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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만 6천명에 이르는 기간제교사를 비롯한 6만에 이르는 학교 비정규직교사의 정규직 전환을 두고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정부 차원의 전환심사위원회까지 꾸려서 운영되고 있다.

언론을 통하여 전환심사위에서 기간제교사와 영어회화전문강사 등의 일괄적인 정규직 전환이 법적으로도, 현실적으로도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사실이 보도되고 있다.

아직 확정 결론은 아니지만 크게 달라질 것 같지 않아보인다. 그러나, 심의위원회가 어떤 결론을 내놓느냐와 상관없이 그냥 넘어갈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 사립학교의 기간제교사이다.

초등학교의 기간제교사의 비율이 3% 정도인데 비하여 중등학교 기간제교사 비율이 15% 내외인 것은 사립학교의 비중이 그만큼 높기 때문이라는 이유가 크다. 그것도 교육공무원법이나 사립학교법이 정한 합법적인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 불법적인 기간제교사가 많기 때문이다.

그래서, 도대체 사립학교의 기간제교사 임용 현실이 어떤지 살펴보는 것이 필요하다. 2016년 11월 (자료를 제출한) 서울의 309개 사립중등학교의 기간제교사 임용 현황 자료를 통하여 사립학교 기간제교사 임용 사태가 얼마나 심각한지 살펴보자.

[분석① 임용 기간] 20년째 비정규직 교사라고? 희망고문은 이제 그만!

4년 이상 계속 기간제로 임용된 경우가 11.6%, 3년 이상이 23.4%이고, 2년 이상 계속 임용된 경우는 절반에 이르는 46.9%나 된다.
 4년 이상 계속 기간제로 임용된 경우가 11.6%, 3년 이상이 23.4%이고, 2년 이상 계속 임용된 경우는 절반에 이르는 46.9%나 된다.
ⓒ 서울교육청 자료(김행수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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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법 상 기간제교사는 1년 이내의 기간 동안 계약을 하고, 3년 이내의 범위에서 계약을 연장할 수 있다. 그러니까 법의 문언 상으로는 최대 4년까지 계약이 가능하다.

이 법의 취지는 한 교사를 4년 이상은 임용하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라 무분별하게, 장기적으로 기간제교사를 남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즉, 4년 연속으로 기간제교사를 임용해야 하는 자리라면 원칙적으로 정교사를 임용해야 하는 자리라는 의미이다.

그런데 현실은 아니었다. 2016년 11월 현재, 3956명의 기간제교사 중 4년을 초과하여 임용된 교사가 459명(11.6%)이나 되고, 4년째인 교사까지 포함하면 924명으로 23.4%나 된다. 1년 미만 기간제는 고작 4.5%밖에 안 된다.

10년, 15년, 20년째 장기로 기간제교사로 임용된 사례도 적지 않다. 이들은 대부분 법에 규정된 기간제 임용 사유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20년째 희망고문을 하고 있는 것이다.
 10년, 15년, 20년째 장기로 기간제교사로 임용된 사례도 적지 않다. 이들은 대부분 법에 규정된 기간제 임용 사유가 아닌 것으로 보인다. 20년째 희망고문을 하고 있는 것이다.
ⓒ 서울교육청(김행수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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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이해할 수 없는 것은 기간제교사들의 근무 기간이다. 현행법은 기간제교사의 계속 근무 년수를 4년으로 제한하고 있지만 교육부나 법제처는 4년이 초과하면 절차를 거쳐서 다시 임용이 가능하다고 해석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한 학교에 계속 근무하거나 근무하는 교사만 바꾸어서 계속적으로 기간제교사를 채용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최장 Y고는 시간강사를 무려 21년째 임용하고 있으며, S고, Y고, J고, D여고 등이 10년을 초과하여 기간제교사를 임용하고 있다.

동일 과목, 동일 사유인데 같은 사람을 또는 사람만 바꾸면서 10년, 20년을 비정규직 교사로 임용하면서 희망고문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사례들은 명백하게 법의 취지를 무시한 것이다. 1, 2년 아니 4년 정도야 그렇다고 치더라도 10년, 15년, 20년을 기간제교사로 계속 채용하는 것은 사학의 심각한 갑질이고 적폐이다.

[분석② 비율]  기간제교사 비율이 47%인 학교가 있다?

