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이정미 정의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최근 여의도 정계에는 여풍(女風)이 분다. 추미애(더불어민주당)·이혜훈(바른정당)·이정미(정의당) 등 여성 정치인들이 모두 원내 3개 정당의 대표가 됐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여성 당대표 시대'라는 말이 나오자, 박주선 국민의당 비대위원장은 "앞으론 정치하려면 여성으로 태어난 게 더 유리할 것 같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말 그럴까.

취임 3주차, 지난 7월 27일 <오마이뉴스>와 만난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고개를 저으며 "그건 착시효과"라고 잘라 말했다. "당대표들이 여성이니 차별이 없다는 건 착시다. 여성의 고위 공무원 비율은 턱없이 낮고, 임금 격차도 여전하다"는 것이다. 그는 다만 "(여성 당대표는)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실패가 모든 여성 정치인의 실패는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는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앞서 "페미니스트 당대표가 되겠다"고 선언한 이정미 대표는 과거 여성 정치인으로 겪은 설움도 전했다. "2008년에 지역구 총선에 출마한 당시, 길에서 만난 한 남성 유권자가 악수를 하며 제 손 안쪽을 긁는 희롱을 하더라. (너무 놀라서) 소리를 지를까, 참고 없던 일로 할까 갈등하다가 그대로 '얼음' 상태가 돼 전혀 대응을 못했다. 그 뒤 한동안 남성 유권자들을 만날 때마다 굉장히 위축되곤 했다"고 했다.

이 대표는 "지금 만나면 '당신은 절 희롱한 것'이라며 당장 손목을 잡고 파출소로 데려갈 거다. 따끔하게 혼낼 것"이라며 "현 상황이 나아졌지만, 그때와 그리 다르지는 않다"고 말했다. 그는 "기존의 정치문화는 남성 중심적"이라며 "정치인들이 (이런 걸) 부끄럽지 않다고 생각하는 게 문제"라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여성의 임금 차별, 업계 내 유리천장 등 성차별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치인들이 앞장서야 한다고 말한다. "그런 착시효과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아직 해결되지 못한 성별 문제를 남들보다 더 열심히 법제도 개선으로 바꿔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20대 국회 내 여성 의원 비율은 전체의 17%로, UN(국제연합) 권고 비율인 30%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1966년생인 이 대표는 현 5개 정당 대표 중 가장 젊다. 그래서인지 유독 '청년'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제가 중요하게 여기는 건 정의당이 '청년 정의당'이 되게 하는 것"이라며 "20, 30대 당원들이 직접 나서서 자신의 미래를 그리고, 자기 삶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여성·농민·비정규직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당내TF를 발족하는 등 내년 지방선거를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다음은 이 대표와 나눈 일문일답을 정리한 것이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실패가 여성 정치인의 실패는 아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 정의당 대표가 됐다. 취임부터 지금까지, 스스로 점수를 준다면 100점 중 몇 점인가.
"제일 어려운 질문이네(웃음). 예전엔 개별 의원 한 명이었는데, 이제는 제가 하는 말이 당의 얘기가 될 수 있어 굉장히 신중해졌다. 지금 시험지에 문항이 100개 있다고 하면 그중 10문제 정도 푼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10점을 주고 싶다. 아직까진 시험을 보는 중이니까. 이제 제게 주어진 큰 과제는, 내년 지방선거에서 성과를 내는 것이다."

- 현재 3당 대표가 모두 여성이다. 어떤 의미가 있다고 보나.
"저는 긍정적인 부분이 크다고 본다. 앞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실패가 여성 정치인의 실패라는 얘기가 있었는데, 그게 아니라는 걸 보여준다는 의미가 있다. 다만 이 현상으로 인해 여성들의 사회 진출이 충분하다는 등 과대평가될까 우려스러운 면이 있다. 여전히 여성의 고위공무원 진출 비율은 턱없이 낮은 수준이다. 3당 당대표가 여성이니 여성들의 지위가 충분히 보장됐다는 건 착시효과일 뿐이다."

