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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복을 입은 고 김관홍 잠수사. 17일은 그가 세상을 떠난지 1년이 되는 날이다.
▲ 고 김관홍 잠수사 잠수복을 입은 고 김관홍 잠수사. 17일은 그가 세상을 떠난지 1년이 되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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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김관홍 잠수사의 추도식 1주기 제사상. 문어숙회와 체리, 커피가 올려졌다.
▲ 김관홍 잠수사의 제사상 고 김관홍 잠수사의 추도식 1주기 제사상. 문어숙회와 체리, 커피가 올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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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어숙회, 체리, 커피, 소주 그리고 담배...'

17일 고 김관홍 잠수사의 1주기 제사상에 오른 것들이다. 김 잠수사의 아내 김혜연씨는 "생전에 남편이 좋아한 음식들"이라며 "원두커피를 특히 좋아했다"고 말했다. 때문일까? 아내 김씨는 김 잠수사의 추도식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커피 한 잔씩을 건넸다.

김 잠수사의 아내는 "경황이 없다" 말하면서도 추도식에 참석한 사람들을 향해 밝은 모습을 잃지 않았다. 세 명의 자녀들에게는 "아빠한테 하고 싶은 말을 꼭 건네라"며 아이들을 살뜰하게 챙기는 모습을 보여줬다.

이날 경기도 고양시 벽제중앙추모공원에서 열린 김 잠수사의 1주기 추도식엔 '세월호 변호사'라 불렸던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을 비롯해 단원고 희생학생 장준영군의 아버지 장훈씨, 김 잠수사의 가족과 친구들 이십여 명이 참석했다.

고 김관홍 잠수사의 1주기 추도식, 시민들은 그를 잊지 않겠다며 글을 남겼다.
▲ "김관홍 잠수사, 잊지 않겠습니다" 고 김관홍 잠수사의 1주기 추도식, 시민들은 그를 잊지 않겠다며 글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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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않겠다' 다짐 밝힌 시민들... 세월호 피해자법, 1년 넘게 계류 중

김관홍 잠수사의 납골당에는 작은 수첩이 걸려 있다. 그곳엔 그를 그리워하며 시민들이 적어놓은 메시지가 빼곡했다.

"김관홍 잠수사님, 잊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저도 잊지 않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김 잠수사를 잊지 않겠다는 시민들의 다짐, 이에 대해 박주민 의원은 "국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했을 때 용기내서 행동해준 김관홍 잠수사에 대한 미안함 때문"이라고 밝혔다.

박 의원은 이 말을 하곤 한참을 김관홍 잠수사가 모셔진 납골당 주변을 서성였다. 김관홍 잠수사가 지난 20대 총선 서울 은평갑 지역구에 출마한 박주민 후보 캠프에서 운전기사와 수행비서 역할을 자처하며 적극적으로 선거운동을 도왔던 까닭이다.

특히 박 의원은 김관홍 잠수사와 논의해 세월호 피해지원법(4.16세월호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 개정안을 마련했다. 하지만 1년이 넘도록 개정안은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

박 의원은 "민간잠수사나 희생된 소방공무원, 진도 어민 등도 피해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대상을 더 넓혀야 한다"며 "정권이 바뀐 만큼 7월에는 통과될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힘들어 죽을 것 같다"고 외친 잠수사... 국가는 외면

세월호 단원고 희생학생 장준영 군의 아버지 장훈씨가 고 김관홍 잠수사 납골당 앞에서 그를 추억하고 있다.
▲ '보고싶은 사람 김관홍' 세월호 단원고 희생학생 장준영 군의 아버지 장훈씨가 고 김관홍 잠수사 납골당 앞에서 그를 추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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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12월 16일, 김관홍 잠수사는 '4.16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에 관한 제1차 청문회'에 참고인으로 출석해 중요한 증언을 했다.

김 잠수사는 "세월호 참사 뒤 7월 10일까지 이어진 수색 과정에서 의료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히며 "오히려 국가가 잠수사들 사이에 갈등을 불러일으켰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세월호 참사 현장에 자발적으로 모인 잠수사들은 세월호 희생자 가운데 292구를 수습하고 현장을 떠났지만 이에 걸맞은 대우를 받지도 못했다. 오히려 '하루에 100만 원을 벌었다'며 주변의 오해를 받았다. 대부분의 잠수사들은 참사 후 생긴 잠수병 등 트라우마를 앓아야 했다.

