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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인 류석춘 교수 초대로 마련된 발전사회학 특강에 참석해 학생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 거침없는 질문 공세 받는 홍준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인 류석춘 교수 초대로 마련된 발전사회학 특강에 참석해 학생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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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헐 대박", "진짜 홍준표야ㅋㅋ", "TV랑 똑같이 생겼네"

14일 오전, 빨간넥타이를 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나타나자 학생들은 술렁거렸다. 홍 대표가 예고 없이 연세대 사회학과 수업에 '급 등장'한 탓이다. "깜짝 특강으로 만들려 제가 강연한다고 (공지)했다"는 류석춘 교수(한국당 혁신위원장)의 말처럼, 예상치 못한 등장에 학생들은 당황한 듯했다. 강의실 안 곳곳에서 "헐", "대박" 탄성이 터졌다.

이날 홍 대표 일정은 취재진에도 방문 2시간 전에 고지될 정도로 갑작스러웠다. 그가 20대 청년들과 만난 것은 '젊은 층 구애 행보'로 해석된다. 홍 대표는 학생들과 만나 "탄핵 뒤 그나마 있던 젊은 층 지지도 없어졌다. 연세대에 오면 큰 성과가 있을 것으로 봤다"며 "저희 당이 싫더라도 좋아하려 노력해 달라. 예쁘게 좀 봐달라"고 말했다.

"며칠 전에 보니 홍준표 대표가 부인에게 '촌년'이라고 하더라. 죄송하지만 여기(강의실)에 있는 촌년들이 표를 줄 수도 있는 건데, 어떻게 한 정당의 대표가 부인에게 촌년이라고 할 수 있나. 당을 혁신하겠다면 그런 남성중심 시각부터 없애야 하지 않나."

이날 밝은 표정으로 웃으며 강의실에 나타난 홍 대표는 그러나 처음부터 '여성비하' 관련한 공세적인 질문을 받았다. 홍 대표는 앞서 일부 취재기자들에 답한 것처럼 "어느 언론사냐. 무슨 의도로 묻느냐", "그런 질문 말라"는 면박 대신 질문에 충실히 답하려 애썼다. 하지만 약 1시간 30분의 특강 뒤 학생들은 탐탁지 않은 반응이었다.

"답변 '물타기'를 잘하시더라고요" 질문한 학생들 소감 들어보니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인 류석춘 교수 초대로 마련된 발전사회학 특강에 참석해 학생들의 난감한 질문공세가 이어지자 물을 마시고 있다.
▲ 학생들의 송곳 질문에 목 타는 홍준표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인 류석춘 교수 초대로 마련된 발전사회학 특강에 참석해 학생들의 난감한 질문공세가 이어지자 물을 마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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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강은 학생들이 질문하고 홍 대표가 답하는 질의응답 시간으로 채워졌다. "저도 보수인데, 평소 홍 대표를 싫어했다. 그래도 오늘 특강 듣고 전보다는 긍정적으로 변했다"는 학생도 있었지만, 학생들 다수는 부정적인 소감을 전했다. 다음은 <오마이뉴스>와 만나 학생들이 털어놓은 강연 소감이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답변이 (핵심을) 잘 피해 가시더라. 굉장히 교묘하게, 소위 말하는 '물타기'를 잘 한다는 걸 느꼈다." (김OO, 22세)
"노조 지적, 북핵 문제 등에 대한 의견이 너무 극단적이었다. 그리고 (학생들이 한) 질문에 대한 답변이 아니라, 답변하면서 자기가 하고 싶은 얘기만 하더라." (남OO, 23세)
"민감한 부분은 돌려서 대답하더라. 다만 평소 했던 얘기를 똑같이 하는 걸 보고, 일관성은 있다고 생각했다." (천오성, 25세)
 

웃으며 강의실에 들어섰던 홍 대표는 차츰 표정이 굳어졌다. 학생들은 이날 ▲ 정당 대표의 여성비하 발언이 괜찮은가 ▲ 한국당의 친박(근혜)계 '자진탈당 권고'는 꼬리 자르기 아닌가 ▲ 홍 대표가 늘 말하는 '강성노조'가 청년일자리 감소의 본질은 아니지 않느냐 ▲ 자유한국당이 야당으로서의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 ▲ 북핵 문제 관련 본질적인 해법이 없는 것 아니냐는 등 날카로운 '송곳 질문'을 쏟아냈다.

