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위대한 스포츠 영웅도 흐르는 세월을 막을 수는 없다. 월드컵 3회 우승에 빛나는 '축구황제' 펠레는 이제 월드컵 우승팀을 못 맞추는 걸로 유명한 70대 노인이 됐고 현역 시절 '야구천재', '바람의 아들'이라 불리던 이종범은 자신이 신인이던 시절보다 네 살이나 더 어린 2017 KBO리그 유력 신인왕 후보의 학부형이 됐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도 마찬가지. 현역 시절엔 6번의 NBA 파이널 우승과 6번의 파이널 MVP, 10번의 득점왕을 차지했던 자타공인 최고의 슈퍼스타였지만 지금은 NBA 동부 컨퍼런스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는 중,하위권팀의 구단주에 불과하다. 조던이 구단주로 있는 샬럿 호네츠는 2016-2017 시즌에도 동부 컨퍼런스 11위(승률 .439)에 그치며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지 못했다.

사실 샬럿은 이렇다 할 슈퍼스타를 보유하지도 못했고 시장도 작은 편이라 태생적으로 강 팀이 되기엔 한계가 있다. 하지만 조던은 자신이 운영하는 고향팀이 더 강해지기를 원했고 적극적인 트레이드와 FA계약을 통해 알찬 에어컨리그를 보내고 있다. 과연 샬럿은 다가올 2017-2018 시즌 플레이오프 무대에 복귀하며 동부 컨퍼런스의 다크호스가 될 수 있을까.

과감한 투자를 할 수 없었던 스몰 마켓의 한계

 워커는 지난 시즌 생애 최고의 성적을 올리며 올스타 가드로 성장했다.

워커는 지난 시즌 생애 최고의 성적을 올리며 올스타 가드로 성장했다. ⓒ NBA.com


지난 1988년에 창단한 샬럿은 창단 5번째 시즌이었던 1992-1993 시즌 처음으로 플레이오프 무대를 밟았다. 당시 샬럿의 핵심 멤버는 복서 출신의 파워 포워드 래리 존슨과 센터의 보고 조지타운 대학 출신의 알론조 모닝, NBA 역대 최단신 선수 타이론 '먹시' 보그스, 그리고 지금은 스테픈 커리(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아버지로 더 유명한 슈터 델 커리 등이었다.

하지만 NBA를 대표하는 젊은 콤비였던 존슨과 모닝은 서로 1인자가 되기를 원했고 샬럿은 이미 12년 장기 계약을 체결한 존슨과 그 이상의 계약을 원하는 모닝을 모두 붙잡을 수 없었다. 결국 샬럿은 모닝을 마이애미 히트로 트레이드시켰고 그 대가로 받은 스몰 포워드 글렌 라이스를 중심으로 1997-1998시즌 컨퍼런스 세미 파이널까지 진출하는 성과를 얻었다.

샬럿은 1993년부터 2002년까지 10년 동안 7번이나 플레이오프에 진출하며 신흥 명문 구단으로 떠올랐지만 2001-2002 시즌을 마지막으로 연고지를 뉴올리언스로 옮겼다. 하지만 지역 내의 농구 열기는 줄어들지 않았고 2004년 샬럿을 연고로 한 밥캣츠가 창단되면서 샬럿의 역사는 계속 이어지게 됐다. 물론 밥캣츠는 창단 후 6년 동안 플레이프에 한 번 밖에 진출하지 못할 정도로 강 팀은 아니었다.

