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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연해주 라조자연보호구에서 연구용 무인카메라에 잡힌 아무르호랑이의 모습.
 러시아 연해주 라조자연보호구에서 연구용 무인카메라에 잡힌 아무르호랑이의 모습.
ⓒ Dr. Alexander Myslenkov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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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9일은 세계 호랑이의 날이다. 2010년 러시아에서 개최된 호랑이 정상회담에서 야생 호랑이를 보전하자는 인식을 제고하기 위해 지정되었다. <조선왕조실록>에만 635회 언급될 정도로 우리나라엔 호랑이가 많았으나 지금은 찾아볼 수 없기 때문에 세계 호랑이의 날을 맞이하는 데에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88서울올림픽에 마스코트로 사용될 정도로 호랑이는 대한민국 문화의 상징성을 가지고 있다. 멀게는 단군신화가 있고 가깝게는 영화 <대호>를 찾을 수 있다. 얼마 뒤에 열리는 평창동계올림픽의 마스코트도 호랑이(수호랑)이다.

한반도에서 마지막으로 호랑이가 잡힌 것은 1921년 경주 대덕산에서였다. 정부에서는 1996년 4월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제출한 보고서에 "국내에는 호랑이가 한 마라도 서식하지 않는다"며 남한내 호랑이가 존재하지 않음을 공식화하였다.

기자는 '세계 호랑이의 날'을 맞이하여 한국 호랑이 복원과 연구를 하고 있는 서울대학교 수의학과 이항 교수를 만나보았다. 이항 교수는 1987년에 경상대학교 수의과대학을 졸업하고, 1992년에 미 펜실베니아 대학교에서 의생명과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야생동물유전자원은행과 한국범보전기금의 대표직을 맡고 있다.

이항 교수는 1987년에 경상대학교 수의과대학을 졸업하고, 1992년에 미 펜실베니아 대학교에서 의생명과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야생동물유전자원은행과 한국범보전기금의 대표직을 맡고 있다
▲ 이항 한국범보전기금 대표 이항 교수는 1987년에 경상대학교 수의과대학을 졸업하고, 1992년에 미 펜실베니아 대학교에서 의생명과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국야생동물유전자원은행과 한국범보전기금의 대표직을 맡고 있다
ⓒ 한국범보전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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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수님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1993년부터 서울대학교 수의과대학에서 수의생화학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주요 관심 분야는 동아시아 및 한반도 야생 포유류의 보전을 위한 연구입니다.특히 동북아시아와 한반도에서 대형 고양이과 동물의 보전 및 복원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인문·역사·사회적 측면을 아우르는 통합적 접근에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 언제 처음 호랑이 보전에 관심을 갖게 되었나요?
"1999년 겨울, 야생동물 연구 현장을 들러 보기 위해 미국의 여러 동물원과 박물관, 보전기관을 방문하였을 때 상당히 충격적인 경험을 하였습니다. 많은 기관들에서 아무르 호랑이의 생태는 물론, 왜 이들이 멸종위기에 처해 있고 이들을 살리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어린이와 학생들에게 매우 깊은 수준으로 가르치고 있었거든요."

- 미국에서 오히려 호랑이에 더 큰 관심이 있었던 것이네요?
"아무르 호랑이가 한국에 살았던 호랑이와 같은 아종이며 지금도 러시아에 수백 마리가 살아남아 있다는 것도 그때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더욱이 한국에 살았던 표범과 같은 아종인 아무르 표범, 즉 한국표범이 북한-러시아-중국 접경지역에 극소수(약 30마리)만 살아남아 있어 아무르 호랑이보다 훨씬 더 심한 멸종위기에 처해 있다는 사실도 이때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대한민국의 상징이 호랑이이고 한국은 호랑이의 나라라고 생각해 왔는데, 우리는 왜 이런 교육을 받지 못하고 있고 우리의 어린이들에게 가르치지 않고 있는지 깊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오히려 호랑이나 표범이란 동물이 산 적도 없는 미국과 유럽의 많은 동물보호단체들과 보전활동가들이 한국호랑이와 표범의 보전과 복원을 위해 헌신적으로 일하고 있었죠. 이 일을 계기로 한국에 돌아가서는 반드시 우리의 호랑이와 표범을 위해 무엇인가를 해야 된다고 결심했습니다."

