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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 목조주택 5명 짜리 이동식 타이니하우스
▲ 전형적인 타이니하우스 모델 2층 목조주택 5명 짜리 이동식 타이니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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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평 타이니하우스 내부 1층시설
▲ 전형적인 타이니하우스 내부 5평 타이니하우스 내부 1층시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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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니 하우스란 5~8평 정도 하는 대안 주택이다. 평수만 들으면 고시원이나 비좁은 원룸이 떠오르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타이니 하우스 유튜브 동영상을 보면 '저렇게 예쁜 집, 나도 갖고 싶다'라는 마음이 절로 든다.

보편적인 유형의 타이니 하우스는 바퀴 달린 철제 프레임으로 된 이동식 트레일러 위, 복층으로 된 목조 주택이다. 2층에는 침실이 있고, 1층에는 부엌, 화장실, 거실이 있다. 스스로 건축할 경우 평균 2300불, 이미 만들어진 집을 살 경우 5~7천 불이 든다. 이동식 트레일러 위에 집이 있기 때문에, 이사할 경우 집 자체를 들고 다른 장소로 옮기면 된다.

미국 전역 평균 4인 가족 집값은 2016년 기준으로 36만 불(한화 약 4억)이고, 임대할 경우 한 달 평균 875불이다. 물론 뉴욕, 샌프란시스코 같은 대도시에서 875불은 1인 원룸 한 달 임대료의 반도 안 된다. 미국의 한 달 가구수입은 2000년 5700불에서 2015년 5400불으로 하락했다. 타이니 하우스의 인기는 나날이 치솟을 수밖에 없다.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2013년 타이니 하우스 검색량은 전년도와 비교해 3배 상승했다. 타이니 하우스가 어쩌면 내 미래의 집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한국에도 타이니 하우스 짓는 업체가 있기에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니었다. 타이니 하우스에 사는 건 어떤 기분일까, 어떤 게 장단점일까.

미국 오리곤 주 포틀랜드에서 궁금증을 해결했다. 포틀랜드에는 타이니 하우스 호텔도 있고, 타이니 하우스를 짓거나 그곳에 사는 사람들이 많다. 포틀랜드에서 버스로 2시간 정도 떨어진 세일럼이란 작은 도시에서 타이니 하우스를 짓고 있는 코린 그레테를 만났다. 코린은 25살, 현재 대학 휴학 중이며 비영리 단체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있다.

타이니하우스 짓는 대학생 코린
▲ 타이니하우스 짓는 대학생 코린 타이니하우스 짓는 대학생 코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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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린은 부모님과 같이 살았지만, 부모님의 이혼으로 원래 살던 집을 잃었다. 부모님 한쪽과 같이 살기보다는 자신만의 집을 짓는 길을 택했다. 2017년 4월에 설계도를 직접 그렸다. 건축 기간은 1년 정도 예상한다. 코린을 만났을 때가 7월 중순이었는데, 3개월 만에 바닥을 다졌고, 벽을 세웠다. 총예산은 10000불이다. 재활용 건축 자제를 산덕에 건축 비용을 많이 줄였다

겨우 25살, 건축에 'ㄱ'자도 모르는 코린이 어떻게 집 짓는 기술을 터득했을까. 보조개가 살짝 파인 수줍은 미소, 마른 체구의 외모만 봐서는 코린이 톱과 망치를 들고 집을 짓는 모습이 상상되지 않았다. 우선 코린은 타이니 하우스 워크숍에 등록했다. 이틀 짜리 워크숍이었지만 기초 과정은 습득했다. 그 뒤로는 인맥을 총동원해 도움을 받았다.

코린의 타이니하우스 작업장
▲ 코린의 타이니하우스 작업장 코린의 타이니하우스 작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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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부모님 집이 팔리지 않았기 때문에, 부모님 집 뒷마당에서 건축을 시작했다. 건축현장은 미완성의 타이니 하우스, 망치, 줄자, 대패 등 각종 공구, 건축 과정에서 나온 폐목재로 가득했다.

