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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기술보다는 쓰임 받는 기술을 만들고 싶은 사람들, 함께하실래요?

늦은 밤, 불금을 제쳐 둔 80여 명의 사람이 모였다. 2017년 사회혁신 메이커 5개 팀이 처음 인사하는 자리, 서울이노베이션팹랩의 첫 데모데이가 열렸기 때문이다. 다섯 가지의 사회문제와 이를 해결하기 위한 메이커 프로젝트 계획이 차례로 소개됐다. 프로토타입을 가져와 직접 시연을 하는 팀도 있었다. 각 프로젝트 팀에게 궁금한 점들과 당부하고 싶은 점들을 미리 준비해 온 시민참여단은 행사에 열기를 더했다.

과연 성공할 수 있을까, 우려 섞인 질문을 받을 때면 프로젝트 팀들이 이구동성으로 외치는 말이 있다.

"안되면 다시 하고, 그래도 안 되면 다른 방법으로 해보면 돼요!"

그러나 쉽게 재시도할 수 있다고 프로젝트에 임하는 그들의 의지가 가벼운 것은 아니다. 개성 넘치는 아이디어 뒤에는 실패를 인정하고 실패를 통해 더 나은 것을 만들어 나가고자 하는 진정한 메이커정신을 지닌 서울이노베이션팹랩의 사회혁신 메이커 프로젝트 팀들을 이어서 소개한다.

서울이노베이션팹랩의 사회혁신 메이커를 소개합니다! - ①

길고양이들을 위한 IoT 캣타워
탠저린랩 / 이명엽

탠저린랩은 사람을 경계하는 길고양이들에게 원격으로 밥을 주고, 건강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길고양이 쉼터를 만든다. 탠저린랩의 팀원은 단 한 명, 원목과 ICT를 융합하는 메이커 이명엽씨다. 그는 컴퓨터 공학과 소프트웨어 공학을 전공한 개발자였으나 우연한 기회로 알게 된 메이커운동에 깊이 빠져 디지털 제작뿐만 아니라 목공, 금속가공 등 다양한 범위를 아우르는 메이커이자 스마트 가구를 제작하는 1인 창업가가 되었다.

"메이커라는 단어의 경계가 매우 모호해서 정의내리기 어려워요. 그런데 어느 순간, 그냥 제가 좋아하는 모든 걸 포괄하는 단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국내의 많은 메이커스페이스를 돌아다니면서 특화된 교육 프로그램을 무조건 듣기 시작했어요. 여러 가지 기술을 맛보게 되니, 제가 할 수 있는 일도 점차 늘어났죠."

반려동물을 키우지도, 관심이 있지도 않았던 이명엽씨는 서울이노베이션팹랩의 멤버십 회원으로 가정용 IoT 캣타워를 제작하기 시작했다. 그 계기는 재미있게도 목재를 원하는 모양으로 자를 수 있는 CNC라우터라는 장비 때문이었다.

"CNC로 무엇을 만들까 고민하던 중에 우연히 떠올린 아이디어가 캣타워였어요. 고양이를 위한 가구를 만들다 보니 고양이에 대해 우선 알아야겠더라고요. 고양이에 대해 알아가면서 어느새 각종 고양이 모임에도 가입하고 캣맘들과 함께 길고양이들을 보살피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게 됐어요. 지금은 세계 고양이 보호 협회에 조금씩이나마 정기후원도 하고 있습니다."

매일이 전쟁 같은 길고양이의 삶은 어느새 그에게 큰 사회문제였다. 때마침 가정용 캣타워를 제작하던 그를 지켜봐 온 서울이노베이션팹랩으로부터 흥미로운 제안을 받았다. 바로 길고양이를 위한 IoT 캣타워 제작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선뜻 수락할 수는 없었다.

"제가 1인 창업을 한 이유는 고품격 스마트 가구를 만들기 위해서였어요. 원목 가구와 IoT가 결합된 멋진 스마트 가구 말이죠. 이제 막 창업해서 올해 연말까지 가구 개발에만 집중해도 모자란 처지에 수시로 고양이들 밥 주러 다니고, 밤마다 캣맘들과 고양이를 잡으러 다니니 무엇이 제 삶의 우선순위인지 헷갈리기 시작하더라고요."

고민의 나날을 보내던 그를 사회혁신 메이커로 마음먹게 한 건 서울혁신파크에 입주해있는 혁신가들의 영향이 컸다.

"여기 입주단체들은 재료 하나를 선택해도 자연을 생각하고, 결정을 내릴 때도 사회적 약자를 먼저 생각하더라고요. 그런 분위기 속에 있다 보니 기왕이면 나도 사회에 도움이 되는 기업이 되어보자는 결심이 생겼죠."

탠저린랩은 이제 함께 제품을 제작하고, 길고양이들의 삶 속에 적용시킬 시민참여단을 기다리고 있다. 시민참여단은 캣타워 설치부터 고양이 사용관찰 및 피드백 등의 활동을 수행하게 된다. 이들을 위한 캣타워 제작 교육도 진행할 예정이다.

"이 프로젝트는 절대 저 혼자서 할 수 없어요. 제가 혼자 할 수 있는 건 ICT와 디지털제작을 통한 프로토타이핑까지죠. 제작을 함께하고 실제 현장에 제품 적용도 함께 할 시민참여단을 위해 프로젝트의 문을 늘 열어놓겠습니다."

CNC로 만든 캣타워
▲ CNC로 만든 캣타워 CNC로 만든 캣타워
ⓒ 이명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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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탠저린랩> 프로젝트와 함께하고 싶은 아래와 같은 단체를 찾습니다.
fablab@innovationpark.kr로 연락주세요!

