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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동네는 장마가 한발 물러섰습니다. 후덥지근한 날씨에 몸을 조금만 움직여도 땀이 줄줄 흐릅니다. 습도가 높아 더욱 그런 것 같습니다.

잘 익은 수박 감별, 쉽지 않네요

며칠 전 들깨모를 내었는데, 죽은 데가 듬성듬성 있습니다. 들깨밭이 이빨 빠진 모양 같아 눈에 거슬립니다. 빠진 곳을 보식을 하는데, 이것도 일이라고 땀이 엄청나고 기운이 빠집니다.

"당신, 갈증 나지? 뭐 시원한 거 타 드릴까? 아참! 우리 수박 익지 않았어요? 익은 걸로 따서 시원하게!"
"그럴까? 근데 익었는지 안 익었는지 알 수가 있어야지! 잘못 따면 맹탕이니까!"
"두들겨 보면 알 수 있지 않나?"
"그렇게 해서 수박 속을 알면 얼마나 좋게!"

우리 수박밭과 참외밭입니다. 가뭄도 이기고 무성하게 자랐습니다.
 우리 수박밭과 참외밭입니다. 가뭄도 이기고 무성하게 자랐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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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익은 수박을 찾는 게 만만찮습니다. 수박은 겉만 봐선 잘 익었는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으니까요.

"아니, 수박이 얼마나 달렸다고 헤매고 다녀요?"

아내가 채근하다가 수박밭에 나왔습니다. 무성하게 넝쿨을 뻗은 수박 잎을 들춰봅니다. 노란 수박꽃을 사진에 담습니다.

수박꽃, 암꽃입니다.
 수박꽃, 암꽃입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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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꽃, 수꽃입니다.
 수박꽃, 수꽃입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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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을 따러 와 가지고선 여기저기 달린 수박을 보더니 감탄사만 연발합니다.

"세상에 가뭄에도 이렇게나 많이 달렸나? 고맙기도 해라! 첫 기쁨을 주는 놈은 어디에 숨어 있을까?"

아내는 수박 감별사라도 되는 양, 잎사귀 사이로 드러난 수박들을 '통통통' 두들겨봅니다. 그러고는 고개만 갸우뚱! 별수 없는 모양입니다.

5월 초순, 우리는 수박 모종 20여 개를 사다 심었습니다. 재배기술이 없는지라 제대로 순치기도 하지 않은 채 저절로 자라도록 내버려 두었습니다. 어린싹일 땐 시큰둥 자라더니 넝쿨을 뻗으면서부터는 탄력을 받아 무성하게 자랐습니다. 밑거름이 충분했던 것 같습니다.

탐스럽게 달린 수박들.
 탐스럽게 달린 수박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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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이 주렁주렁 달렸습니다. 속이 빨갛게 잘 익어주길 기대합니다.
 수박이 주렁주렁 달렸습니다. 속이 빨갛게 잘 익어주길 기대합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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넝쿨이 실해야 열매도 실한 법. 요리조리 넓게 넝쿨이 자리를 차지하더니만 주먹만 한 게 어느 틈에 어른 대갈통만 하게 커졌습니다.

첫 거둔 수박, 맛난 음료로 둔갑

한 그루에 두세 통은 기본으로 달린 것 같습니다. 우리가 들인 정성에 비해 큰 선물을 안겨 주었습니다.

"여보, 요놈으로 우리 첫 수박으로 결정합시다! 두들겨보니 내 예감으론 잘 익었을 것 같네."

아내는 고민 고민 끝에 하나를 점찍었습니다. 가위로 과감하게 꼭지를 잘라냅니다. 딴 수박이 묵직합니다. 

이제 수박을 가를 차례. 과연 첫 수확의 기쁨을 안겨줄 수 있을까? 귀한 선물상자를 여는 것처럼 가슴이 두근두근합니다.

내가 농사 지어 거둔 첫 수박입니다. 빨간 속을 자랑하며 잘 익었을까? 기대를 갖게 하였습니다.
 내가 농사 지어 거둔 첫 수박입니다. 빨간 속을 자랑하며 잘 익었을까? 기대를 갖게 하였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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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을 가르자 아직 설익었습니다. 한 며칠 더 두고 거둘 걸! 아쉬웠습니다. 익은 수박 고르기가 만만찮습니다.
 수박을 가르자 아직 설익었습니다. 한 며칠 더 두고 거둘 걸! 아쉬웠습니다. 익은 수박 고르기가 만만찮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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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도마 위에 수박을 올려놓고 칼을 대봅니다. 그런데 예감이 좋지 않습니다. 잘 익은 수박은 칼을 대기만 하면 '쩌억!' 소리와 함께 갈라져야 하는데... '아니나 다를까?' 아직 설익었습니다. 아마추어 티가 납니다.

아내도 실망의 눈빛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한 며칠만 두었으면 잘 익었을 텐데, 그새를 못 참았네!"

그렇지만 좀 덜 익기는 했어도, 빨간 속살을 드러냈습니다. 맛을 보니 먹을 만합니다. 단맛도 들었습니다.

아내는 수박 속살을 파내어 토마토와 함께 믹서에 갈아 주스를 만듭니다. 주스를 유리 화채 그릇에 담아 얼음 몇 조각을 동동 띄우니 그럴싸합니다.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았지만, 토마토와 수박이 어울려 달고 시원한 맛을 선사합니다.

토마토와 함께 갈아 만든 수박 주스. 다른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았어도 달고 맛이 있습니다.
 토마토와 함께 갈아 만든 수박 주스. 다른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았어도 달고 맛이 있습니다.
ⓒ 전갑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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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박은 여름철 과일로 으뜸입니다. 땀 흘린 뒤 수분 보충에는 수박만 한 과일이 없다고 합니다. 맛도 시원하고, 수분이 90% 이상을 차지하여 갈증 해소에 그만입니다. 특히 수박에 들어있는 리코펜 성분은 혈관 질환에 원인이 되는 나쁜 콜레스테롤을 배출시켜준다고 합니다.

아내는 갑자기 인터넷을 뒤집니다.

"여보, 잘 익은 걸 알려면 수박꼭지와 배꼽을 보래! 그게 들어간 걸로 따면 틀림없대! 다음엔 잘 보고 따자구요!"

아내 설명은 수박이 달린 꼭지와 꽃이 진 자리인 배꼽이 약간 들어간 걸 따면 실수 없이 익은 수박을 거둘 수 있다는 것입니다.

내가 아내의 말에 대꾸하였습니다.

"이 사람아! 그렇게 쉬우면 다 수박장사하게!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 모르듯 수박 속 알아내는 것도 그렇다잖아!"


태그:#수박, #수박밭, #수박고르기, #수박주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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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 마니산 밑동네 작은 농부로 살고 있습니다. 소박한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담아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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