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황정민과 소지섭 등이 출연하는, 영화 <군함도>의 개봉 예정일이 7월 26일로 확정되었다. 이를 두고 진실된 역사를 요구하는 한국의 목소리와, 산업발전의 상징일 뿐이라는 일본 정부의 입장이 시간이 갈수록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다. 더욱이 일본 정부가 군함도의 세계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어, 이번 영화는 위 사건과 문제를 엄청난 사회적인 화제로 이끌고 있다.

군함도는 섬의 전체적인 모습이 일본의 군함과 비슷하여 지어진 이름이다. 1960년대까지 다카시마와 함께 일본의 근대화를 떠받치며 광업도시로 성장해 번영을 누렸으나, 석탄 수요 감소로 인한 폐광 이후 주민들이 전부 섬을 떠나며 지금은 무인도가 된 상태에 있다. 하지만 이 군함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조선인들을 강제 징용했다는 사실이다. 당시 징용을 주도하였던 기업인 미쓰비시 중공업은 아직까지도 생존자들에게 어떠한 보상도 하고 있지 않으며, 나가사키 시 역시 조선인 징용자에 대한 언급은 일절 하고 있지 않다.

일본인에게 있어 군함도란, 인간의 목숨을 걸고 생존을 개척한 삶의 결과물이었다
▲ 군함도박물관의 프로젝션 맵핑 일본인에게 있어 군함도란, 인간의 목숨을 걸고 생존을 개척한 삶의 결과물이었다
ⓒ 서원종

관련사진보기


군함도에 가려면 나가사키 항구의 선착장을 이용해야 한다. 오래전부터 나가사키 항구에서는 군함도를 여행 상품으로 개발하여, 세계유산과 연관된 군함도의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에 대하여 어느 해운사의 관계자는, "군함도의 세계유산 등재가 추진된 이후 관광객의 수가 급증했다"고 밝혔다. 일본 근대화산업의 현장을 직접 보고 싶어 하는 일본인과, 아픈 역사의 현장을 직접 보고자 하는 한국인이 주 축울 이룬다고 한다.

날씨가 좋고 파도가 높게 치지 않는다면 군함도에 직접 상륙할 수도 있지만, 군함도 자체의 선착장의 상황이 그다지 좋지는 않아 파도가 아주 조금만 높아도 배를 정박할 수가 없다. 이런 아쉬움을 달래기 위한 일환으로 사립 시설이긴 하지만 군함도에 관련하여 '군함도 디지털 박물관'도 운영되고 있었는데, 이 박물관을 설립한 박물관장인 쿠온 류지씨와 함께 군함도와 한일문제에 대한 인터뷰를 나눌 수 있었다.

쿠온씨의 친모는 한국인이다. 외조부는 한국전쟁에 참전하신 참전용사이다. 자신이 일본에 살며 한국과 일본 두 입장을 객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때가 많았다고 밝힌 쿠온씨는, 한국과 일본 모두에게 문제점이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는 말로 입을 열었다. 서로 인정하지 않는 불신과 불통이 외교적 마찰을 이 상황까지 만들었다는 것이다. 물론 객관적인 사실을 더 인정하지 않는 쪽은 일본이라는 것은 인정하였다.

1960년대 군함도의 TV 보급률은 완벽에 가까웠을 정도로, 군함도는 일본 근대화의 초석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군함도 주택의 내부 재현 모습 1960년대 군함도의 TV 보급률은 완벽에 가까웠을 정도로, 군함도는 일본 근대화의 초석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 서원종

관련사진보기


미래를 보며 세계를 향해야 할 때, 자신의 잘못에 대해 아무것도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이다. "일본과 한국은 서로에게 악행을 저지른 역사적 사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양측 그 누구도 그 사실에 대해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 한국 역사에서는 한국의 악행을 가르치지 않고, 일본 역사에서는 일본의 악행을 가르치지 않는다"라고 밝히며, 잘못에 대해 사과하지 않는 세태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했다. 더욱이 일본인 개개인이 이와 같은 사실에 대하여 어떠한 말을 해도 믿어주지 않게 된 한국인들이 안타까울 따름이라며, 자신들이 믿고 있는 온갖 것이 모두는 진실이 아님을 깨달았으면 좋겠다는 바람도 있었다.

