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아 새 싱글앨범 < CAMO >의 재킷 이미지.

보아 새 싱글앨범 < CAMO >의 재킷 이미지. ⓒ SM 엔터테인먼트


중학생 나이로 데뷔해 올해로 가수 생활 만 16년 차. 가수로 살아온 시간이 그렇지 않았던 시간보다 길어져 버린 그녀. 최근 <프로듀스 101 시즌2>를 통해 백 명이 넘는 가수 지망생을 멘토링할 만큼의 역량이 있음을 스스로 증명해 낸 가수. 고작 삼십 대 초반의 나이에 한국 일본 미국에서 낸 정규 음반만 16집인 아티스트. 모두 한 사람을 소개하는 말이다. 리빙 레전드, 가수 '보아'다.

그가 새 싱글 'CAMO'로 돌아왔다. 7월 초로 준비된 일본 활동을 위해 떠나야 하는 상황에서 왜 방송 활동도 못 할 싱글을 냈을까. 심사하고 멘토링을 해도 여전히 보아는 '현역 가수'이고, 비슷한 다른 아티스트로 대체될 수 없는 독보적 존재라는 확신을 팬들에게 심어줄 필요가 있었다는 것이 '업계'의 판단이다. 그리고 'CAMO'는 그 역할을 놀랍도록 완벽히 해내는 싱글이다.

보아를 소개하면서 빼놓을 수 없는 사실은 그녀가 매우 드물게도 솔로로 트레이닝 돼 솔로로 활동 중인 아이돌 아티스트라는 점이다. 그룹으로 데뷔한 후 이벤트성으로 솔로 앨범 몇 장 내는 것 말고 데뷔 단계에서부터 솔로로 기획돼 나오는 아이돌 아티스트는 지금도 매우 드물다. 성공 사례는 더욱 없다. 그렇다면 보아는 이 혹독한 시장에서 어떻게 한 사람의 목소리로 살아남았나.

그 대답이 이 곡에 있다. 'CAMO'에서 보아는 'camouflage(위장)' 하는 카멜레온처럼 자신의 목소리를 계속 바꾼다. '달라질 표정도 움직이는 내 맘도' 부분의 거칠고 칼칼한 목소리와, '짙은 색의 camouflage' 부분을 부를 때 청아하게 올라가는 음계, '진지하게 와줘 yeah 와줘 woo'부분의 묵직한 코러스까지, 보아는 쉼 없이 목소리를 '만들어낸다'. 보아를 모르는 이에게 들려주면 그룹이 불렀대도 믿을 정도다.

그리고 그가 만들어내는 목소리 중 어느 것 하나 그의 목소리가 아닌 것이 없다. 즉, 거의 여러 사람 목소리들처럼 들릴 만큼 다양한 목소리를 가졌지만, 그 목소리들 모두는 그가 지난 십 수년간 수백 가지 콘셉트를 직접 소화하며 자기 것으로 만들어 낸 목소리들로, 다 다르긴 하지만 전부 보아의 목소리다. 이는 이른바 '걸그룹'들이 자기 파트에서만 자기 목소리를 살리고 전체의 하모니를 맞추어가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작업이다. 아무리 하모니를 맞춘들 '혼자 부르는 것'보다 완벽한 하나는 없고, 타고난 (혹은 트레이닝 된) 목소리 하나만 낼 줄 아는 멤버들의 목소리를 엮어서 만든 곡에서는 볼 수 없는 재미-솔로 아티스트의 다양한 음색-도 느낄 수가 있단 얘기다.

보아의 이 '여러 가지 보아 목소리 내기'는 의외로 그 역사가 길다. 지난 정규음반 < KISS MY LIPS >에서 보아는 1절과 2절의 각 후렴으로 넘어가기 직전의 'WOO'를 완전히 다른 목소리로 가창하는 센스로 찬사를 받았다. 그 전 앨범이었던 < ONLY ONE >의 경우 도입부의 가성 '멀어져만 가는 그대' 부분과 클라이맥스의 'I won't let you go'의 절절한 진성은 거의 같은 사람의 것으로 보기가 어렵다.

더 멀게는 'My name'이 좋은 예가 되겠다. '매일 같은 식 또 아주 먼듯한 내일' 부분과 '보고 싶은 만큼 항상 내 곁에 있어' 부분의 목소리 말이다. 물론 3분에서 4분 동안 한 톤으로 노래를 부르는 가수는 없다. 그러나 보아처럼 의도적으로 다양한 목소리를 내고 또 그 목소리들이 연기가 아닌 전부 아티스트 자신의 것인 경우는 정말 드물다. 'CAMO'는 그것을 보여줬고.

하도 가창을 강조해서 언플러그드 음반인가 하시는 분들도 있겠다. 그런데 놀랍게도 일렉트로닉이다. 쏟아지는 전자음 가운데서 보아는 보아라는 악기를 놓치지 않는다. 도입부에서 드럼을 때려도. 후렴 부분에서 전자음이 쏟아져도 가창은 흔들리지 않는다. 2절부터 기타 루프까지 가세해도 목소리엔 힘이 넘친다. 연륜이다.

지난 앨범과 마찬가지로 음원 성적은 초라하다. 그러나 나는 그의 팬으로서, '소녀 가수'였던 그가 '아시아의 별'이란 칭호를 넘어 아티스트로 자리하는 과정에서의 느리고 갑갑한 정체기 정도로 이 시기가 기억되길 바란다. 지난 앨범처럼, 그리고 이번 'CAMO'처럼 좋은 작업을 계속 내준다면, 다시 일어설 수 있다.



보아 BOA 카모 보아카모 CAM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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