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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권은커녕 이벤트나 경품에 한번도 당첨된 적이 없는 내게 이런 행운이? 구글이라는 이름으로 내 스마트폰에 전송된 축하메시지.
 복권은커녕 이벤트나 경품에 한번도 당첨된 적이 없는 내게 이런 행운이? 구글이라는 이름으로 내 스마트폰에 전송된 축하메시지.
ⓒ 화면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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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으로 구글링을 하던 중 갑자기 화면이 바뀌며 새로운 창 하나가 뜬다.

"Google 사용자께 축하드립니다! Google의 선물을 획득했습니다!"

이어지는 설명은 더 구체적이다.

"우리는 매주 일요일 하루 한 번 우리 스폰서가 제공하는 선물을 받을 운 좋은 사용자 10명을 임의 선택하고 있습니다. (중략) 상품을 타려면 다음 3개의 질문에 답해주시기만 하면 됩니다."

그리고 하단에는 아이폰7, 아이패드 에어2, 삼성갤럭시 S6를 준다며 제품 사진까지 버젓이 걸어놨다. 그런데 (빨리 다음 화면으로 넘어가지 않으면) 접속이 종료된다는 접속 마감 시간이 분과 초 단위로 긴박하게 카운팅이 시작된다. 어느새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는 심리적 압박감까지 흐른다.

그런데 문장구성이며 띄어쓰기 등을 자세히 살펴보니 번역기를 사용한 듯한 어색한 한국어 실력이 눈에 띈다. 설문조사에 응하면 경품 당첨기회를 제공한다는 이런 마케팅, 어디서 많이 보던 전형적인 수법이다. 게다가 구글이 경쟁사인 애플의 아이폰을 무료로 준다는 말 자체가 앞뒤가 안 맞는다. 게다가 하단에는 이벤트 당첨 후기까지 이어진다. 속는 셈 치고 '낚이는 척' 끝까지 가보기로 했다.

'엉성한 문장'의 질문 뒤 개인정보 요구하는 '수상한 사이트'

상품을 타기위해 반드시 답을 해야하는 3개의 질문중 하나. 서투른 한국어도 질문내용도 원초적이다.
 상품을 타기위해 반드시 답을 해야하는 3개의 질문중 하나. 서투른 한국어도 질문내용도 원초적이다.
ⓒ 화면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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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3개의 질문이 나온다.

- 구글의 창립일은 언제지요? (1)1998 (2)2012 (3)2014
- 구글의 창립자는 누구지요? (1)빌게이츠 (2)마크주커버그 (3)래리 페이지
- 구글의 본사 소재지는 어디지요? (1)미국 (2)영국 (3)러클랜드

자세히 보면 누구나 맞출 수 있는 원초적인 질문. 그런데 자사에 관해 질문하는 과정을 얼핏 보면 정말 구글에서 진행하는 게 맞는 것도 같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구글의 이벤트로 위장한 '페이크 사이트'일 확률이 높다. 구글과 연결된 링크를 클릭하니 사이트가 아닌 구글의 로고 이미지로 연결된다.

다음 화면을 클릭하니 성별과 이메일을 묻더니 급기야 휴대전화번호와 생년월일까지 써넣으라고 한다. 최종적으로 그들이 원했던 소기의 목표가 드러나는 순간이다. 그래서 개인정보 수집 및 이용약관을 살펴봤다.

"귀하가 제공한 개인정보는 아래의 방식 중 하나로 사용될 것입니다. 당사와 당사의 후원사 및 당사의 의뢰인이 제공하는 상품 및 서비스의 홍보 및 광고 (중략), 당사의 후원사가 그 상품 및 서비스에 대하여 어떠한 수단을 통하여 귀하와 직접적으로 접촉하는 것, 당사가 적절하다고 판단하는 당사의 고객에게 당해 정보를 이전, 공유 또는 양도하는 것"

이어지는 설명에는 개인정보(이름, 성별, 이메일, IP주소 등)의 보유 및 이용 기간을 수집일로 3년간으로 명시하고 있다. 게다가 이 개인정보를 국외까지 이전하여 사용하겠단다. 결국에는 누구든지 정보를 써넣기만 하면 이 회사에서 어떤 방식으로든 세계 어디서나 상품홍보나 마케팅 등에 3년간 활용하겠다는 의미다. 거주지를 포함한 내 신상정보가 혹시라도 중국 등의 보이스 피싱이나 스미싱을 일삼는 사기 조직으로 팔린다고 생각하면 그저 아찔하다.

'경품 이벤트'는 '낚시'일 수도... 세상에 공짜는 없다

성별과 이메일은 물론 휴대전화번호와 생년월일까지 요구하는 것을 보니, 그들이 원했던 소기의 목표가 드러나는 순간이다.
 성별과 이메일은 물론 휴대전화번호와 생년월일까지 요구하는 것을 보니, 그들이 원했던 소기의 목표가 드러나는 순간이다.
ⓒ 화면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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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 어색한 글자체와 서투른 한국어로 도배된 사이트는 누가 운영하는 것일까? 화면 하단에 연락처로 명시된 'apmarketing**.com'이라는 사이트를 검색해봤다. '후이즈'라는 검색서비스를 통해 사이트 정보에 관해 검색한 결과, 사이트 등록지는 홍콩이며 베트남계로 보이는 응웬(Nguyen)이라는 성씨를 쓰는 사람이었다. 소속은 아시아의 한 마케팅 전문회사였다.

이 회사는 경품행사의 등록 마감은 올해 12월 31일이고, '추첨은 2018년 01월 15일 오후 4시에 시행된다'고 공지했다. 하지만 경품의 개수나 지급방법과 관련해서는 명확하게 기재하지 않았다. 물론 이 회사가 추첨을 통해 정말로 경품을 지급할 수도 있다. 그러나 선심을 쓰듯 경품 몇 개 던져주고 그들이 얻게 될 '광고 효과' 측면에서는 오히려 '남는 장사' 아니겠는가.

아마 불특정 다수의 정보를 수집한 이 업체는 입력된 정보로 텔레마케팅이나 광고에 활용할 것이다. 그러니 내 정보를 써넣자마자 알지도 못하는 많은 회사에서 전화가 걸려올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다.

이벤트에 참여 후, 내 개인정보를 선의의 목적으로 사용할 것이라는 위안을 삼다가는 정말 큰 코 다친다. 일단 이런 회사는 피하는 게 상책이다. 무분별한 광고 전화 및 보이스피싱 피해는 모두 사소한 부주의에서 출발한다. 이벤트 당첨을 위해 개인정보를 요구하는 경우, 정보를 어디에 사용하며 또 파기의 확인이 어려우므로 일단 참여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


태그:#경품, #개인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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