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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뇌물공여 등 혐의 1심 선고 공판에서 5년형을 선고 받고 서울구치소로 돌아가기 위해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2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뇌물공여 등 혐의 1심 선고 공판에서 5년형을 선고 받고 서울구치소로 돌아가기 위해 호송차로 향하고 있다.
ⓒ 공동취재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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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호소는 '호소'에 그쳤다. 이 부회장은 지난 7일 자신의 뇌물 혐의 등에 대한 결심공판 최후 진술에서 "오해를 풀어달라"고 호소했다. 그는 또 "오해와 불신이 풀리지 않으면 저는 삼성을 대표하는 경영인이 될 수 없다"고도 했다.

25일 법원은 이 부회장의 호소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가 생각하는 '오해'와 '불신'도 법원은 인정하지 않았다. 물론 특검쪽에서 주장한 뇌물 혐의 역시 모두 인정되지도 않았다. 그럼에도 '삼성 총수'로서 이 부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 사이의 불법적인 정경유착 사실은 바뀌지 않았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의 본질을 "정치권력과 자본권력의 부도덕한 밀착"이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은 이제 기로에 서게 됐다. 이 부회장은 스스로 '오해와 불신이 풀리지 않으면'이라는 조건을 달고, '삼성을 대표하는 경영인이 될 수 없다'는 배수진을 쳤다. 이 부회장에 대한 1심 유죄 판결은 '삼성을 대표하는 경영인이 될 수 없다'는 의미를 던져준 것이기도 하다.

이재용 "오해와 불신 풀리지 않으면, 삼성 대표 경영인 될 수 없다"

재판부도 "대한민국 최고 정치권력자인 대통령과 대규모 기업집단이 관련된 정경유착이라는 병폐가 과거사가 아닌 현실이라는 사실로 인한 신뢰감 상실은 회복하기 쉽지 않다"고 밝혔다. 국내 최대 재벌 총수로서 이 부회장의 도덕성이 치명타를 입으면서, 국민의 신뢰가 크게 떨어졌다는 것.

4대 그룹의 한 고위 임원은 "이번 판결에서 기업들이 미르 재단 등에 낸 출연금은 뇌물로 인정되지 않았다"면서 "이 부회장과 최순실씨 사이의 승마 관련 거래가 뇌물로 인정된 점이 (이 부회장과 삼성 등에) 뼈 아픈 대목"이라고 말했다. 이 부회장과 함께 그룹의 2, 3인자인 최지성 부회장과 장충기 사장 등이 징역형을 선고 받은 것 역시, 글로벌 기업 삼성의 브랜드 이미지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했다.

이번 판결로 이 부회장의 향후 행보도 관심거리다. 물론 변호인단은 판결 직후 "즉시 항소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특검 역시 일부 무죄로 판단된 혐의에 대해서도 범죄 사실을 입증하겠다는 분위기다. 항소심에서도 치열한 법리 논쟁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그럼에도 이 부회장 쪽 주장대로 뇌물 혐의 등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란 쉽지 않을 것이란 게 법조계 등의 일반적 시각이다.

따라서 재계 주변에선 이 부회장의 거취를 둘러싸고, 모종의 결단이 나올 수도 있다는 이야기도 흘러 나온다. 재계 한 관계자는 "과거 삼성 총수들의 사례를 보면, 이번 판결로 이 부회장 스스로 거취를 심각하게 고려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2007년 김용철 변호사의 삼성 비자금 폭로와 삼성 특검 수사가 이어졌고, 이건희 회장이 회장직 사퇴를 발표하기도 했다.

삼성전자 부회장과 생명공익재단 이사장 등 삼성 경영에서 손 뗄까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된 지난 2월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 삼성기가 날리고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된 지난 2월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앞에 삼성기가 날리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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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부회장 역시 스스로 '삼성을 대표하는 경영인이 될 수 없다'고 밝힌 만큼, 자신이 갖고 있는 삼성그룹 내의 역할을 정리할 수도 있다는 것. 이 부회장은 현재 삼성전자 등기이사로 부회장을 맡고 있고,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과 삼성문화재단 이사장 등도 맡고 있다.

만약 이 부회장이 이들 자리에서 물러날 경우, 삼성은 계열사별로 독자 경영을 더욱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 일부에선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의 역할이 커질 수 있다는 전망도 있다. 이 사장은 이재용 부회장 여동생으로, '리틀 이건희'라는 별칭도 있다.

삼성에선 이같은 전망은 '억측'이라는 입장이다. 삼성전자의 한 임원은 "이번 판결이 실망스러운 것은 사실"이라며 "아직 항소심 등이 남아있는 만큼 이 부회장의 거취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삼성전자 등은 이미 작년부터 전문경영인을 중심으로 비상경영체제로 해왔다. 다만 앞으로 이같은 체제가 더 길어질 것 같아 안타까울 뿐"이라고 말했다.

삼성의 또 다른 임원은 "특검에서 12년을 구형한 것이나, 최근 사회적 분위기를 봤을 때 무죄가 쉽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은 했다"면서 "그럼에도 1심에서 뇌물로 인정된 부분이나 액수 등이 생각보다 커서 걱정스럽다"고 전했다.


태그:#이재용 부회장, #정경유착, #삼성, #재벌 개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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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공황의 원인은 대중들이 경제를 너무 몰랐기 때문이다"(故 찰스 킨들버거 MIT경제학교수) 주로 경제 이야기를 다룹니다. 항상 배우고, 듣고, 생각하겠습니다.

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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