샬럿이라는 비인기 구단에 조던의 이름이 등장한 시기는 2010년이었다. 당초 워싱턴 위저즈 인수에 관심이 있었던 조던은 마음을 바꿔 고향팀 샬럿을 인수하며 최초의 선수 출신 구단주가 됐다. 샬럿은 2011-2012 시즌 7승59패라는 끔찍한 성적을 거두며 시련의 계절을 보냈지만 덕분에 켐바 워커라는 좋은 가드를 얻었고 엘리트 빅맨 알 제퍼슨까지 합류한 2013-2014 시즌에는 밥캣츠 창단 후 두 번째로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샬럿은 호네츠를 사용하던 뉴올리언스가 마스코트를 펠리컨스로 바꾼 2014년 호네츠라는 이름을 되찾아왔다. 하지만 샬럿은 노장이 된 제퍼슨의 경쟁력 저하와 FA로 영입한 랜스 스티븐슨(인디애나)의 부진으로 하위권으로 밀려났다. 2015-2016 시즌에는 '만능 포워드' 니콜라스 바툼의 활약으로 플레이오프에 복귀했고 코디 젤러의 부상과 로이 히버트의 부진으로 빅맨진이 약화된 2016-2017 시즌에는 후반기 몰락으로 다시 플레이오프 진출이 좌절됐다.

하워드, 윌리엄스 차례로 영입하며 골밑과 벤치 보강

 전성기가 지났다는 평가를 받지만 골밑에서 하워드의 존재감은 여전히 위력적이다.

전성기가 지났다는 평가를 받지만 골밑에서 하워드의 존재감은 여전히 위력적이다. ⓒ NBA.com


최근 5년 동안 샬럿의 행보를 네 글자로 줄이면 '퐁당퐁당'이다. 샬럿은 대놓고 리빌딩을 시도할 만큼 전력이 약하지도 않았고 그렇다고 팀 전력을 대폭 끌어올릴 만한 스타급 선수를 영입할 만큼 시장 규모가 크지도 않았다. 결국 매 시즌마다 고만고만한 선수를 영입해 중위권에서 플레이오프 싸움을 할 수밖에 없었다. 투자 규모가 제한된 스몰 마켓의 어쩔 수 없는 한계였다.

비록 플레이오프 진출에는 실패했지만 지난 시즌을 통해 워커와 바툼이라는 젊고 재능 있는 원투펀치의 위력을 확인한 샬럿의 '마사장'은 다음 시즌에도 쉬지 않고 가속 페달을 밟기로 결정했다. 샬럿의 전력보강은 지난 6월 21일 애틀랜타 호크스와의 트레이드를 통해 올스타 8회 출전에 빛나는 정통 센터 드와이트 하워드 영입으로 시작됐다(조던은 트레이드 직후 하워드에게 전화를 걸어 그에 대한 기대와 믿음을 드러내기도 했다).

올랜도 매직 시절 사상 초유의 3년 연속 올해의 수비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던 하워드는 전성기에 비해 위력이 많이 감소했지만 지난 시즌에도 변함 없이 더블-더블(평균 10득점,10리바운드 이상) 시즌을 보내며 뛰어난 보드 장악력을 과시했다. 물론 앞으로 두 시즌 동안 4700만 달러의 연봉을 지급해야 하는 부담이 있지만 하워드가 든든하게 샬럿의 골밑을 지켜 준다면 나머지 선수들은 더욱 편안하게 슛을 던질 수 있다.

이어 샬럿은 7월 FA시장이 열리자마자 시카고 불스에서 활약했던 FA가드 마이클 카터-윌리엄스를 영입했다. 2013-2014 시즌 신인왕 출신의 윌리엄스는 시즌이 거듭될 수록 성적이 떨어져 이미 올스타 가드로 성장한 주전 포인트가드 워커의 경쟁 상대가 되진 못한다. 하지만 여전히 괜찮은 돌파력과 넓은 시야, 그리고 포인트가드로는 매우 좋은 신장(198cm)을 가지고 있어 벤치 자원으로는 유용하게 쓸 수 있다.

마이클 조던이 샬럿의 구단주가 된 지도 어느덧 7년이 지났다. 하지만 지금까지 현역 올스타(워커)와 올스타 단골손님(하워드), 그리고 당장 올스타에 뽑혀도 이상하지 않을 선수(바툼)가 한꺼번에 모인 적은 처음이다. 골든 스테이트나 클리블랜드 캐벌리어스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샬럿에도 아주 유능한 트로이카가 결성된 셈이다. 그리고 마사장이 심혈을 기울여 결성한 샬럿의 '미니 빅3'는 다음 시즌 동부 컨퍼런스에서 파란을 일으킬 준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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