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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여수국제음악제&앙상블'에서 연주에 앞서 연주자 소개와 관객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는 김소진 예술감독
 이번 '여수국제음악제&앙상블'에서 연주에 앞서 연주자 소개와 관객에게 고마움을 표시하는 김소진 예술감독
ⓒ 박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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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부터 22일까지 여수에서 열린 '여수국제음악제&앙상블'의 첫 행사를 성황리에 마쳤다. 매번 객석을 가득 채웠고, 네 번의 연주회도 각각 성격을 달리해 '흥미롭고 의미 있는 음악의 세계'를 펼쳐 보였다(관련 기사 : 여수 밤바다 수 놓은 '현'들의 앙상블).

이번 음악제 예술감독은 여수 출신 김소진(31, 바이올리니스트)이다. 그녀는 현재 바이올리니스트로서 독주와 협연, 실내악에 이르기까지 미국, 독일, 체코, 러시아, 헝가리, 이탈리아 등 세계 각국에서 다양한 연주 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소진은 여수에서 유년기까지 보냈다. 유치원 다닐 무렵 미국으로 건너가 16세에 줄리어드 음대에서 학사와 석사과정을 장학생으로 마치고 라이스 음대에서 박사과정을 거쳤다.

독일 하노버 음대 독주자 과정 중에 이 학교의 '도첸트(대학 강사)'로 임명돼 활동하고 있으며, 또한 줄리어드 음대 예비학교에 출강하고 있다. 그는 올해 독일의 'Genuin Lavel'과 성공적인 녹음을 마친 데뷔 앨범이 2018년 1월에 전 세계적으로 발매될 예정이다.

지난 22일 여수 마띠유 호텔에서, 이어 23일엔 전화 인터뷰를 통해서 여수국제음악제를 마친 김소진 예술감독을 인터뷰했다.

"꿈만 같아요. 해냈어요.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나 자신도, 모든 연주자도, 관객도, 음악제 관계자도, 그리고 여수도!"

그의 첫 마디였다. 지난 수개월 동안 '여수국제음악제&앙상블'을 준비하면서 노력했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 예술감독을 맡아서 '과연 잘될까?' 고민스러운 순간들도 있었지만 정말 성황리에 끝났다. 그래서 자랑스러웠다.

줄리어드에 다닌 어린 소녀는 늘 한국을, 여수를 자랑하고 싶었다. 방법이 없을까? 연주 여행을 다니고, 각국의 페스티벌을 참가하면 여수에서의 '페스티벌'을 꿈꾸게 됐다.

드디어 한국에 와서 연주를 하게 되었고, 여수 예울마루 공연장에서도 연주를 하게 되었다. '여기다! 이곳이면 되겠다'고 생각한 그는 예울마루 이승필 대표에게 그의 뜻을 전달했고, 주변에 알려 행사를 주최하고자 하는 분들과 의기투합했다.

이번 행사를 주최한 재단법인 범민문화재단과의 만남이 이뤄지면서 속도를 냈다. 이 재단은 출범 첫 행사를 준비 중이었고, 김소진 역시 한국의 여수에서 국제음악제를 처음으로 선보이려는 뜻이 서로 맞아떨어졌다.

이번 국제 음악제 출연자들의 면면을 보면 반드시 약력에는 김소진이 거쳤던 '줄리어드 음대', '라이스 음대', 독일 '하노버 국립음대' 등이 들어있거나 그가 협연한 오케스트라 소속의 연주자가 대부분이다. 또한 국제 페스티벌에서 만나 함께 연주를 했던 친구들도 있다. 그의 개인적 친분이나 음악적 활동 반경과 밀접하게 연결된 연주자들이 대거 참여했다.

여수국제음악제, 그의 음악적 활동과 교류가 큰 힘 됐다

이번 음악제를 마치고 만찬장에서 스탭과 다른 연주자들과 함께 기념촬영. 가운데가 김소진씨.
 이번 음악제를 마치고 만찬장에서 스탭과 다른 연주자들과 함께 기념촬영. 가운데가 김소진씨.
ⓒ 오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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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진은 적극적이며 긍정적인 예술가이다. 처음 연 국제음악제가 힘들지 않았을까?