기간제교사 비율이 가장 높은 학교는 47%를 넘는다. 40% 이상인 학교가 5개나 되고, 30%를 넘는 학교는 6.9%, 20%를 초과하는 학교는 44.7%나 된다. 사립학교만 따지면 기간제교사 비율이 20%에 이른다.
 기간제교사 비율이 가장 높은 학교는 47%를 넘는다. 40% 이상인 학교가 5개나 되고, 30%를 넘는 학교는 6.9%, 20%를 초과하는 학교는 44.7%나 된다. 사립학교만 따지면 기간제교사 비율이 20%에 이른다.
ⓒ 서울교육청(김행수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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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제교사의 비율이 40% 이상인 학교가 5개교(1.6%)이고, 30%를 넘어서는 학교가 21개(6.9%)이며, 20%를 넘어서는 학교는 136개교로 전체의 37.8%나 되었다. 기간제교사의 비율이 초등학교와 비슷한 5% 이하인 학교는 8개(2.6%)였고, 공립중등학교 수준인 10% 이하인 학교는 46개(15.1%)에 불과했다.

사립학교 기간제교사의 문제는 채용 기간만이 아니다. 기간제교사가 1명이라도 근무하는 조사 대상 304개 학교 중 기간제교사가 가장 많은 학교는 무려 전체 교사의 47.1%나 되었다.
아무리 사립학교의 특수성을 인정하고, 교육과정 변경 가능성, 학급 감축 등의 사유를 인정하더라도 한 학교에 기간제교사를 30%를 넘어 50% 가까이 임용하는 것은 기간제교사 제도 남용으로 보인다.
 아무리 사립학교의 특수성을 인정하고, 교육과정 변경 가능성, 학급 감축 등의 사유를 인정하더라도 한 학교에 기간제교사를 30%를 넘어 50% 가까이 임용하는 것은 기간제교사 제도 남용으로 보인다.
ⓒ 서울교육청(김행수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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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고등학교를 포함하여 기간제교사의 비율이 높은 학교들은 Y고 46.5%, E중 44.8%, Y고 43.9%, D고 42.4% 등이었다. 백보를 양보하여 사립학교에서 휴직 대체나 학급수 감축 등을 이유로 어느 정도의 기간제교사야 불가피하더라도 기간제교사 비율이 40%를 넘어서 50%에 육박하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분석③ 채용 사유] 휴직대체가 아니라 한시적 교육과정 임용이 2/3

사립학교의 기간제교사 임용 사유가 일반의 예상과는 달리 휴직 등 결원 대체보다는 한시적 교육과정 운영을 위한 특정 교과 담당이 훨씬 많다. 이는 공립학교의 기간제교사의 대다수가 결원 대체인 것과 뚜렷한 대조를 보이는 현상이다. 그만큼 불법, 편법 기간제 교사 남용이 심각하다는 의미이다.
 사립학교의 기간제교사 임용 사유가 일반의 예상과는 달리 휴직 등 결원 대체보다는 한시적 교육과정 운영을 위한 특정 교과 담당이 훨씬 많다. 이는 공립학교의 기간제교사의 대다수가 결원 대체인 것과 뚜렷한 대조를 보이는 현상이다. 그만큼 불법, 편법 기간제 교사 남용이 심각하다는 의미이다.
ⓒ 서울교육청(김행수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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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기간제교사는 육아와 질병 등 정교사의 휴직으로 인한 대체 교원으로 알려져 있다. 초등학교나 국공립중등학교에는 대체로 맞지만 사립학교에는 전혀 해당하지 않았다.

2016년 11월 현재 서울의 309개 사립중고등학교에 근무하는 3654명의 기간제교사 중에서 휴직 대체 기간제교사는 853명으로 전체의 23.4%이고, 강사를 포함하면 853명, 21.3%에 불과했다. 휴직 대체 교사가 대부분일 것이라는 일반의 예상과는 완전히 다른 결과이다.

사립학교 기간제교사의 압도적인 다수는 휴직 대체가 아니라 '특정교과를 한시적으로 담당할 교원이 필요한 때'로 전체의 67%에 해당한다. 주로 교육과정 운영상의 선택과목이나 학급수 감축이 예정되어 있는 경우에 해당한다.

아무리 선택과목이나 학급수 감축을 감안하더라도 이 사유로 기간제교사를 2/3나 임용하는 것은 심각한 불법 편법이다. 분석1에서 살펴본 기간제교사의 임용 기간이 잘 보여주고 있다.

이 중의 상당수는 교육과정을 이유로 한 불법, 편법 기간제교사들로 보인다. 사립학교의 기간제교사 채용에 심각한 불법, 편법이 존재한다는 또 다른 증거는 퇴임 교원의 충원 현황이다.