손재주가 좋은 친할아버지의 도움도 받았고, 기술은 없지만, 친구들도 와서 어떤 일이든 도와줬다. 난방, 전기 등의 전문 기술이 필요할 때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았다. 코린은 이제 전기톱 정도는 능숙하게 다룬다고 했다.

코린은 타이니 하우스가 자유를 줬다고 했다.

"미국 사람들은 흔히 뭐든지 크면 클수록 좋다고 생각해요. 근데 그게 아니에요. 간소하게 살면 자유를 얻을 수 있어요. 타이니 하우스에 살면 주택담보대출없이 살게 되고, 일반 집에서 사는 것처럼 계속 물건을 사서 넣을 수도 없어 자연히 검소하게 살게 돼요. 저는 물건을 관리하고, 소비하기보다 사람을 만나고 도우며 살고 싶어요."

코린은 건축이 끝나면 어디로 타이니 하우스를 옮길지 결정하지 못했다. 타이니 하우스의 가장 큰 단점은 '주차'다. 오리곤 주에서 현재 타이니 하우스가 대유행임에도 불구하고, 주 정부는 타이니 하우스 관련 법안을 제정하지 않았다. 도심 지역에 타이니 하우스 주차 장소를 찾기는 매우 어렵다. 운이 좋으면 친구나 가족의 집 뒷마당에 타이니 하우스를 놓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사람이 타이니 하우스를 교외 지역에 주차하거나 아니면 타고 여행을 다닌다. 타이니 하우스 바닥에 있는 트레일러를 트럭에 연결해 이동한다.

개와 함께 6년 반째 스쿨버스에서 생활하는 조엘

조엘의 스쿨버스 하우스
▲ 조엘의 스쿨버스 하우스 조엘의 스쿨버스 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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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엘과 조엘의 여자친구 브리즈
▲ 조엘의 스쿨버스 하우스 내부 조엘과 조엘의 여자친구 브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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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마드 라이프에 타이니 하우스처럼 적합한 주거 형태도 없다. 전형적인 2층 타이니 하우스보다 여행하기 좀 더 쉬운 스쿨버스를 개조한 집도 인기다. 스쿨버스 집의 경우 내부에 운전석이 있어 트럭에 연결할 필요가 없다. 스쿨 버스를 개조한 집에 개 한 마리와 6년 반째 사는 조엘을 만났다. 조엘은 버스 하우스를 타고 미국 국내 여행을 다닌다. 여름이 끝날 무렵에는 네바다 주의 사막  지역에 버스 하우스를 타고 여행할 계획이다.

조엘의 스쿨 버스 하우스는 6평, 높이는 총 2m 90cm다. 버스는 3천 불에 샀고, 개조에 6130불을 들였다. 개조 비용이 버스 구매 비용에 비해 높은 편인데 1200불 하는 태양열판과 예비용 모터를 3700불에 2개 샀기 때문이다. 버스 하우스 제일 안쪽에 퀸사이즈 침대가 있고 침대 바로 앞에는 부엌과 욕조가 있다. 부엌에는 싱크대, 냉장고, 선반, 요리공간, 가스레인지가 있다. 로봇 그림 샤워 커튼이 드리워진 욕조 옆에는 변기가, 변기 옆에는 작은 책장과 소파가 있다. 6평의 작은 공간이지만 사는데 필요한 기초적 시설은 다 들어있다. 

화장실의 경우 수도관과 연결되어 있지 않은 재래식 화장실 방식이다. 변기 아래에 양동이를 받쳐 놓고, 양동이가 다 차면 내용물을 쓰레기 봉지에 담아 버린다. 비위생적이거나 냄새가 나지 않을까 했지만, 뚜껑만 항상 닫아 놓으면 문제없다고 했다. 태양열 전지판이 있긴 하지만, 주로 외부 공급 전력을 이용한다. 가스는 프로판을 쓴다.