"행복해하면서 하는 일은 힘들지 않아요. 오래된 내 친구들과 연락하고 전화하면서 너무 즐겁고 행복했어요. 연주자들은 줄리어드에서, 라이스 대학에서, 혹은 독일 하노버 국립대에서 함께 공부하면서 만난 친한 친구들이거든요. 내가 대한민국 여수를 흥분해하면서 자랑을 하고, 대한민국 여수의 공연장 '예울마루'를 극찬하면 경청하고 들어줬어요. 그리고 기꺼이 거의 '재능기부'의 수준에서 나의 음악제 초청제안을 거절하지 않았어요. 준비하면서 또 공연하면서 내내 저는 너무너무 행복했어요."

유럽의 국제음악제 연주홀이라고 어디나 만족스러운 수준은 아니다. 썩 맘에 들지 않은 곳들도 있다. 더구나 여름 공연 무대는 유럽 도시들의 역사만큼 오래된 교회거나 공연장이라고 하더리도 역시 낡고 오래된 장소에서 연주하기 일쑤다.

여수의 이번 공연장은 모든 연주자들에게 좋은 컨디션에서 연주를 할 수 있도록 해줘 만족도가 높았다.

국제적인 교류를 갖는 연주자들 중에는 서로 지역의 음악제에 관심이 높다고 한다. 이번에 참가한 미국의 피아니스트 헨리 크레머는 그의 고향 메인주에서 매년 개최되는 페스티벌이 있는데, 예술감독으로 거론되기도 하고 본인도 적극적이어서 언젠가 맡게 될 거라고 한다. 그는 만약 크레머가 초청한다면 응할 생각이다.

이렇듯 이번 여수국제음악제는 김소진의 음악적 활동 배경과 교류범위가 큰 힘을 발휘했다.

혹시 방학이라서, 혹 여름 바캉스라서 여름철이 갖는 특수성으로 어려움이 있을 법도 하다. 국제음악제의 시기가 여름인 것은 장점일까? 어려운 점일까?

"방학이라 강의에 여유가 있어서 온 연주자도 있을 겁니다. 근데요, 미리 일정을 논의하고 약속을 했기 때문에 일부러 특별히 시간 내서 온 연주자도 있구요. 각자의 스케줄 상의 문제이지, 여름이라서 딱히 어렵다고 보진 않아요. 본인에게 여름 휴가철을 시간 내서 왔다면 그냥 휴가로 즐길 수도 있거든요.

저 역시 여러 도시 연주를 다니면서 느끼는 게, 우리 연주자들은 대부분 '국제적인 떠돌이' 같은 단어가 떠올라요. 떠돌이 생활에 익숙해졌어요(웃음). 제 경우를 비춰본다면 연주자들에겐 어느 계절이라고 특별하진 않아요."

예술적으로 성공한 이들 국제무대연주자들을 통상 부러워하는데 '국제적인 떠돌이'라는 표현에 측은함도 엿보인다.

"모두는 고향이 있잖아요. 저희 아버님은 순천이 고향인데요. 일찍 고향을 뜨셨고, 어머님 고향이 여수예요. 저는 여수에서 태어났어요. 외할아버지댁 옆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두 분과 많은 시간을 보냈어요. 신월동 앞바다가 생각나고 그러죠. 어렸을 때 먹은 갓김치, 게장 백반... 이번에 엄청 먹었어요.

자주 떠돌다 보니까, 이런 내 고향 여수의 음식을 먹게 해주고 싶고, 우리 고향 여수 앞바다도 외국서 사귄 친구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거죠. 세계에 다 알리고 싶은 거예요. 그것을 이번에 제가 실행에 옮긴 거여서 행복하다고 말한 거구요. 참가한 연주자들이 만족해하니까 또 행복한 거구요."

이번 여수국제음악제에 참가한 해외 연주자들의 만족을 그는 큰 수확으로 꼽는다. 연주자들의 만족은 뭐니 뭐니 해도 자신의 음악적 역량을 아낌없이 발휘했느냐에 초점을 둔다.  
이번 음악제에 김소진 감독(맨 왼쪽)은 바이올리니스토로도 무대에 섰다. 연주자들 모두 연주홀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이번 음악제에 김소진 감독(맨 왼쪽)은 바이올리니스토로도 무대에 섰다. 연주자들 모두 연주홀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 박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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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주홀에 모두 만족해했구요. 네 번의 무대 모두 관객이 대성황을 이룬 것도 인상적이었습니다. 객석 반응도 아주 좋았거든요. 연주자들 모두 연주홀과 객석 반응에 크게 만족해했습니다. 거기다 리허설 때부터 여러 날을 여수에 체류하면서 호텔 서비스, 먹는 것에도 흡족했습니다.