- 앞서 박주선 비대위원장은 '앞으론 여성이 더 정치하기 좋겠다'고도 하더라.
"그런가(웃음). 기존 정치문화가 남성 중심적이라는 건 분명하다. 지연·학연을 동원하고 술자리 같은 비공식적 자리에서 정치를 좌지우지하는 건데, 여성은 그런 면에서는 좀 더 자유로운 것 같다. 좀더 공적으로 다루는 장점이 있기 때문에 정치 문화를 투명하게 바꿔 가는 게 가능하다. 앞선 '착시효과'를 없애기 위해서라도 여성 정치인들이 성별 간 임금차별, 성폭력·유리천장 문제 등을 더 앞장서 개선해야 한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 여성 정치인으로서 겪은 에피소드 혹은 사건이 있다면.
"저는 진보 정당 쪽에서 정치해온 사람이라 차별을 덜 경험한 편이지만, 여성 정치인이라면 다들 비슷한 경험이 있을 거다. 지난 2008년 지역구 총선에 처음 출마해 길에서 유권자들과 악수를 하는데, 한 남성 유권자가 저와 악수를 하며 손 안쪽을 긁더라. 명백한 희롱이었다. 주변에 사람들이 많았는데, 그건 저와 상대방만 아는 상황이었다. '소리를 질러야 하나, 참아야 하나' 싶어 아주 짧은 시간 많은 생각이 들었다.

표를 얻으려면 참고 넘어가야 할 것 같은데 기분은 너무 안 좋고, 갈등하다가 결국 아무 말도 못하고 멈춰 서서 '얼음' 상태가 됐다. 제대로 된 대응을 전혀 못했다. 그게 선거 운동 하는 내내 저를 위축 시키더라. 한동안 남성 유권자를 만날 때마다 또 그런 경험을 하면 어쩌나 걱정이 됐다. 만약에 지금 만난다면? 그 남성의 손목을 잡고 당장 파출소로 데려갈 거다. '당신은 지금 저를 희롱하신 겁니다'라고 하면서(웃음)." 

- 여성주의 정당을 만들겠다고 했다. 어떤 철학을 가졌는지 궁금하다.
"지금껏 여성 문제는 항상 부차적이고 덜 중요한 문제로 다뤄져 왔다. 하지만 저는 실제 우리가 사는 삶은 그렇지 않다고, 이건 중요한 문제라고 본다. 일반적으로 사람들이 남의 문제에는 쉽게 화를 내지만 정작 내 직장에서의 일상적인 차별은 잘 모른다. 내 안에 숨겨진 차별적 인식, 사회적 구조를 극복하려면 먼저 여성의 시각에서, 다시 말해 약자의 시각에서 생각해보는 게 필요하다.

또 정의당은 정당으로서의 책무가 있다. 성차별을 극복하기 위한 정치적 의제를 우선 과제로 만들어나가는 게 필요하다. 한편으로는 여성 정치인들을 많이 육성해야 하고, 당 내부에서부터 성 평등한 문화를 만들어 가려고 한다."

"청년 정의당 만들 것... 문재인 정부의 개혁 정책 견인"

- 취임사에서 "여성, 비정규직, 청년, 농민, 성 소수자 등 정치 바깥으로 밀려난 분들을 당의 주역으로 교체하자"고 했다. 구체적인 의미는.
"제가 중요하게 여기는 건 '청년 정의당'을 만드는 것이다. 20, 30대 청년이 겪는 삶의 문제, 과제들을 해결할 수 있도록 돕고 싶다. 당은 그것을 조직·재정적으로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 여성·농민·비정규직 등 의제도 마찬가지다. 관련한 후보군을 최대한 발굴해 그 분들이 직접 자기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당에서 지방선거TF팀을 만들었고, 관련한 청년발전 기본계획 등을 수립하는 중이다."