한국 호랑이와 표범이 두만강을 따라 백두산 지역에 이를 수 있는 생태통로 형성이 가능한지를 알기 위한 연구가 진행중이다
▲ 두만강생태통로 개념도 한국 호랑이와 표범이 두만강을 따라 백두산 지역에 이를 수 있는 생태통로 형성이 가능한지를 알기 위한 연구가 진행중이다
ⓒ 리영 리해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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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호랑이 보전을 위해 하고 계신 연구와 목표는 무엇인가요?
"현재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연구는 북한과 접하고 있는 중국 국경지역에 연구원을 파견해서 중국-러시아 접경지역에 살고 있는 호랑이와 표범 그리고 그 먹이동물 현황을 파악하는 것입니다. 한국 호랑이와 표범이 두만강을 따라 백두산 지역에 이를 수 있는 생태통로 형성이 가능한지를 알기 위한 연구입니다.

연구의 궁극적 목표는 북한의 백두산과 개마고원 일대에 호랑이와 표범이 다시 돌아오게 하는 것입니다. 생태통로 내에 살고 있는 주민들이 호랑이, 표범 등 야생동물에 대해 어떤 인식을 갖는지가 호랑이·표범복원에 있어 가장 중요한 성공 요소이기 때문에, 주민의 야생동물에 대한 태도와 인식을 조사하는 연구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이것을 '두만강 호랑이 생태통로 프로젝트'라 이름 지었습니다."

- 시베리아 호랑이, 아무르 호랑이로 부르는데요, 동일한 종개체로 보아야 할까요? 한국 마지막 호랑이가 1921년에 사라져서 유전 정보를 분석할 기회가 없었을 것 같습니다.
"한국 호랑이와 아무르 호랑이가 같은 아종인지를 확인하기 위해 한국범보전기금연구자들은 한국 호랑이의 유골을 추적하는 일을 시작하였습니다. 오랜 탐문 끝에 일본과 미국의 자연사박물관에서 한국에서 잡힌 호랑이의 두개골과 뼈를 발견했고 여기에서 DNA를 추출,현재 러시아에 살아있는 아무르 호랑이의 유전자와 비교한 연구결과가 2012년 초에 논문으로 출판되었습니다. 이 논문은 한국 호랑이의 미토콘드리아 유전자와 아무르 호랑이의 유전자가 차이가 없다는 연구결과를 근거로 두 호랑이 집단은 같은 아종에 속한다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또한 한국범보전기금이 1935년경 지리산에서 포획된 표범의 가죽을 입수하여 그 유전자를 지금의 아무르 표범과 비교한 연구도 역시 동일한 결과를 확인하였습니다. 즉, 한국 표범과 아무르 표범은 같은 혈통이고 같은 아종에 속한다는 결론입니다. 호랑이 수컷의 행동범위는 800~1200km²에 이릅니다. 이런 호랑이를 인간이 생각하는 국경에 따라 나누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 한국 표범은 이 땅에서 사라진 게 확실한 것인가요? 호랑이와 표범이 북한에서 서식할 가능성은 있는지요?
"한국 표범은 한반도에서는 사라졌다고 보입니다. 중국, 러시아와 접한 북한의 국경지역에는 때때로 표범이 나타나는 일이 있으나 곧 다시 중국, 러시아로 돌아간다고 합니다. 북한지역에 먹이가 될 만한 초식동물이 없기 때문이죠. 그러나 위에서 본 것처럼 한국 표범과 한국 호랑이의 후손들이 중국과 러시아의 접경지역에 살아남아 있습니다."

