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미더머니 우승자' 라는 타이틀이 멋있는 이유는 단지 그 주인공의 랩 실력 때문만은 아니다. <쇼미더머니>(아래 <쇼미>)가 얼마나 빡빡한 경쟁의 장인지, 얼마나 흔들리지 않는 정신력을 필요로 하는 프로그램인지 알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쇼미6 우승자' 행주는 랩뿐만 아니라 정신력으로도 우승자였다고 볼 수 있겠다. 15일 오전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가진 행주와의 대화는 유연하면서도 강철 같은 그의 '멘탈'을 느끼게 해주었다.

모든 것이 '멘탈 싸움'이었다

행주 15일 오전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쇼미더머니6> 우승자 행주의 인터뷰가 있었다.

15일 오전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쇼미더머니6> 우승자 행주의 인터뷰가 있었다. ⓒ Mnet, 아메바컬쳐


- 우승할 거라 생각했나.
"우승할 거란 생각을 하고 임한 건 아니었다. 자신감이나 확신은 있었는데 사람들에게 표출하지는 않았다. 그렇게 하지 말자고 생각하고 들어갔다. <쇼미>는 언제 탈락할지 모르는 프로그램이다. 매회 그때 그때 최선을 다한 게 우승 계기인 것 같다."

- 운이 따랐나.
"운이 많이 따랐다. 그림대로 안 가면 사람이 불안해지지 않나. 내가 준비한 게 이건데 다르게 풀리면 힘들어지는데, 그런 그림을 미리 짜놓은 게 아니어서 상황에 맞추면 됐다. 지코-딘 팀에 갈 거란 것도 전날까지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었다. 다이나믹듀오 팀엔 당연히 갈 생각이 없었다. 아무리 잘해도 (같은 소속사라)뒷말이 나올 게 뻔했다. <쇼미>도 즉흥적으로 현장지원했다."

- 다듀와 촬영장에서 어땠나.
"다듀가 현장에서 저를 칭찬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방송과 별개인 행사에서 만났을 때도 '어차피 우승은 넉살'이라고 말했다. 방송에는 한두 번 나온 게 전부지만 '팀에서 행주만 튄다'는 이야기를 계속 했다. 나중에 프로그램 끝나고 물어보니 "그냥 예능이었다"고 말했는데, 그런 말을 계속 들으니까 나 자신도, 내 주변인들도 내가 뭔가 팀에 안 어울리는 사람이라고 느끼게 됐다. 멘탈이 흔들리더라.

하지만 언제나 두 가지 인 것 같다. 사람들 말에 꺾이느냐, 파이팅을 내느냐. 다행히 파이팅으로 갔고 사람들이 내게 '안 어울린다' 했을 때 나만 잘 하면 되는 거라 생각했다. 결과적으로 다듀가 고맙다. 덕분에 더 파이팅이 생겼다."

- 경연에서는 멘탈이 정말 큰 부분이겠다.
"<쇼미>는 멘탈이 90%인 것 같다. 내가 랩을 잘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그건 온전히 내 몫이다. 경쟁은 물론이고, 경쟁을 넘어 동료들과 돈독해지고 있다면 그 돈독함을 또 활용해서 제작진은 멘탈을 흔든다. 멘탈이 계속 흔들리다가 갑자기 무대 가서 랩을 해야 한다. 즐길 수 있느냐, 즐길 수 없느냐 이것이 <쇼미>에서 가장 큰 부분이었다."

- 어떤 상황에서 멘탈이 가장 흔들렸나.
"제작진이 '행주는 사이퍼 1등을 해서 들어온 애지만 이 팀의 탈락후보다' 그런 그림을 원하는 것 같았다. 다른 팀에서도 나를 탈락후보로 몰아가는 게 보였다. '너네에게 보여주겠다' 하는 마음이 들었다. 이때 가장 멘탈이 흔들렸지만 결국 고마운 일이었다.

