법률구조공단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불거진 여성비하와 허위 혼인신고, 아들 퇴학 무마 의혹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 허위 혼인신고, 여성비하 해명하는 안경환 안경환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법률구조공단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불거진 여성비하와 허위 혼인신고, 아들 퇴학 무마 의혹에 대해 해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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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대 여성의 동의 없이 몰래 혼인신고를 한 전력이 알려져 논란이 된 안경환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과거 잘못을 전부 인정하고 사과했다. 하지만 후보자 사퇴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그는 기자회견 내내 작고 조심스러운 목소리로 잘못을 해명했지만, 검찰 개혁과 법무부 탈 검찰화를 강조하는 부분에서는 목소리를 키웠다.

"이기심에 눈 멀었다" 혼인 무효 전력 전부 인정

안 후보자는 16일 오전 11시 서울시 서초구 법률구조공단 9층 회의실에 굳은 얼굴로 등장했다. 남색 재킷에 하늘색 타이를 맨 후보자는 기자회견에 앞서 100여 명의 취재진을 향해 허리를 숙였다.

이어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입을 뗀 안 후보자는 가장 먼저 여성 동의 없이 허위로 혼인 신고를 하고 법원으로부터 혼인 무표 판결을 받은 일을 전적으로 인정했다. 그는 "당시 이기심에 눈이 멀어 사랑하는 사람과 그 가족에게 실로 어처구니없는 잘못을 저질렀다"면서 "즉시 잘못을 깨닫고 반성하고 후회하며 살았다"고 밝혔다.

고교 퇴학 위기에 있던 아들의 징계를 낮추는 데 개입했다는 의혹은 부인했다. 안 후보자의 아들은 지난 2014년 이성교제 문제로 선도위원회에 회부됐으나 재심 끝에 퇴학 처분을 면했다. 이때 안 후보자가 학교에 제출한 탄원서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의혹이다. 안 후보자는 "교육자로 살아온 저에게 가장 뼈아픈 부분"이라면서도 "징계 절차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한 적은 결코 없다"고 밝혔다. 또한 "탄원서 제출은 학교장의 요청으로 이뤄졌다"면서 "이때 쓴 두 장의 탄원서를 공개하겠다"고 밝혔다.

여성 비하 표현이 포함돼 논란이 된 저서와 칼럼에 대해선 '전체 맥락을 봐달라'는 기존 입장을 유지했다. 안 후보자는 "지금 되돌아봐도 부족한 글이지만 책과 글의 전체 맥락을 감안하여 읽어달라"며 "남성의 본질과 욕망을 드러냄으로써 같은 남성에게 성찰과 반성의 기회를 주려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청와대 인사 검증 집중 질문... "2006년에 이미 해명"

이후 약 30분 간 진행된 질의응답에서는 청와대의 인사 검증이 첫 번째 화두였다. 같은 날 오전 청와대 한 관계자가 안 후보자의 몰래 혼인신고 이력을 두고 '상대 여성에게 이혼 경력을 남기지 않도록 하기 위한 배려 차원'이라고 해명했기 때문이었다.

청와대가 후보자의 과거 전력을 전부 알면서도 거짓으로 해명한 것이냐는 질문에 안 후보자는 "2006년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취임 당시 사전 검증에서 혼인 무효 이력을 말했고 현 청와대가 그걸 그대로 받아들인 줄 알았으나 제대로 공유되지 않은 것 같다"고 답했다. 또 후보자 지명 전후에 청와대가 이 문제를 질의한 적 없으며 구체적으로 설명한 건 최근 일주일 사이의 일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당시 판결문이 언론에 유출된 경위에 대해선 의구심을 표했다. 그는 "처음에 상세한 판결문의 존재까지 알려지지 않았는데 그게 어떻게 공표됐는지 의문"이라며 "개인 사생활과 관련된 것이고 상대방이 공직자가 아닌 사인인데, 사인과 관련된 분쟁의 판결문이 어떤 식으로 언론에 유출됐는지 그 절차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검찰이나 법원이 고의로 유출했을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모르겠다"고 답했다.