- 러시아, 중국 등의 시베리아 호랑이 서식지에서 개체수가 늘어나면 한반도까지 호랑이 서식지가 다시 늘어날 가능성이 있을까요? 반달가슴곰처첨 자연방사는 가능할까요?
"러시아, 중국의 호랑이, 표범이 늘어난다고 이들이 북한으로 바로 들어오지는 못합니다. 이들을 위한 적합한 서식지가 있어야 하는데, 바로 북한의 백두산과 개마고원 지역이 적합한 서식지라는 것이 과학자들의 연구결과로 알려졌습니다.

그러나 이 지역과 러시아-중국 접경지역까지는 적합한 서식지가 군데 군데 끊어져 있는 것이 문제입니다. 이 끊어진 서식지 사이에 나무를 심어 커다란 '호랑이 숲길', 즉 생태통로를 만들어야만 비로소 호랑이, 표범이 북한지역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예측 가능한 가까운 장래에 남한까지 호랑이가 다시 돌아오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그것은 남한의 인구 밀도가 너무 높아 호랑이가 살기에 적당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한반도 전체에 호랑이가 살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북한 일부 지역에는 호랑이가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어쩌면 표범은 남한에서도 반달가슴곰처럼 인위적인 재도입에 의한 복원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 호랑이보다 훨씬 몸집도 작고, 작은 면적에서도 살아가며 사람과의 충돌 위험성도 낮기 때문입니다."

최남선은 이렇게 호랑이 이야기가 많은 나라는 없다고 하여 한국을 호담국(虎談國)이라 하였다. 호랑이는 나라의 상징으로, 1988 서울올림픽의 마스코트도 호랑이(호돌이)였고 평창동계올림픽의 마스코트도 호랑이(수호랑)이다
▲ 우리나라 민화에 등장하는 호랑이들 최남선은 이렇게 호랑이 이야기가 많은 나라는 없다고 하여 한국을 호담국(虎談國)이라 하였다. 호랑이는 나라의 상징으로, 1988 서울올림픽의 마스코트도 호랑이(호돌이)였고 평창동계올림픽의 마스코트도 호랑이(수호랑)이다
ⓒ 한국범보전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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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랑이가 대한민국 국민들에게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호랑이는 청동기 시대에 그려진 울주군 반구대 암각화에서부터 한민족의 문화에 등장하기 시작했으며, 이후 고구려 고분 벽화의 사신도(四神圖)를 비롯하여 민화와 그림, 장식품,석상 등에 빈번히 나타납니다. 한국인은 수천년 동안 호랑이와 함께 살아오면서 호랑이의엄청난 파괴력을 두려워하고 또 부러워했으며, 그 힘과 용맹을 사랑했습니다.

최남선은 이렇게 호랑이 이야기가 많은 나라는 없다고 하여 한국을 호담국(虎談國)이라 할 정도였습니다. 호랑이는 나라의 상징으로, 1988 서울올림픽의 마스코트도 호랑이(호돌이)였고 그후 30년 만에 열리는 평창동계올림픽의 마스코트도 호랑이(수호랑)입니다.

우리 민족은 호랑이에게 큰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라의 상징으로 생각하면서 호랑이를 나라 밖으로 쫓아낸 상황입니다. 이제 그 빚을 갚을 차례입니다. 즉, 한반도 전체는 아닐지라도 그 일부에서만이라도 호랑이와 표범이 다시 돌아와 살게 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백호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동물이다. ‘수호’는 올림픽의 든든한 마스코트로서 선수와 참가자 그리고 관중을 보호한다는 의미다. ‘랑’은 호랑이와 강원도 정선 아리랑을 상징한다. 88서울올림픽에 이후 30년 호랑이는 다시한 번 마스코트가 되었다.
▲ 평창동계올림픽 마스코트 수호랑 백호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동물이다. ‘수호’는 올림픽의 든든한 마스코트로서 선수와 참가자 그리고 관중을 보호한다는 의미다. ‘랑’은 호랑이와 강원도 정선 아리랑을 상징한다. 88서울올림픽에 이후 30년 호랑이는 다시한 번 마스코트가 되었다.
ⓒ 평창동계올림픽 마스코트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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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jaythebe@naver.com



태그:#호랑이, #한국호랑이, #세계호랑이의날, #야생동물, #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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