촬영하면 개별 인터뷰를 정말 많이 하는데 '누가 행주 씨에 대해 이렇게 말했대요' 하고 나를 안 좋게 말한 걸 제작진이 전해준다. 그런 게 (마인드 컨트롤하기) 힘들었지만, 나는 다 재미있었다. 정말 다 즐긴 것 같다. 다른 참가자들은 한마디 한마디에 휘둘리더라. 저는 '웃기다', '재밌다' 이렇게 처음부터 생각하고 들어갔다. 사람이 뭘 할 때 마음을 먹고 가면 막상 생각보다 별 거 아닌 경우가 많지 않나. 전부 마음먹기 달린 것 같다."

우승자 행주? 내게 <쇼미>는 이미 끝났다

행주 15일 오전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쇼미더머니6> 우승자 행주의 인터뷰가 있었다.

▲ 행주 ⓒ Mnet, 아메바컬쳐


- '쇼미 우승자'라는 타이틀이 행주에겐 어떤 의미인지.
"<쇼미>에 취할 필요 없다고 느꼈다. 그건 그걸로 끝내야 한다. 다음 스텝이 중요하다. 1차 탈락도 해봤고 우승도 했던 사람으로서 경연 프로그램에 나오면 좋은 성적 내는 게 첫 번째 목표지만, 대학에 합격하고 나서 그 후가 더 중요하듯 다음 스텝을 멋있게 하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내가 <쇼미>라는 경연으로 얻은 건 차와 상금 조금, 그리고 확신이다. 비와이도 우승 후 제자리로 돌아왔다. 멋있게 음악하고 있다고 스스로도 생각하고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너 그때는 이랬는데(잘 나갔는데) 지금은 왜 이래' 하고 말하는 건 단지 '사람들'이다. 리듬파워가 재미있는 작업을 많이 하려고 한다. 잠을 줄이면서 열심히 준비 중이고 행주로서도 지금 내가 해야 하는 이야기가 있어서 타이밍에 맞게 할 거다."

- 다음 스텝은 무엇인가.
"<쇼미> 1차 탈락했을 때 분노가 들어 있는 트랙 '진입금지'를 냈었다. 래퍼로서 그때 내가 하고 싶은 말을 기록한 것이 나를 지금 이 자리에 오게 했다. 한국에서 20~30대로 살아가는 게 너무 힘들다는 생각을 많이 했고 그런 힘든 현실을 노래한 것도 있다. <쇼미> 1차 탈락하고 바닥으로 떨어졌을 때의 내 이야기를 했는데 다들 자신의 상황에 대입했고 공감하더라. 그때 그때 해야 하는 이야기를 음악으로 기록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작업을 이번에 준비 중이다. <쇼미> 끝난 이 시점에 해야지만 멋있는 이야기다."

평범하게 살아온 인생, 내 최고의 무기

행주 15일 오전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쇼미더머니6> 우승자 행주의 인터뷰가 있었다.

▲ 행주 ⓒ Mnet, 아메바컬쳐


- 언제부터 음악을 했나.
"생각해보면 아메바컬쳐의 다듀와 크러쉬는 13살인가, 말도 안 되게 어릴 때부터 음악을 했더라. 나는 운동만 하다가 21살 때쯤 음악을 시작했다. 리듬파워 멤버인 지구인, 보이비와 인하대 후문 지하 술집에서 '너 이거 들어봤어?' 하며 이야기 나누고 학교 빠지고 홍대나 신촌 음반점 가서 CD 사는 게 재미있었다. 정말 철이 없었는데 그게 지금의 우리를 만들었다. 당시 음악이 우리 삶이 되니까 '우리가 직접 해보고 싶지 않아?' 이런 생각으로 이어졌고 '해야겠다'는 결심을 했다."

