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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폐증은 늘 똑같은 것에 집착하고 사회성이 떨어지며 언어와 지능 발달에 문제가 생기는 신경 발달 장애입니다. <레인맨>이나 <말아톤> 같은 영화에서 볼 수 있듯이 환자 개인은 물론 주변 사람들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유전적 질환이지요.

이 책 <제가 좀 별나긴 합니다만…>은 그래픽 노블로서, 남들과 다르다는 것 때문에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겪다가 뒤늦게 자신에게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젊은 여성의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제가 좀 별나긴 합니다만...>의 표지.
 <제가 좀 별나긴 합니다만...>의 표지.
ⓒ 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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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일곱 살의 마그리트는 회사원입니다. 매일 같은 시간에 똑같은 경로를 거쳐 출근하는 그녀는 일할 때 주변 소음에 대한 스트레스가 무척 심합니다. 또 회사에서 다른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합니다. 상대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여 엉뚱한 소리를 하기도 하고, 상사가 서면이 아닌 말로 지시를 내리면 잘 알아듣지 못해 힘들어하지요.

그래서 그녀에겐 집에서 혼자 보내는 시간이 무척 소중합니다. 함께 사는 남자 친구는 그녀를 이해하려고 노력하면서도 여러모로 아쉬워합니다. 친구들과 모이는 파티에 가면 마그리트는 적응을 하지 못 하고 나오기 일쑤이고, 침대도 따로 써야 합니다. 누군가와 같이 자면 잠을 못 이루기 때문이죠.

하루하루가 힘들고 늘 자신의 유별남을 자책하기만 했던 마그리트는 자신이 남들과 다른 이유를 좀 더 적극적으로 알아보게 됩니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 자신의 증상이 아스퍼거 증후군에 가깝다는 걸 알게 되지만 반신반의하지요. 이제껏 만나 봤던 어떤 심리 상담가나 정신과 의사도 자기에게 아스퍼거 증후군이라는 얘기를 한 적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관련 서적을 찾아보고, 자폐 전문 의사의 조언으로 자폐 정보 센터에 가 본 끝에 자신이 일반적인 신경 과민 환자가 아니라 아스퍼거 장애인이라는 사실을 확실히 알게 됩니다. 드디어 자기가 남들과 다른 이유를 알게 된 마그리트는 자신의 삶을 좀 더 적극적으로 바꿀 마음을 먹습니다.

이 책을 쓴 쥘리 다셰는 주인공 마그리트와 같은 아스퍼거 증후군 환자로서, 실제로 자신이 겪은 일들을 지면에 소상히 옮겼습니다. 그녀는 아스퍼거 증후군이라는 확진을 받고 나서 사회심리학 공부를 시작하여 자폐증에 대한 일반인들의 태도와 변화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따기도 했습니다.

아스퍼거 증후군은 자폐성 장애의 일종으로서, 일반적으로 알려진 자폐증 증세와는 좀 다릅니다. 모든 말을 표면적인 의미 그대로 받아들여 사회성을 발휘하기 힘들고 같은 것에 집착하는 증세는 자폐증과 유사하지만, 언어 능력과 지능 발달에는 특별한 문제가 없는 것이 다른 점입니다.

남성 환자의 비율이 높은 편인데, 이는 일반적으로 여성이 남성보다 공감 능력이 뛰어나서 마치 사회생활에 원만하게 적응하고 있는 것처럼 잘 가장하는 경우가 많아 확진이 어렵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진짜 자신을 숨기는 아스퍼거 여성의 이런 행동양식 — 그때그때 사회적으로 무난하게 처신하는 것처럼 가장하고(쥘리 다셰가 자신의 블로그에서 사용한 표현으로는 '카멜레온 되기'), 마음을 드러내지 않고 대화 상대의 눈을 마주 보고, 자신과 유사한 준거 집단에 잘 섞이고, 남들의 기대에 잘 맞추고, 한계를 극복하고, 감각적-정서적 결핍과 인간관계의 고충을 견디고, 조롱과 모욕을 참아내고, 속마음을 감추는 법을 배우는 것 — 은 종종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고는 유지하기 어려우며, 몰이해, 의심, 심문, 단념, 희생, 스트레스, 신체적-정신적 소진이라는 대가를 치러야 한다. (p. 4에서 인용)

그동안 아스퍼거 증후군이 자폐성 장애에 속하는 발달 장애라는 것만 알았지, 실생활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어려움을 겪는지 또 그것이 실제로 어떤 느낌인지는 알지 못했습니다. 주로 극영화나 TV 다큐멘터리 같은 대중 매체를 통해 정보를 얻다 보니 자폐인의 겉으로 드러나는 모습만 봤을 뿐 그들이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는지 알 수가 없었거든요.

저자는 세심하게 가려 뽑은 에피소드들로 아스퍼거 증후군이 있는 사람들의 일상생활을 인상적으로 묘사해 냅니다. 반복되는 주변 소음 때문에 견딜 수 없게 된 마그리트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나, 사교적인 표현에 서툴기 때문에 쉬는 시간에 수다 떠는 것도 어려운 상황을 보여 주는 것 등이 그 예입니다. 본문 뒤 부록에 자폐증과 아스퍼거 증후군에 대한 핵심사항을 간단명료하게 잘 정리해 두어 언제든지 쉽게 찾아볼 수 있게 한 것도 돋보이는 점입니다.

만약 마그리트와 같은 증상으로 일상생활에서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람이라면 이 책에서 확실히 많은 도움을 얻을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더 이상 '나는 왜 이렇게 별난 걸까'라며 이유도 모르고 혼자 자책하지 않아도 되겠지요.

뿐만 아니라, 이 책은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사회 생활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들 모두에게 용기를 줍니다. 세상 모두가 똑같을 수는 없고, 사회가 '정상'이라고 규정한 삶의 방식을 꼭 따라야 하는 것도 아닙니다.

마그리트처럼 스스로 자신의 '다름'을 인정하고 받아들여서 '나는 그저 다를 뿐 틀린 게 아니야' 라고 생각할 수 있다면, 이제까지와 달리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덧붙이는 글 | <제가 좀 별나긴 합니다만...>, 쥘리 다셰 글, 마드무아젤 카롤린 그림, 양혜진 옮김, 이숲 펴냄 (2017. 6. 20.)

권오윤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 http://cinekwon.wordpress.com/에도 게재된 글입니다.



제가 좀 별나긴 합니다만... - 아스퍼거 증후군 이야기

쥘리 다셰.마드무아젤 카롤린 지음, 양혜진 옮김, 이숲(2017)


태그:#제가 좀 별나긴 합니다만, #쥘리 다셰, #마드무아젤 카롤린, #양혜진, #이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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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와 책에 관심 많은 영화인. 두 아이의 아빠. 주말 핫케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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