현행법 상 명예퇴직이든 정년퇴임이든, 아니면 의원면직이든 퇴임으로 인한 결원은 기간제교사 임용 사유가 아니다. 그러니까 퇴임으로 인한 결원은 정교사 임용이 원칙이라는 의미이다.

명예퇴직이나 정년퇴임, 의원면직 등 퇴임에 의한 결원은 기간제교사 임용 사유에 해당하지 않아 정교사를 임용해야 한다. 학급수 감축 등의 이유로 임용을 하지 않을 수는 있지만 임용하면 정교사를 임용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의미다. 그런데, 기간제교사나 강사로 임용하는 경우가 전체의 70%에 육박한다. 이것 역시 심각한 불법, 편법 기간제교사 임용이 만연하다는 증거다.
 명예퇴직이나 정년퇴임, 의원면직 등 퇴임에 의한 결원은 기간제교사 임용 사유에 해당하지 않아 정교사를 임용해야 한다. 학급수 감축 등의 이유로 임용을 하지 않을 수는 있지만 임용하면 정교사를 임용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의미다. 그런데, 기간제교사나 강사로 임용하는 경우가 전체의 70%에 육박한다. 이것 역시 심각한 불법, 편법 기간제교사 임용이 만연하다는 증거다.
ⓒ 서울교육청(김행수 편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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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최근 3년(2014년~2016년) 사립학교에서 퇴임한 교사 1845명의 결원 중에서 정교사를 신규 채용한 경우는 불과 18.5%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2014년 24.4%, 2015년 20.5%, 2016년에는 11.8%로 급격하게 하락했다. 갈수록 정교사를 뽑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기간제교사로 충원한 경우가 65.9%인 1215명, 강사로 충원한 경우가 2.1%인 38명으로 전체의 68%가 비정규직으로 충원된 것으로 나타났다. 아예 충원을 하지 않은 경우가 13.6%인 250명인데, 이는 학급수 감축이나 과목 폐지 등의 이유로 인정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퇴임으로 인한 결원을 기간제교사나 강사로 충원하는 것은 명백한 불법이다.

사학의 불법 기간제교사 남용은 청산해야할 적폐 중의 적폐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기간제교사를 비롯한 학교의 비정규직 교사의 정규직화 문제에 대해서 뚜렷한 찬반 양론이 있다. 그러나 이들의 정규직화에 찬성하는 쪽이든, 반대하는 쪽이든 공통으로 합의하는 내용이 있다.

첫 번째가 신규 채용 인원 자체를 늘려서 교사 1인당, 학급당 학생수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고, 두 번째가 심각한 사립학교의 불법 기간제교사 채용 관행을 뿌리뽑아야 한다는 것이다.

첫 번째 과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기는 하지만 공무원 총 정원제니 국가 예산의 문제니 하는 현실적인 제약이 있어서 또 다른 논란 거리가 된다.

그러나, 두 번째 과제인 일부 사립학교의 '기간제교사가 전체 교사의 47%, 10년, 20년째 기간제교사 임용'으로 대변되는 불법적인 기간제교사 임용 관행을 근절시키는데는 전혀 추가 예산이 투입되지도 않고, 또 전체 정원을 증가시키는 문제도 아니다.

이렇게 하여 정교사로 임용할 수 있는 사립학교의 T.O가 전국적으로 수천명을 넘을 것으로 짐작된다. 사립학교의 불법 기간제교사는 교육계의 적폐 중의 적폐이고, 사학의 갑질 중의 슈퍼 갑질이다. 반드시 뿌리 뽑아야 한다.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의 의지만 있으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사립학교의 기간제교사 중 우선 (휴직 대체 등 불가피한 사유를 제외한) 한시적 교육과정 운영을 이유로 임용된 기간제교사가 정말로 그 사유에 해당하는지 전수 조사하고, 특히, 4년 이상 장기 임용 중인 기간제교사의 불법 채용 여부를 따져보면 된다.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고 예산이 더 드는 문제도 아니다.

그러나 그 결과는 기간제교사에게도 유익하고, 학생들의 교육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치며, 나아가 우리 교육 전체에도 분명히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재의 기간제교사의 정규직화 논란과 상관없이 문재인 정부가 사립학교의 불법 기간제교사 임용이라는 적폐 청산에 나서야 하는 이유다. 이것도 못하겠다면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말할 자격이 없어진다.


태그:#기간제교사, #장기 임용, #희망 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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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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