- 문재인 정부의 탁현민 행정관 논란은 어떻게 보나. 어떤 해법이 있을까.
"인사청문회 대상도 아닌 한 행정관의 인사 문제가 이렇게 문제적 상황이 됐다는 것 자체가 시대 상황이라고 본다. 대통령도 후보 시절 당신 스스로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하니 여성들의 기대가 더 높아진 거다. 그런 상황에서, 탁 행정관의 능력과는 상관 없이, 그게 시대적 상황과 부합하지 않으니 이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게 아닐까.

그러나 제가 알기론 청와대 안팎에서 여러 얘기도 있었고,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도 지난 인사청문회 때 관련해 청와대에 건의하겠다고 말했기 때문에 이를 종합해서 대통령이 잘 판단하시리라 본다. 결국, 양손에 든 떡을 다 가지기는 어려운 게 정치인 것 같다. 둘 중 어떤 것을 취하는 게 바람직할지에 대한 판단은 대통령의 몫이다."

- 앞서 '여성 대통령'을 정치적 꿈이라고 말했다. 미래 대통령을 꿈꾸는 사람으로서, 현 대통령이 잘하는 점과 아쉬운 점은 뭐라고 보나.
"지금보다 (문 대통령이) 훨씬 더 과감한 개혁을 할 수 있다고 본다. 개혁을 말하면 항상 '현실 가능성이 없다'고 지적하지만 그건 결국 기득권을 위한 얘기다. 대통령이 좀더 과감하게, 지금처럼 지지율이 높을 때 더 개혁 정치를 펼치면 좋겠다. 반면 문재인 대통령은 국민이 어떤 걸 바라는지, 어떤 걸 바꿔나가야 할지를 잘 아시는 것 같다. 국민적 바람에 대한 공감이랄까, 국민적 소통이나 공감력, 그 접근 방식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 당 대표로서, 향후 정의당 집권을 위한 구체적인 로드맵이 있다면.
"사실 진보정당은 지난 17년간 부침을 겪었고, 이제 겨우 집권을 위한 출발선에 섰다고 본다. 저 정당에 내 삶을 맡겨도 되겠는가, 그 시험을 본격적으로 치르는 과정이 시작된 거다. 그래서 내년 지방선거가 중요하다. 그때 정의당에 일할 수 있는 일꾼들이 많다는 걸 국민에 보여줘야 하는 게 첫 번째고, 두 번째는 선거제도 개혁이다.

현재의 지역 소선거구제는 1등이 모든 걸 가져가는 승자독식 구조라 민의가 왜곡될 수 있는 선출 제도다. 저희가 조사한 결과로 보면 매번 총선 때마다 2020만 표가 사표가 된다. 때문에 민의를 제대로 수렴할 수 있는 선거 제도로 바꿔야 한다. 즉, 국민이 지지하는 만큼을 정당 의석수로 보장할 수 있는 제도가 필요한 거다. 그렇게 되면, 정의당도 오는 2020년에는 제1야당이 되는 걸 꿈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 향후 정의당이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세 가지 단어, 키워드로 정리해달라.
"'왼쪽으로, 아래로, 미래로' 이 세 가지가 정의당의 방향성이 담긴 키워드다. 어쨌든 이번 새 정부는 촛불 개혁 민심을 안은 정부다. 개혁을 위해 정의당이 정부 왼편에서 정책을 견인하는 역할을 하겠다. 또 더 아래, 즉 지금껏 한국 정치가 대변하지 못했던 여성과 비정규직, 청년과 농민 등 국민을 정치적 주역으로 끌어올리겠다. 마지막으로 '미래', 즉 4차 산업 시대에도 노동 가치를 보장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려 노력하겠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 남소연

관련사진보기




태그:#이정미 당대표 인터뷰, #이정미 정의당, #여성 당대표, #여성시대 이정미, #이정미 정의당 대표
댓글9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