다만 위안부 합의에 대해서는 당연히 하루빨리 합의를 이행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을 달리하였다. 박근혜의 탄핵에 대해서도 상당히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국민 스스로가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여 선출한 대통령이기 때문에, 최소한 그의 임기 중에 있어서는 신뢰와 응원을 보내줘야 한다는 것이다. 위안부 합의 역시 국민의 대표자인 대통령이 재임 기간 이루어낸 합의이기 때문에, 그것이 좋은 것과 좋지 않음에 상관없이 '어쩔 수 없다'는 마음으로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의 독주, 혹은 타국과의 소통을 통한 합주. 일본은 선택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 일본인은 자신들이 선택한 정치인들을 어떠한 이유에서든 재임기간에 있어서 신뢰한다. 그들에 대한 심판은 선거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 나가사키항 근처에 부착된 아베 총리의 홍보 포스터 일본의 독주, 혹은 타국과의 소통을 통한 합주. 일본은 선택의 갈림길에 놓여 있다. 일본인은 자신들이 선택한 정치인들을 어떠한 이유에서든 재임기간에 있어서 신뢰한다. 그들에 대한 심판은 선거에서 이루어지는 것이다.
ⓒ 서원종

관련사진보기


뒤이어 그는 "한국인의 가장 나쁜 버릇 중 하나는 너무 쉽게 신뢰를 그만두는 것"이라며,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한국과 일본 두 나라가 상호 간 신뢰를 얻지 못하는 것일 수도 있다는 본인의 의견을 밝혔다. 이는 책임의식으로도 연관 지을 수 있으며, 제대로 된 리더를 뽑지 못한 국민 개개인의 책임을 마땅히 져야 한다는 것이다. 탄핵은 남은 기간 더 좋은 방향으로 이끌어 나가고자 하는 행위가 아닌, 최악의 리더를 뽑은 것에 대한 개인의 책임을 무마하고자 하는 극단적 행위에 불가하다는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역사적으로 지리적으로 그렇듯 한국과 일본은 어쩔 수 없이, 그리고 반드시 친하게 지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서로 인정할 수 있는 것들은 시원스럽게 인정하는 자세를 키워야 하며, 그런 작은 과정들을 통하여 한일관계는 십수 년 전의 좋은 모습을 되찾을 것이라는 전망을 했다. 그 일환으로 올해 12월 세계유산 등재가 결정된다면, 한국인에 대한 강제징용 사실도 본 박물관에 전시 및 게재할 예정이라고 한다.

마지막으로 강경화 외교부 장관 인선에 대해 일본이 부정적 입장을 보인 것에 대하여, 양국은 서로의 정치적 혹은 사회적인 입장에 직접적으로 관여해서는 안 되는 법이라고 선을 그었다. 이는 명백한 국가 나름대로의 자치권 침해이며, 외교적 관계의 마찰을 더욱 중대하게 훼손시킬 수 있는 악행이라는 본인의 생각을 밝혔다. 이런 소소한 국가적 사건을 존중해 주고 또 책임지는 것이 세계화 시대에서 요구되는 제1의 미덕이라는 의견을 남겼다.

일본인이 염원하는 평화는 올바른 과정에 있는가에 대한 비판의 여지가 있다.
▲ 나가사키 원폭자료실에 비치된 'NO WAR' 일본인이 염원하는 평화는 올바른 과정에 있는가에 대한 비판의 여지가 있다.
ⓒ 서원종

관련사진보기


나가사키는 히로시마와 함께 세계 제2차대전의 흔적이 많이 남아있는 곳 중 하나이다. 하지만 일본은 미국이 투하한 원폭으로 입은 피해를 강조하며, 자신들 역시 세계 제2차대전의 피해자라고 주장한다. 아주 틀린 소리라고는 할 수 없다. 하지만 그것은 자신들의 악행을 인정하고 나서의 이야기이다. 잘못된 속죄와 제대로 된 보상을 하지 않는 자로서, 그들 역시 자신 있게 그들의 피해를 이야기할 수는 없는 것이다. 물론 한국 역시 마찬가지로 일본을 비롯하여, 베트남 등 주변국들에게 끊임없이 진심을 담아 속죄하고 제대로 보상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일본의 여러 시민단체는 전후 전쟁의 위험을 꾸준히 알리며 '반전'을 주창하고 있다. 주변국들과의 평화 역시 줄기차게 강조하고 있다. 정치권 역시 같은 맥락의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의 평화는 말뿐이다. 제대로 된 외교 관계를 회복하고, 제대로 된 미래를 마주하고 싶다면 쿠온씨의 말대로 끊임없이 소통해야 하지 않을까. 설령 말이 통하지 않아도 좋다.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상호 간 자신들의 입장을 확인하고 간극의 차이를 미세하게나마 좁히는 것이 지금으로서는 한일관계에 있어 가장 중요한 대목이라고 할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일제에 의해 강제징용된 조선인들의 명복을 빕니다.



태그:#군함도, #일본제국주의, #조선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