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구닥'의 기본 화면
 '구닥'의 기본 화면
ⓒ 김희지

관련사진보기


사진 기반 SNS인 인스타그램을 열심히 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은 피드에서 접해봤을 법한 '구닥'. '구닥다리' 카메라처럼 기다림의 미학을 느낄 수 있게 제작된 카메라 앱이다.

마치 필름카메라처럼, 인화할 때까지의 시간이 걸린다. 한 번 이용할 때마다 필름을 쓰는 것처럼 딱 24장의 사진을 찍을 수 있고, 다 찍은 후 3일(72시간)이 지나야 확인할 수 있다. 이 시간이 '3일'로 정해진 이유가 재밌다. 과거 사진관에서 인화를 맡길 때 "3일 후에 찾으러 오세요"라고 했던 것에서 모티브를 얻었다고 한다.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 감성이 유효할까. 일단은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구닥은 국내 앱스토어 유료 앱 부분 1위를 기록할 정도로 주목을 받고 있는 앱이다. 생각보다 필름카메라의 질감을 그리워하는 이들이 많다는 방증이다.

코닥을 닮았으나 구닥은 구닥

나는 평소에도 종종 필름카메라로 사진을 찍는다. 구닥이 처음 출시되었을 때부터 눈여겨봤는데, 이제서야 사용해보게 됐다. 구닥의 가격은 1.09 달러, 한화로 약 1200~1300원 정도이다. 유료앱이지만 부담없이 결제할 만한 가격이다.

구닥의 디자인은 코닥사의 일회용 카메라, 'FUNSAVER'의 모습을 닮았다. 디자인도 그렇고, 24장을 찍을 수 있는 시스템을 보면 코닥에서 많은 영감을 얻은 듯하다. 하지만 사진의 느낌은 코닥과 거리가 멀다. 구닥으로 찍은 사진은 따뜻하기보다 푸른 색감이다. 분위기 있는 사진은 잘 나오지만 음식 사진은 생각보다 맛없어 보인다.

이대 앞의 정말 맛있는 파스타집. 너무 맛 없게 나와서 충격받았다.
 이대 앞의 정말 맛있는 파스타집. 너무 맛 없게 나와서 충격받았다.
ⓒ 김희지

관련사진보기


구닥은 전체적으로 '필름카메라의 감성을 디지털로 가져온다'는 모티브에 충실하다. 그래서 필름카메라의 불편함까지 그대로 가져왔다. 72시간의 기다림, 컷 수 제한, 랜덤으로 적용되는 필터, 그리고 작은 파인더까지.

사실 작은 파인더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던 거라 적잖이 당황했다. 눈을 가까이 댄다고 해서 더 잘 보이는 것도 아니다. 거의 눈대중으로 피사체를 담는 것이나 다름 없다. 그래서 발까지 다 나오게 찍고 싶었는데 다리가 잘리는, 그런 슬픈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 당연히 '셀카'를 찍기도 어렵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좋은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촬영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가끔 어떤 필터가 적용될지 몰라 망치는 사진이 생기곤 하는데, 나름의 재미가 있다. 어떤 사진이 성공하고 어떤 사진이 실패할지 알 수 없다는 불확실성이 흥미로운 지점이다. 이와중에 '건지는' 분위기 있는 사진은 덤.

친구를 찍은 사진. 다리가 잘려 가슴이 아프다.
 친구를 찍은 사진. 다리가 잘려 가슴이 아프다.
ⓒ 김희지

관련사진보기


기다림, 매력과 불편함의 사이

구닥을 사용하면서 가장 걸리는 부분은 무엇이었을까. 개인적으론 '기다림'이었다. 물론 이건 구닥의 재미있는 '콘셉트'이기도 하다. 사진을 찍고, 72시간 동안 무작정 기다리는 것.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72시간을 기다리고 나서도 'PRESS' 버튼을 클릭해야 사진을 확인할 수 있고, 한 번에 확인할 수 없다. 한 장 한 장, 인화되는 시간을 기다려야 한다.

흥미롭기는 했지만 처음 앱을 사용하는 입장에선 빨리 결과물을 확인해보고 싶은데 계속 기다려야 하니 답답했다. 물론 임의로 시간을 돌려서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긴 하지만 귀찮은 건 마찬가지.

'구닥'을 이용해 찍은 사진
 '구닥'을 이용해 찍은 사진
ⓒ 김희지

관련사진보기


사진을 바로 확인하고 싶거나, 인스타그램 등의 SNS에 올리고 싶다면 구닥을 추천하지 않는다. 사진을 찍어놓고 잊었다가 나중에 확인해서 그때의 추억을 되새기면, 나름의 재미를 찾을 수도 있겠지만.

주변 이들에게 왜 구닥을 쓰는지 물었다. '바로 확인할 수 없고 기다려야 하는 점이 신기해서', '값싼 가격에 필름카메라와 비슷한 효과를 낼 수 있어서' 등의 답이 나온다. 모든 것이 빠르고 간편해진 요즘, 아니러니하게도 아날로그적인 감성이 매력이 되고 있는 걸까.

내가 이렇게 김치전과 동동주를 좋아한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내가 이렇게 김치전과 동동주를 좋아한다는 것도 확인할 수 있다.
ⓒ 김희지

관련사진보기


[구닥으로 찍은 사진 더 보기]

구닥으로 찍은 사진들.
 구닥으로 찍은 사진들.
ⓒ 손지은

관련사진보기


구닥으로 찍은 사진들.
 구닥으로 찍은 사진들.
ⓒ 손지은

관련사진보기


구닥으로 찍은 사진들.
 구닥으로 찍은 사진들.
ⓒ 손지은

관련사진보기


구닥으로 찍은 사진들.
 구닥으로 찍은 사진들.
ⓒ 손지은

관련사진보기


구닥으로 찍은 사진들.
 구닥으로 찍은 사진들.
ⓒ 손지은

관련사진보기


 
구닥으로 찍은 사진들.
 구닥으로 찍은 사진들.
ⓒ 손지은

관련사진보기


구닥으로 찍은 사진들.
 구닥으로 찍은 사진들.
ⓒ 손지은

관련사진보기




태그:#구닥, #필름카메라, #아이폰, #감성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