조엘은 포틀랜드에서 2시간 정도 떨어진 워싱턴 주 농장에 주차했다. 땅 주인에게 매달 150불만 내면 된다. 조엘은 유튜브나 책을 보고 버스 개조 기술을 터득했다. 조엘은 원래 손재주가 좋아 폐차를 산 후, 고쳐 파는 일을 한다. 매달 150불, 음식, 문화생활비 정도만 내면 더 들어갈 돈이 없다. 폐차를 사서 고쳐 파는 일로 한 대당 800불을 번다. 출·퇴근할 필요도 없고 원하는 만큼 일 할 수 있다. 타이니 하우스에 사는 사람들은 조엘과 같이 프리랜서, 자영업 등의 비교적 자유로운 직업군에 일하는 경우가 많다.

조엘은 스쿨 버스에 살기 전에는 남의 집 뒷마당에 천막을 치고 살았다. 버스로 이사 온 후 삶이 안정됨과 동시에 자유로워졌다.

"주택담보대출에 인생 메이지 않아도 돼요. 안정적인 집이 있으니 자고 싶은 만큼 잘 수 있고, 돈 많이 안 벌어도 되니 내가 하고 싶은 대로 시간을 쓸 수 있어요."

자신의 삶을 은행에 맡기지 않는 사람들

코린, 조엘 이외에도 캠핑카를 고쳐 이동 주택으로 만든 데파니, 전형적인 2층 목조 타이니 하우스에서 사는 데렉, 라이언 커플을 이메일로 인터뷰했다. 타이니 하우스에서 사는 사람들은 한결 같이 "주택담보대출 없는 인생 가능합니다. 단순하게 살면 삶이 더 자유롭고 의미 있어져요"라고 했다. 

집은 누구에게나 골칫거리다. 전 세계 어느 도시나 집값은 높아져만 가는데, 임금은 제자리걸음이거나 더 떨어진다. 그나마 주택담보대출은 정규직, 자산가, 유명 인사 같은 사회 일부 계층에게만 허락될 뿐, 비정규직 혹은 프리랜서 노동자는 신청조차 힘들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집은 내 가족이 살아가는 곳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집은 자산의 기본이 되고, 집 없는 노년은 불안하다. 자산 증식을 위해 집을 사고 싶지만, 다달이 월세 내기도 빠듯한 사람들이 많다.

집은 꼭 한군데에 있어야 할까. 집 때문에 왜 젊은 시절의 반 이상을 은행의 노예가 되어 살아야 하는 걸까. 사실 20~30년 동안 갚아야 빚이 있다는 건 무섭고, 부담스러운 일이다. 다 갚으면 내 집이 되겠지만 20~30년 동안 주택 시장이 어떻게 변할지 예측 불가능하다. 힘들게 산 집값이 추락할지, 상승할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타이니 하우스에 사는 사람들은 자본주의의 보편적 진리에 의문을 가졌다. 자신의 삶을 은행과 건축 자본에 기대기보다, 손에 망치와 못을 들고 자기 삶의 진짜 주인이 되기 위해 모험을 시작했다. 타이니 하우스에 사는 사람들은 건축에 'ㄱ'자도 모르지만 도전했다. 관련 법규가 부족해 이리저리 옮겨 다녀야 한다는 걸 알았지만 주저하지 않았다.

집을 자산으로 보기보다 내 몸 편이 쉴 수 있는 아늑한 공간으로 여겼다. 조금 생각을 달리해 타이니 하우스 거주를 선택한 결과 자본주의 사회에 살면서도 자기 소유의 집이 주는 안정감, 빚 없는 인생의 자유로움을 동시에 맛봤다. 


태그:#세계일주, #주택담보대출, #부동산, #타이니하우스, #미국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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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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