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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박수현 대변인이 14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과거 정부 민정수석실 자료를 캐비닛에서 발견했다고 밝히고 있다.
 청와대 박수현 대변인이 14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과거 정부 민정수석실 자료를 캐비닛에서 발견했다고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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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캐비닛 속에 잠자고 있던 문건들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게 폭탄이 됐다.

14일 청와대는 박근혜 정부 시절 민정수석비서관실이 작성한 문건 다수를 공개했다. 회의 문건과 검토 자료 등 약 300쪽에 달하는 이 문건들의 작성시기는 2014년 6월 11일~2015년 6월 24일로 김영한·우병우 전 민정수석 재직기간과 겹친다. 특히 우 전 수석은 민정비서관으로 일하다 김 전 수석 후임자로 발탁됐기 때문에 해당 문건에 깊숙이 관여했을 가능성이 크다. (관련 기사 : "박근혜 정부 민정문건 발견... 삼성 경영권 승계 지원 내용 담겨")

이 '문건 폭탄'은 무엇보다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에게 치명적이다. 이날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이 공개한 내용은 국민연금공단의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찬반 관련 기사가 딸린 '국민연금의결권 관련 조사', 국민연금기금 의결권 행사지침, 그리고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지원방안 검토 내역 등이었다. 이 부회장이 자신의 원활한 경영권 승계 지원을 박 전 대통령에게 부탁했고, 박 전 대통령은 그 대가로 '비선실세'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 승마훈련 지원 등을 요구했다는 삼성뇌물사건에 딱 들어맞는 내용이다.

박근혜-이재용 은밀한 거래, 결국 사실이었나

국정농단의혹 특별수사팀은 두 사람의 '거래' 결과 국민연금이 2015년 7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찬성표를 던졌다고 본다. 삼성 뇌물을 받은 박 전 대통령이 문형표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안종범 전 청와대 경제수석에게 합병 찬성을 지시, 문 전 장관이 국민연금에 압력을 행사했다는 게 이 사건의 한 축이다. 물론 이 일로 법정에 선 사람들은 모두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국민연금의 합병 찬성은 이 부회장 경영권 승계 지원과 무관하다는 취지다.

하지만 민정수석실의 국민연금 관련 문건에는 이 주장을 정면으로 흔드는 메모가 적혀 있었다. 박수현 대변인은 "김영한 전 수석의 필적으로 보이고, 대통령 기록물이 아니라고 판단한다"며 공개했다.

'삼성 경영권 승계 국면 → 기회로 활용. 경영권 승계 국면에서 삼성이 뭘 필요로 하는지 파악. 도와줄 것은 도와주면서 삼성이 국가경제에 더 기여하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모색. 삼성의 당면과제 해결에는 정부도 상당한 영향력 행사 가능.'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가 이 부회장을 돕는 쪽으로 이뤄졌다고 충분히 의심하게 만드는 내용이다.

삼성과 박 전 대통령, 안 전 수석, 문 전 장관은 줄곧 '청와대는 국민연금 의결권 행사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주장해왔다. 다른 관련자들 역시 '그런 지시는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도대체 왜 국민연금 의결권 관련 자료에 '삼성 경영권 승계'란 단어가 등장할까? '삼성이 뭘 필요로 하는지 파악, 도와줄 것은 도와주면서'라는 내용은 왜 담겨있을까? 게다가 이 자료는 대통령을 지근거리에서 보좌하는 민정수석실에서 나왔다. 박 전 대통령과 최측근 참모들을 중심으로 국민연금의 삼성물산 합병 찬성이 은밀하게 추진됐다는 의심을 낳는다.

'블랙리스트' 관련 내용도 등장... 박근혜의 운명은?

왼쪽 네 번째 발가락 통증 이유로 3차례 재판에 불출석 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3차례 불출석 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 샌들 신고 법정 출석 왼쪽 네 번째 발가락 통증 이유로 3차례 재판에 불출석 했던 박근혜 전 대통령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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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지원배제명단)' 사건과 연관성 있는 메모들도 나왔다.

'문화예술계 건전화로 문화융성 기반 정비. 건전보수권을 국정 우군으로 적극 활용. 문체부 주요 간부 검토. 국실장 전원 검증 대상. 문화부 4대 기금 집행부서 인사분석.'

이 내용은 박근혜 전 대통령뿐 아니라 김기춘 전 비서실장,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우병우 전 수석 등의 재판에 영향을 줄 수 있다. 여기서 '문화예술계 건전화'는 문체부가 '건전콘텐츠 활성화 TF(전담팀)'을 구성, 블랙리스트 집행 상황을 점검하고 청와대에 보고했다는 특검 수사 결과와 이어진다.

'문체부 주요 간부 검토, 국실장 전원 검증 대상, 문화부 4대 기금 집행부서 인사분석' 역시 블랙리스트 관련해 청와대가 부당하게 문체부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과 연관성이 높아 보이는 부분이다. 또 '건전보수권을 국정 우군으로 적극 활용'은 보수성향 시민단체들을 집회와 시위에 동원하고 전국경제인연합 등이 지원하도록 했다는 '화이트리스트' 수사의 단서가 될 수 있다.

청와대 압수수색을 시도했으나 실패했고, 법원을 거친 사실조회 역시 거부당했던 특검으로서는 공소유지에 큰 힘이 될 자료가 나온 셈이다. 청와대도 이 점을 감안해 민정수석실 문건들을 복사, 특검에 제출하기로 했다. 다만 원본은 대통령기록물인만큼 당일 곧바로 대통령기록관으로 이관시켰다.


태그:#박근혜, #이재용, #삼성 뇌물, #블랙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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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정치부. sost38@ohm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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