그리고 더 중요한 것은 매일 마띠유 호텔과 연주홀인 예울마루로 오고 가는 길이 바다가 펼쳐져 있어서 너무 아름답다고 탄성을 자아냈거든요. 연주홀에서 잠깐 쉬러 나와도 바다를 만날 수 있었구요. 음악제를 마치면서 음악적인 측면이나 음악 외적인 측면 모두 '대만족'이라고 이구동성으로 말해서 기분이 좋습니다."

처음에 여수에서의 국제적인 연주회를 '페스티벌'로 치르려는 뜻을 두고 그는 여수 출신의 첼리스트면서 지휘자인 이얼씨를 맨 먼저 만났다. 김소진은 실내 앙상블을 구성할 거라는 자신의 아이디어를 이얼씨에게 말하고 앙상블 지휘를 부탁했을 때 그는 흔쾌히 승낙했다.

이얼씨는 여수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다 5학년 때 캐나다에 이민 갔다. 줄리어드에서 첼로와 지휘를 공부했으며 현재 캐나다 토론토 심포니 Youth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다. 이얼씨를 김소진은 '오빠'라고 부른다.

이얼은 음악적 동료이자 플루티스트인 아내 손유빈도 합세하도록 했다. 부부가 여수에 온 것이다. 손유빈은 줄리어드와 예일대 대학원을 졸업했고 뉴욕 링컨센터 소속 단원이기도 하다.

"여수페스티벌, 매년 진화되는 행사가 될 것"

22일 무대에 선 여수국제음악제 앙상블 연주자들.가운데가 앙상블 지휘자 이얼씨
 22일 무대에 선 여수국제음악제 앙상블 연주자들.가운데가 앙상블 지휘자 이얼씨
ⓒ 박정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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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얼씨를 만난 이후 김소진은 한국 출신의 이신규(비올라, 멘델스죤 펠로우쉽 오디션 우승)씨도 만나서 여수에 오겠다는 승낙을 받았다. 그리고 우크라이나 출신의 알렉시 샤드린(남, 첼로, 러시아 Nizhni Novgorod 콩코르 우승)은 독일 하노버대에서 동문수학한 인연으로 여수로 불러냈다. 이런 식으로 친구를 불러내 앙상블이 이뤄지고, 국내외 연주자들을 모아 '페스티벌'을 완성시켜 나갔다.

주최 측인 범민문화재단과는 여수 출신의 국내외 학생들을 무대에 올린다는 계획도 세웠다. 김소진 음악감독이 진두지휘해서 음악제에 참가한 국제적인 연주자들과 여수 출신으로 국내외서 주목받으며 성장하고 있는 예비 연주자들을 위한 협연도 실시해 호평을 받았다.

여수 출신의 꿈나무들에게 더 할 수 없는 큰 무대의 기회를 제공해주었다. 여수에서 나고 자란 영아티스트들을 이끌어주는 역할도 김소진은 기꺼이 맡아주었다.

그는 앞으로 한국에서의 활동에 많은 시간을 할애할 예정이다. 이번 겨울에도 롯데 콘서트 홀에서 피아니스트 손열음과의 연주회도 예정돼 있다.

그를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은 내년 초 그의 앨범이 전 세계적으로 발매되면 지금보다 더 많이 알려지길 바라고, 더 깊이 있는 그의 바이올린 연주를 기대하고 있다.  
음악제 공연 후 동료들과 기념촬영. 왼쪽이 김소진씨.
 음악제 공연 후 동료들과 기념촬영. 왼쪽이 김소진씨.
ⓒ 오병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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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반도 기대되고, 음악제도 내년이 더 기대된다고 하자, 곧바로 답한다.

"첫 페스티벌이 이렇게 순조로울 줄 몰랐어요. 처음이 이 정도였으니 앞으로 더 훨씬 나아지는 무대가 될 겁니다. 매년 진화되는 여수페스티벌이 될 거예요. 앞으로 연주자들은 여름에 개최되는 여수음악제에 앞다투어 서로 여수의 무대에 서 보려고 하는 국제음악제로 만들 겁니다. 국제적인 연주자들이 그들의 캐리어에 여수페스티벌 참가를 큰 긍지로 여기는 곳으로 '여수'가 이제 우뚝 서야죠! 기대해주세요."

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뉴스>애도 송고합니다.



태그:#여수국제음악제, #여수앙상블, #김소진, #예울마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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