안 후보자는 과거 잘못을 솔직하게 털어놓았지만 이것이 법무부 장관으로서의 '결격사유'라고 보진 않았다. 사퇴 여부를 묻는 질문에 그는 "제게 분명 모든 책임이 있지만, 사퇴할 정도의 책임을 져야 하는지에 대해선 달리 생각한다"라며 "모든 흠에도, 과거의 잘못에도 불구하고 눈 앞에 닥친 가장 큰 국정 과제이자 국민의 염원인 검찰 개혁과 법무부 문민화 작업을 수행할 기회를 달라"고 밝혔다.

한편, 이날 안 후보자는 기자회견 생중계를 하던 방송사 카메라 및 사진 카메라 기자들을 퇴장 시킨 상태에서 취재기자들과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안경환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법률구조공단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불거진 여성비하와 허위 혼인신고, 아들 퇴학 무마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 해명 나선 안경환 “청문회에서 총체적으로 평가해 달라” 안경환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법률구조공단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불거진 여성비하와 허위 혼인신고, 아들 퇴학 무마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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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질의응답을 정리한 내용이다.

- 혼인신고 관련 사안은 (청와대에) 미리 해명했나.
"그 부분은 제가 국가인권위원장 취임 당시 사전 검증 때 상세히 해명했다."

- 이 일에 형사적 책임은 없었는지.
"형사(처벌 여부로) 문제된 적 없다."

- 군복무 문제는.
"제가 사병으로 입대해 행정병으로 근무하다 폐결핵 등이 발생했다. 국군병원에서 몇 개월 치료를 받았는데 현역 복무 부적격으로 의가사 제대했고, 이후 3년간 치료를 계속 했다."

- 청와대에서는 후보자가 상대 여성을 배려하기 위해 혼인무효소송을 했다던데, (후보자 설명대로라면 허위신고로 소송을 진행했다는 것을) 청와대도 다 알면서 그렇게 해명했다고 봐야 하나.
"그건(청와대 해명 부분은) 잘 모른다. 이 일은 전적으로 제 책임이다. 저는 2006년에 해명했고, 그걸 그대로 받아들인 줄 알고 있다. 제 나름대로 소명했다."

- 후보자 지명 전후로 청와대에서 이 문제를 질의한 적이 없다는 말인가.
"예."

- 그럼 언제쯤 청와대에서 질의가 왔고, 후보자가 해명했나.
"정확한 날짜는 기억 못하는데 며칠 전인가, 일주일 전인가..."

"2006년 인권위원장 후보 때 해명... 청와대도 최근 질의해"

- 결과적으로 2006년의 해명이 현재 청와대 구성원에게 공유되지 않았다는 뜻인가.
"그렇게 추측할 수 있다."

- 2006년에도 '여성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한 결정'이라고 해명했나. 구체적인 내용을 알려달라.
"그때는 그렇게 깊이 이 문제를 질문하지 않았다. 기록을 토대로 저한테 물어서 상황을 설명했고, 모든 게 제 불찰이라고 말씀드렸다. 당시는 제 입장을 얘기하면 불가피하게 상대방 얘기가 나올 수밖에 없었고, 그분들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해서 이것이 문제된다면 날 (인권위원장) 임명에서 제외해달라고 했다."

- 이번에 청와대가 문제삼으면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서 사퇴할 생각인가.
"제게 분명 모든 책임이 있지만, 사퇴할 정도의 책임을 져야 하는지에 대해선 달리 생각한다. 모든 흠에도, 과거의 잘못에도 불구하고 눈 앞에 닥친 가장 큰 국정 과제며 국민의 염원인 검찰 개혁과 법무부 문민화 작업에 제가 쓸모있다고 생각해 (정부가) 저를 기용했다. 수많은 제 흠결보다 저의 모든 부분을 국민의 입장에서 총체적으로 평가해달라. 기회를 준다면 (장관직을) 수행하겠다. 청문회까지 사퇴할 생각은 없다."