- 내 음악이 대중적이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은 없나.
"그런 걱정이 없는 이유가 있다. 우린 정말 평범하게 지내왔던 애들이다. 옆집 아이들. 공감을 이끌어낼 자신이 있다. 그냥 내 이야기를 하면 된다. 내 이야기를 할 뿐인데 공감을 이끌어 낸다. 센 음악을 해도 대중적이라고 생각한다. 지구인은 공부만 해서 전교 1등만 했고, 저는 운동만 해서 운동으로 1등했고, 보이비는 이도 저도 아닌 중간이었다. 그런 세명이 모여있기에 어떤 사람도 다 공감할 이야기를 할 수 있다."

- 올해 목표는.
"저는 '큰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 <쇼미>를 통해 배우게 된 것이다. 내년이라도 음악하고 싶지 않으면 안 할 거다. 당장의 올해 목표라고 하면, 시상식에 가서 수상하는 거다. 그곳에서 멘트를 하고 싶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인천에서 태어난 한 명의 남자애, 평범한 아이들이 가장 화려한 곳이라고 할 수 있는 시상식에 가서 가장 평범한 멘트를 하고 싶기 때문이다."

사람들 말은 이슈에 지나지 않아

행주 15일 오전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쇼미더머니6> 우승자 행주의 인터뷰가 있었다.

▲ 행주 ⓒ Mnet, 아메바컬쳐


- 비와이도 당시 평범한 멘트를 한 것 같다.
"비와이는 상을 받고 친구와 무대 위에서 사진을 찍었다. 그걸 보고 건방지다는 이야기도 들리고 했지만 그건 단지 '이슈'일 뿐이다. 사람들의 이야기일 뿐인 거다. 그것과 상관 없이 나는 내가 할 것, 하고 싶은 그것을 그 자리에서 하면 되는 거다."

- 사람들의 이야기를 신경 안 쓸 수 있나.
"하나만 있으면 된다. 내 확신. <쇼미> 1차 탈락을 하면서 깨달은 것이다. 내가 탈락할 수 있단 생각을 하지 않고 2, 3차에서 보여주려고 준비한 것을 탈락의 위기 때 하지 않았다. 그걸 아낄 필요가 없었던 거다. 다른 걸 즉흥적으로 보여줬는데 내가 틀렸다. 그 순간에 최선을 다하는 게 중요한 거다. 그때 마인드 세팅을 완전히 다시 했다. 있는 그대로 순간순간 최선을 다해야 후회를 안 하겠구나 생각했다. 사람들이 신경 안 쓰이는 게 아니라, 신경 쓰이더라도 내가 하고 싶은 것을 그때그때 하는 것이 흔들리지 않는 힘이다. 또 다른 자아를 만들지 않고, 나를 있는 그대로 갖고 가는 거다."

또 다른 자아 만들고 싶지 않아

- 자아를 지켜내는 비결이 있다면.
"비결은... 내가 자아를 꾸며봤던 사람이란 것이다. 나 하나도 벅찬데 사람들을 대변할 생각을 했었다. 그래야 공감이 될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진짜가 아니란 걸) 다 알더라. 그래서 다 내려놓고 내 이야기를 하니까 사람들이 그걸 자기 인생으로 가져와서 대입시키고 공감하더라. 실패로 배운 것 같다. 자기 이야기를 솔직하게 해야 제일 멋있다는 걸 알게 됐다."

- 래퍼 행주가 아닌 인간 행주의 목표는 무엇인가.
"윤형준의 꿈은 듬직한 장남, 듬직한 형이 되는 것 같다. 그런 가사를 많이 써왔던 것 같고 그게 내 인생의 목표 같다."

행주 15일 오전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쇼미더머니6> 우승자 행주의 인터뷰가 있었다.

▲ 행주 ⓒ Mnet, 아메바컬쳐



행주 쇼미더머니 아메바컬쳐 다이나믹듀오 리듬파워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음악이 주는 기쁨과 쓸쓸함. 그 모든 위안.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