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량의 작은 지상 노면전차가 아직 도쿄 시내를 달린다면 믿으시겠습니까? 이 전차는 일본 최대 도시인 도쿄 북서쪽 와세다대학(早稲田大学) 인근 와세다 정류장(早稲田停留場)에서 출발합니다. 미노와바시 정류장(三ノ輪橋停留場)까지 12.2Km에 이르는 구간 동안 30개의 정류장을 지나칩니다.
그 출발점인 와세다 정류장은 일본에서도 최고의 사학으로 꼽히는 와세다대학 근처에 있습니다. 소박한 도덴아라카와센의 출·도착 정류장으로 1930년에 만들어진 정류장입니다. 도쿄에는 수많은 시 전차들이 있었으나 1972년에 다 사라지고 이곳 도덴아라카와센과 유리카모메(ゆりかもめ) 일부 구간, 도큐세타가야센(東急世田谷線)만 명맥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전차가 출발합니다. 발차와 동시에 땡땡 종이 울립니다. 이 소리 때문에 별명이 "친친덴샤"라고 불리기도 하죠.
시속 40Km 정도의 느린 속도이지만 방음벽 등으로 가리지 않은 일본의 골목길을 천천히 감상할 수 있어 도쿄 여행의 새로운 목적지가 되고 있습니다. 2010년 기준으로 총 이용객수가 1,800만 명이라고 하니 생각보다 어마어마한 규모입니다.
운임은 균일가로 1회 탑승 시 170엔입니다. 1일 승차권이 400엔이니 3번 이상 승,하차 시에는 1일 패스를 권장합니다. 열차의 종류도 다소 오래된 열차부터 최신형의 열차까지 다양합니다. 제가 탑승 한 날은 휴일이라 손님이 많이 타서 비좁았는데, 아라카와 유원지(あらかわ遊園)를 가기 위한 가족여행객들인 것 같았습니다.
열차는 오쓰카에끼마에 정류장(大塚駅前停留場)에서 JR오쓰카역(JR大塚駅)으로 환승이 가능합니다. JR오쓰카역은 야마노테선의 한 역입니다. 여기서 열차가 다시 철교 밑으로 출발합니다.
그렇게 달리면 아라카와샤코마에 정류장(荒川車庫前停留場)에 도착합니다. 저도 하차 해 봅니다. 이곳엔 도덴오모이데히로바(都電おもいで広場)라는 작은 공원이 있습니다. 한국말로 하면 '도덴 추억의 광장'이겠네요. 매주 토·일, 휴일에만 아침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오픈합니다. 물론 무료입니다.
과거 도덴의 열차 2량이 전시됐습니다. 왕년에 수많은 사람들이 이용했던 전차가 이제는 퇴역해 추억거리로 남았습니다. 아이들에겐 경험입니다. 이날도 아이와 함께 찾은 아버지가 예전의 전차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었습니다. 도쿄 시민과 함께 100여 년을 함께 달려온 전차. 그 옆 차고지에서 지금도 활발하게 활동하는 후배 열차에게 "이제 너희들이 내 뒤를 이어 안전하고 편하게 손님들을 모시렴!"하고 말하는 것 같습니다.
자, 열차는 다음역인 아라카와유엔치마에 정류장(荒川遊園地前停留場)에서 다시 하차합니다. 화려하지 않지만 소박한 아라카와유엔(あらかわ遊園)에서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1인 승무를 하는 도덴아카라와센은 운전도 하고 기관사가 운임과 표도 확인하느라 바쁘게 손을 움직입니다. 노련하게 요금을 계산하는 그 기관사를 보면서 역시 전문가가 따로 없네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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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노와바시정류장 도덴아라카와센의 시,종착정류장 미노와바시정류장 |
| ⓒ 서규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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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르게 달리는 지하철이나 전철에서는 느낄 수 없는 느림의 미학, 도덴아라카와센 전차!
그 소중한 덜컹거림을 유지하며, 여전히 도쿄 시민의 발이 되어주고 있습니다. 버스처럼 정차 버튼을 누르면 열차가 멈추는데, 친근감이 느껴집니다.
열차는 드디어 종점인 미노와바시정류장에 도착합니다. "간토 지방의 역 100선"에 뽑히기도 한 아름다운 역이죠. 정류장에서 조금 나오면 철재로 만들어진 큰 문을 만나는데 장미가 그 철문을 덮어서 정말 아름답습니다. 이번 주말 아이들에게 새로운 열차 여행의 추억을 남겨 주시는 건 어떨까요.
운행구간와세다정류장<->미와노바시정류장 소요시간50분 소요요금균일운임 1회 탑승 170엔 (1일 승차권 400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