이런 가운데 수색구조 과정에서 민간 잠수사 한 명이 잠수 중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나자, 검찰은 민간 잠수사 가운데 최선임 잠수사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형사 고발하기도 했다. 이후로 형사 고발당한 이 잠수사는 1년 4개월간 재판을 받으며 고초를 겪었다.

김 잠수사의 상황도 다르지 않았다. 그는 세월호 참사 이후, 과도한 잠수 후유증과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잠수사를 더 이상 할 수 없어 아내와 함께 화원을 운영했다. 이것으로도 생계 유지가 어려워 밤마다 대리운전을 했다.

김 잠수사는 "2014년 12월 잠수사들에 대한 모든 치료 지원이 끊겼고, 1월에 언론을 통해 호소하자, 2월부터 한 달만 추가로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며 "트라우마에 대한 정신과 약물치료는 7월까지 자비로 병원을 다녔다"고 밝혔다.

아픈 김 잠수사를 단원고 희생학생의 유족들이 안아줬다. 희생학생 장준영군의 아버지 장훈씨는 김 잠수사를 추억하며 "유가족 중 가장 먼저 나에게 형이라고 불러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 잠수사가 생전에 힘들 때면 새벽에 전화가 와 힘들어 죽겠다고 울면서 말했다"고 전했다. 장훈씨는 "(김 잠수사를) 이렇게 보내니 못해준 기억만 난다"며 "그의 이야기를 더 받아줄 걸..." 하고는 담배에 불을 붙였다.

김관홍 "뒷일을 부탁한다"... 영화 <잠수사> 개봉

영화 <잠수사>의 박종필 감독이 고 김관홍 잠수사의 납골당에서 그를 추억하고 있다.
▲ 김관홍을 추억하며 영화 <잠수사>의 박종필 감독이 고 김관홍 잠수사의 납골당에서 그를 추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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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홍 잠수사의 생일은 6월 20일이다. 김 잠수사는 생일을 사흘 앞둔 지난해 6월 17일 오전 자택 인근의 화원 비닐하우스 안에서 숨진 채로 발견됐다.

김 잠수사가 살아 있을 때부터 그의 기록을 담은 416연대미디어위원회의 박종필 감독은 추도식 당일 이른 아침부터 납골당을 찾았다.

김관홍 잠수사의 삶을 다룬 영화 <잠수사>를 연출한 박 감독은 "김 잠수사가 생전에 많이 힘들었을 것"이라며 "잠수사들이 매도되는 현실이 무엇보다 괴로웠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감독은 '뒷일을 부탁한다'는 김관홍 잠수사의 마지막 말처럼 "잠수사들의 명예회복과 살아생전에 김 잠수사가 하려고 했던 것을 대신 이어가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김관홍 잠수사를 주인공으로 한 박 감독의 영화 <잠수사>는 서울 대학로 시네마달에서 공동체 상영중이다.

김관홍의 세 자녀와 아내 그리고 '꽃바다'

김관홍 잠수사의 아내 김혜연씨는 추도식장에서 손님들이 모두 빠져나간 뒤 남은 음식들을 정리했다. 그런 엄마를 김관홍의 세 자녀는 옆에서 가만히 지켜봤다. 이들은 17일 오후 7시 광화문에서 열리는 남편의 1주기 추도식에 자녀들과 함께 참석할 것이라 했다.

현재 김 잠수사의 아내 김혜연씨는 서울 은평구 갈현동에서 꽃집 '꽃바다'를 혼자 운영하고 있다. 꽃집 운영을 기반으로 김 잠수사의 남은 네 가족이 삶을 지켜나가고 있다. 결코 쉽지 않은 일상이다.

이날 추도식에는 김 잠수사의 친구들이 '꽃바다'가 새겨진 수백장의 명함을 들고 참석했다. 그리곤 추도식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갖고 온 명함을 한 통씩 나눠줬다. '뒷일을 부탁한다'며 김관홍 잠수사는 떠났지만 남은 이들이 모여 그의 말을 잇고 있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 김관홍 잠수사의 납골당을 바라보고 있다.
▲ "보고싶다 김관홍"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고 김관홍 잠수사의 납골당을 바라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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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김관홍, #박주민, #추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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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조팀 취재기자. 오늘도 애국하는 마음.

행복의 무지개가 가득한 세상을 그립니다. 오마이뉴스 박혜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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