- 혼인무효소송까지 간 것을 본인의 이혼경력을 숨기려는 의도로 볼 수도 있는데 사법기관의 판결을 사사롭게 이용한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이혼한 것이 자랑스럽지는 않다. 그렇지만 제 국정 수행 능력과는 직접 관련이 없다고 본다. 검찰과 법무부 업무에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주시길 바란다."

- 아들 고등학교 탄원서 제출 시점이 교내 징계위원회에서 첫 번째 의견(퇴학처분)을 내기 전인가 후인가.
"제가 기억하기로는 첫 번째 선도위원회에서 학부모가 출석하거나 의견서를 내라고 했는데 출석할 면목이 없어서 의견서를 제출했다. 두 번째 선도위에서 찬반 대립이 있던 것으로 아는데, 거기서 결정이 나면 교장이 최종 결정을 한다. 그런데 교장이 그 부분을 보고 다시 재심을 열어야겠다고, 좀 더 상세히 학생의 반성문과 부모의 탄원서를 내라고 해서 좀더 길게 써서 보냈다. 재심을 열기 전에 탄원서를 한 번 더 제출한 것이다."

- 과거 기고문 중에 음주운전 이력을 고백한 글이 있다. 그 부분도 공직 수행 능력에 문제가 없다고 보는가.
"아니다. 현재로선 공직 수행에 문제가 있다고 보지만, 당시 일반적인 사람들 입장에서 인사청문회 대상이 되는 가상의 후보를 설정하고 글을 썼다. (음주운전은) 전적으로 제 잘못이고, 가슴에 새기고 살고 있다. 하지만 당시 형사문제가 되지 않았다. 형사적 제재를 받은 적이 있다면 법무부 장관 결격사유라고 본다."

- 아들 문제를 두고 '잘잘못을 떠나 가슴이 아프다'고 했는데.
"잘못을 한 게 분명하다. 나름 변명의 여지가 조금 있을지 모르나 의미 없는 일이고 일단 잘못된 것이다."

- (혼인무효소송) 상대방이 형사고소를 하지 않았나.
"예, 그런 건 없었다."

- 결혼을 정확히 두 번 했나, 세 번 했나.
"개인적인 사생활에 관련해선, 제가 결혼을 몇 번 했는지는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아도 되지 않겠나."

- 만약 사문서 위조라면 지금 법적으로 어느 정도의 처벌을 받게 되나. 당시 형사고발됐다면 사문서 위조 혐의 아닌가.
"구체적인 법 조문은 잘 모른다. 문제가 안 됐기 때문에."

- 기소유예를 받았다던데.
"저는 형사절차에 소환되거나 문제된 적이 없다. 기록을 찾아봐도 한 번도 없었다."

"분명 제 잘못... 국민 지지 있다면 업무 수행에 지장 없을 것"

안경환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법률구조공단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불거진 여성비하와 허위 혼인신고, 아들 퇴학 무마 의혹에 대해 해명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이날 안 후보자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저에게 주어진 마지막 소명으로 생각하고 국민의 여망인 검찰 개혁과 법무부 탈검사화를 반드시 이루겠다”고 말했다.
▲ 고개 숙인 안경환 안경환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법률구조공단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불거진 여성비하와 허위 혼인신고, 아들 퇴학 무마 의혹에 대해 해명한 뒤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있다. 이날 안 후보자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저에게 주어진 마지막 소명으로 생각하고 국민의 여망인 검찰 개혁과 법무부 탈검사화를 반드시 이루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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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일은 개인적 자질 문제를 뛰어넘는 사안 아닌가.
"(법무부 장관이란 자리에) 스스로 모자라기 짝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30년 가까이 교수로 일하며 법원과 검찰에 관심이 있었고 특히 10여년 전 법무부 정책위원회 위원장으로 봉사했다. 그때 법무행정 지식을 갖게 됐고, 비슷한 시기 검찰위원회 활동을 한 배경도 도움이 됐다. 무엇보다 법학자로선 세상 흐름에 대해 관심을 가졌기에 여러 흠결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이) 저를 적임자라고 본 것 같다."