하나, 마을공동체
둘, 고양이 및 동물 보호 관련 협회
셋, 대학교 고양이 관련 동아리
넷, 캣타워 설치 공간 확보와 설치 지원이 가능한 지방자치단체

내 책상만 한 플라스틱 공장
Desk Factory / Precious Plastic

뙤약볕이 내리쬐는 서울이노베이션팹랩 앞마당. Precious Plastic 팀이 전날 지역 주민센터를 돌며 수집한 플라스틱 쓰레기들을 색깔별로 재분류하고 있다. 구슬땀을 흘리며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팀원들에게 차가운 아이스커피를 내주는데, '아차, 내가 실수했구나!' 싶다. 자원순환을 고민하며 플라스틱 재활용 공장을 만드는 팀에게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주다니!

괜찮다며 웃는 팀원들은 종일 플라스틱 컵을 들고 다니며 사용하더니 자신들이 개발한 플라스틱 분쇄기에 컵을 집어넣었다. 분쇄된 컵은 이전의 형체를 전혀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작은 플라스틱 조각이 되어 나왔다. 이 조각들은 출처를 알 수 없는 형형색색의 여러 플라스틱 조각들과 함께 또 다른 기계에 들어갔다. 한 팀원이 나에게 기계의 손잡이를 눌러볼 것을 권했다. 있는 힘껏 손잡이를 눌렀다. 방금 집어넣었던 형형색색의 플라스틱 조각들이 녹아 준비된 알루미늄 틀을 차곡차곡 채웠다. 틀을 열어보니 작고 귀여운 화분이 나왔다. 플라스틱 컵이 화분으로 변하는, 그야말로 마법 같은 일이었다.

플라스틱 조각들을 넣고 누르면 화분이 나오는 Desk Factory
▲ Desk Factory 플라스틱 조각들을 넣고 누르면 화분이 나오는 Desk Factory
ⓒ 서울이노베이션팹랩 구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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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ecious Plastic 팀의 대표 이건희씨는 지역 활성화와 자원 순환에 관심이 많은 디자이너이다. 그가 운영하는 디자인 스튜디오에서는 생활 소품 제작부터 크게는 경관조명과 공공미술 프로젝트까지 수행한다. 그러던 그가 플라스틱 공장을 만들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시골에서 서울로 진학을 하면서 이웃집 할아버지께 중고 자전거를 선물받았어요. 하지만 너무 낡아서 탈 수가 없겠더라고요. 버리기엔 죄송한 마음이 들어서 자전거 몸체를 가지고 테이블을 만들어 썼죠."

이후 그는 친구들과 함께 교내에 방치된 자전거들을 모아 가구 시리즈를 만들어 나갔다. 그리고 버려지는 다양한 자원들을 재활용할 수 있는 프로젝트들을 고민했다. 그러던 중 네덜란드의 오픈소스 프로젝트 'Precious Plastic'을 접하게 되었다. 이 프로젝트의 내용은 플라스틱을 분쇄 및 압출하여 새로운 소품을 만드는 것. 이 프로젝트를 더 다양한 소품 제작 및 포장까지 가능하도록 업그레이드시키는 것이 Desk Factory 프로젝트의 계획이다. 실제 플라스틱 제품 공장의 일부분을 모두 수행할 수 있는 책상 크기의 초소형 공장을 만드는 것이다.

"그냥 듣는 것보다 직접 해 보는 경험이 삶을 변화시키잖아요. 그래서 사람들에게 플라스틱 제조 공정의 일부분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고 싶어요. Desk Factory를 통해서 플라스틱이 재생산 되는 과정을 체험하고, 그 플라스틱이 하나의 제품이 되고, 결과물을 집에 가져가서 사용하면 총 세 번의 경험을 하게 되는 거죠. 그러면 사람들이 플라스틱 쓰레기에 더 관심을 가지고 재활용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까요?"

작업중인 Precious Plastic 팀
 작업중인 Precious Plastic 팀
ⓒ 서울이노베이션팹랩 구혜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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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상 크기의 조명 공장과 장난감 공장은 벌써 제작 완료된 상태다. Precious Plastic팀은 더 다양한 제품을 제작이 가능하도록 계속해서 금형 틀을 개발할 계획이다.

"사람들이 신기해하는 모습을 보니 뿌듯하더라고요. 플라스틱이 만들어지는 모습을 볼 일이 없으니까요. 눈앞에서 플라스틱이 완전히 바뀌는 모습은 정말 재미있는 경험이 될 거예요."

Precious Plastic의 목표는 단순한 플라스틱 재활용 기계 제작에 머무르지 않는다. 궁극적인 목표는 바로 효과적으로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를 이슈화 시키는 것이다. Desk Factory가 일상생활에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마을 단위의 Desk Factory 운영자 교육도 염두하고 있다.

"유리병 같이 페트병도 보증금 제도를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가 더 이슈화되고 관련 논의도 많이 이루어졌으면 좋겠고요. 플라스틱과 일회용품에 많은 관심 부탁드려요. 관심이 안 생기면 저희를 불러주세요.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 Desk Factory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싶나요?
fablab@innovationpark.kr로 연락주세요!

하나, 조명 공장을 설치 및 운영할 마을 공동체
둘, Desk Factory를 활용한 워크숍 개발 희망자
셋, 그 외 Desk Factory를 활용해보고자 하는 기관 및 단체

덧붙이는 글 | 서울혁신파크 공식블로그와 공식뉴스레터 <채널서울혁신파크>에 발행된 글입니다.



태그:#서울혁신파크, #서울이노베이션팹랩, #메이커, #3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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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혁신파크는 도시의 다양한 사회 문제를 해결하는 국내 최초의 사회혁신 플랫폼입니다. 은평구 녹번동에 위치한 곳으로 250여 혁신 그룹, 1300여 명의 혁신가들이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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