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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8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50회를 맞는 산업안전보건강조주간이 7월 3일부터 한 주간 열렸다. 이번 산업안전보건강조주간을 맞아 문재인 대통령은 일터의 적폐 중 하나인 '위험의 외주화'를 뿌리 뽑겠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정부가 일하는 사람의 안전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여러 정책과 제도 가운데 '위험의 외주화'를 강조한 것은 그만큼 현장에서 위험 업무를 도맡아 하는 하청, 비정규직 노동자 죽음의 행렬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28 세계 산재 사망 노동자 추모의 날을 맞아 민주노총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주요 30개 기업에서 발생한 전체 중대재해 사망자 245명 가운데 하청 노동자가 212명이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업들은 원청 노동자가 아닌 하청 노동자에게 현장의 위험을 떠넘긴 결과, 산재사망에 대해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았다. 아니 오히려 돈을 벌었다.

최근 3년간 주요 30개 기업은 개별실적요율제로 인해 산재발생 정도가 낮다는 이유로 보험료를 1조 3,796억 원 할인받았다. 더불어민주당 강병원 의원실이 발표한 이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하청 노동자 6명, 원청 노동자 3명이 산재로 사망한 현대중공업도 228억 원을 할인받았다고 한다. 현대중공업은 매년 10명의 노동자가 산재로 사망하고 고용노동부의 특별근로감독도 받는 기업인데 산재가 적어서 보험료를 할인받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공공기관 역시 일반 기업과 다르지 않다. 서울시는 안전을 비용 절감의 대상으로 치부하고 경영 효율화라는 이름으로 노동자·시민의 생명과 안전이 걸린 업무를 외주화했다. 그 결과 작년 구의역에서 스크린 도어를 정비하던 하청 노동자 김군을 죽음으로 몰아넣었다. 작년 대지진 당시 경주에선 기차 운행시간이 조정되었다는 연락을 받지 못한 선로를 정비하는 하청 노동자 2명이 계속 업무를 하다 열차에 치여 사망했다. 철도공사는 운행 시간이 변경되었다는 공지를 정규직 노동자에게만 했고 그 결과 하청 노동자는 영문도 모른 채 선로로 들어오던 열차에 치여 사망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새 정부와 고용노동부는 50회 산업안전보건강조주간을 맞아 다시금 '위험의 외주화' 문제를 사회적으로 환기하고 대 자본, 국회에도 무언의 압박과 메시지를 전달했다. 앞으로 새 정부는 이번 메시지가 말뿐으로 그치지 않기 위해 당장 국회 동의 행정부 권한을 할 수 있는 '모든 일하는 사람에게 산업안전보건법을 적용' '원·하청 관계없이 사업주가 안전교육, 안전·보건 관리자를 선임하도록 강제' 등 제도를 손봐야 한다.

그리고 국회와 함께 근본적으로 위험의 외주화를 뿌리 뽑을 수 있는 산업안전보건법 28조 유해작업 도급 금지, 도급사업 시 안전·보건조치를 의무화하는 산업안전보건법 29조를 개정해야 한다. 또, 일터에서 일어난 중대재해에 대한 책임을 기업이 지도록 강제하는 '중대재해 기업처벌법' 제정에도 힘써야 한다.

마지막으로 정부는 위험의 외주화로 인해 생명과 안전에 위협을 느끼는 노동자가 그 상황에서 작업을 중단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힘써야 한다. 지난 6월 16일 충북 충주에서 인터넷 AS 하청 노동자 A씨가 인터넷 속도가 느리다며 흉기를 휘두른 고객에 의해 숨진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은 고객의 만족도 평가로 자신의 고용이 좌지우지되는 비정규직노동자가 온갖 고객의 욕설, 폭행, 위협적인 상황에서 대항할 수 있는 권리가 없다 보니 발생한 참사다. 지금 당장 현장에서 위험 업무를 떠맡은 비정규직, 하청 노동자의 손에 생명과 안전을 지키기 위해 작업을 중지할 수 있는 권리가 쥐어줘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정재현 기자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상임활동가입니다.



태그:#위험의 외주화, #산업안전보건강조주간, #문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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