- 후보자 말씀대로 이해하자면 민사는 문제가 있지만, 형사 문제는 없으니 장관 직무수행이 가능하다는 말 같다.
"그런 뜻이 아니다. 분명 제 잘못이 있다. 사람마다 흠이 있고, 저는 많다. 그러나 (혼인무효는 40여년 전 있었고, 그 일로) 형사적인 문제까지 가는 것은 다른 시대에 사람들 사이에서 일어나는 분쟁과는 차이가 있다고 본다. 제가 형사 처분을 받은 적이 있다면 법무부 장관으로선 흠이다."

- 법조계 내부에선 안타깝지만 후보자가 물러나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장관으로서 그 분들도 통솔하고 이끌어가야 하는데 어떻게 설득할 것인가.
"우선 청문회에서 제 흠결과 과거 잘못을 포함해 제 칠십 인생 전체를 종합적으로 판단받고, 그 결과 제 많은 흠에도 국민들이 기대한다고 결정하면 당연히 그 일(장관직)을 하겠다. 국민적 지지가 있다면, 제 업무를 수행하는 데에 큰 지장이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 만약 청문회를 통과하더라도 검찰총장 임명 전일 텐데 검찰 인사는 총장 임명 때까지 기다릴 것인가.
"그 부분은 제가 검찰의 현재 상황을 지켜보겠다. 법적으로 총장이 없어도 직무를 대행하는 (대검찰청) 차장이 있기 때문에. 또 최종 인사권자는 대통령이다. 시기적으로 언제가 제일 적합한지 지켜보겠다."

- 국민이 받아들이면 장관직을 수행하겠다는 취지인데, 그 판단 기준을 어떻게 삼을 것인가. 청문회 보고서 통과 아니면 국민적 여론인가.
"제가 결정할 일은 아니고, 대통령이 최종 결정할 일이다."

-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내각 인선을 두고) 강경모드로 간 적 있는데 그것까지 염두에 두고 청문회에 임하는 것인가.
"그건 제가 드릴 말씀이 아니다. 저는 여러 흠에도 불구하고 국회 인사청문회로 제 인생 전체에 대한 공과 흠을 평가받겠다."

"청와대는 검증했을 것... 판결문 유출 절차 의문스러워"

안경환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법률구조공단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불거진 여성비하와 허위 혼인신고, 아들 퇴학 무마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 안경환 "죽는 날까지 사죄하며 살겠다" 안경환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법률구조공단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최근 불거진 여성비하와 허위 혼인신고, 아들 퇴학 무마 의혹에 대해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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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와대에서 먼저 후보자 검증 동의하냐고 물었을 텐데, 그때 이혼 경력 보고했나.
"거기에 호적관련 사항도 포함되지 않나. 청와대에서 그 정도는 기본적으로 자료 통해 검증하지 않겠나."

- 후보자가 직접 말 안 했어도 서류로 당연히 알았을 것이라는 얘기인가.
"검증 동의 자료 제출했다. 요즘 이혼 경력을 먼저 제출하는 관행이 있는가."

- 최근에 청와대에서 혼인신고 관련 질의가 왔다고 했는데 민정수석실 쪽이었나.
"내부 직제에 대해 제가 특정해서 말하긴 어렵다. 양해 부탁한다."

- 당시 청와대에선 아무런 반응이 없었나.
"저에게 상황 설명을 요구했다."

- 설명 뒤에는 현재까지 별다른 조치가 없다고 보면 되는가.
"지금 특히 판결문 관련해서는 처음에 상세하게 판결문의 존재까진 알려지지 않았다. 그 판결문이 어떻게 공표됐는지 의문이 있다. 개인 사생활과 관련된 것이고 상대방은 공직자도 아니고 공직 후보자도 아닌 사인인데 사인과 관련된 분쟁에 대한 것이 어떤 식으로 언론에 유출됐는지 그 절차가 의문이다."

- 검찰이나 법원에서 고의적으로 유출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그건 모르겠다. 추측할 수 없다."


태그:#안경환, #법무부, #인사청문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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