홍 대표는 처음부터 '센 질문'이 나오자 당황한 듯 "처음부터 아픈 부분을 질문하네"라며 당 관계자에 "물 좀 달라"고 요청해 물을 마시기도 했다. '돼지발정제 사건'까지 언급하며 여성비하 발언을 지적한 학생 질문에 대한 홍 대표의 답변은 '친근감의 표현'이라는 것이었다. 홍 대표의 말이다.

"부인이 전북 부안 출신인데, 고향 가서 제가 '촌년이 출세했다'고 얘기했다. (제가) 경남 출신인데 경상도에선 그걸 여성비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건 친근한 말이다."

그는 또 "제가 저를 '창녕 촌놈'이라고 하면 그게 남성비하냐. 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경상도에선 그게 친근한 말투"라며 부연했다. 이어 '돼지발정제 사건'과 관련해서는 "제가 한 게 아니고 다른 사람이 한 것", "이미 다 해명했고 문제가 안 됐다"는 등 대선 때 했던 대답을 반복했다.

첫 질문을 던진 채영진(연세대 사회학과, 25세)씨는 이날 특강 뒤 기자와 만나 "여성비하를 지적하는 질문에 홍 대표가 '친근감의 표현'이라고 답하는 걸 보고, 과연 (이 당에) 미래가 있는 걸까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자유한국당이 어쨌건 제일 강력한 야당"이라며 "평소 한국당을 보면서 그들 안에 굉장히 공고한 남성 카르텔이 있다고 느꼈다. 이번 '혁신'에서 그걸 꼭 바꿨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앞서 홍 대표는 서울 신촌을 찾아가 "내가 너희 롤모델이다. 나는 부모 유산 1원 안 받아도 내 힘으로 바르게 컸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에 관해 묻자, 수업을 들은 한 학생은 웃음을 터뜨리며 "주변에 그런 친구가 전혀 없다. 사실 희화화를 많이 했지, (홍 대표를) 닮고 싶다거나 롤모델이라고 하는 사람은 전혀 못 봤다. 젊은 층에서는 정말로 신뢰를 못 받고 있는 사람"이라고 답했다.

"'촌년'은 친근한 말" 답한 홍준표, 질문한 학생 "미래가 있나..."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인 류석춘 교수 초대로 마련된 발전사회학 특강에 참석해 당에 대한 문제와 한국 사회의 문제, 대북 문제, 청년 일자리 문제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1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인 류석춘 교수 초대로 마련된 발전사회학 특강에 참석해 당에 대한 문제와 한국 사회의 문제, 대북 문제, 청년 일자리 문제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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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대표는 이날 문재인 정부 공약 평가에 대한 질문에, "문재인 정부를 지금 평가하긴 좀 이르다"라면서도 약 10분간 길게 답변했다. "대북 정책은 잘못 가고 있다"는 등 대부분 문재인 정부의 실책을 지적하는 답변이었다.

그는 "북한의 핵 개발이 미국 향한 거라고 보는 건 참으로 잘못"이라며 "북핵이 용산에 떨어지면 일시에 250만 명이 사망하고 후유증으로 죽을 사람이 400만 명이다. 그만큼 무섭다"고 말하는 한편, "공무원은 국민 세금을 나눠 먹는 사람이다. 일자리를 늘릴 게 아니라 오히려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 "의료보험 케어는 하면 좋지만 나라 예산으로 감당이 안 될 것"이라는 등 정부 실정을 강하게 비판했다. 

홍 대표는 또 "바른정당은 비겁했다. 배가 난파되려고 하면 수리해야 하는데 구명정을 타고 나갔다", "민주당은 좌파 흉내 내는 정당이다", "한국당이 국민 지지를 받은 건, 보수가 부패해도 국민이 지지해준 건 능력 때문이다. 그래도 나라를 무책임하게 운영하는 좌파보다는 우파가 낫지 않느냐(는 것)"이라는 등 여야를 두루 공격했다.

이날 특강엔 40여 명 학생들에 더해 30여 명 카메라와 취재진으로 인해 강의실이 붐볐다. 갑작스러운 정치인 특강과 예고되지 않은 취재진의 방문 탓에 일부 학생들은 화가 난 듯 팔짱을 끼고 수업을 듣거나, 휴대폰으로 줄지어 선 카메라들을 사진 찍었다. 일부 학생들은 수업 중 휴대폰을 하거나 노트북을 펴고 다른 수업 과제를 하기도 했다.


태그:#홍준표 특강, #한국당 홍준표 연세대, #문재인 홍준표, #촌년 홍준표 여성비하, #홍준표 한국당 연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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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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