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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유도 아리랑
 선유도 아리랑
ⓒ 두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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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개를 넘어간다.
나를 버리고 가시는 님은 십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

발병이 나기를 바란 것은 님이 내게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에서였을 것이다. 아니면 버리고 가는 님이 너무 야속해서였는지도 모른다. 어느 쪽이든 님과 헤어지기 싫어 그렇게 주술을 걸고 있다. 그에게 님은 누구일까? 도대체 누구를 그렇게 오래동안 마음에 품었길래 30여년 간 내내 아리랑을 부르고 있는것일까?

"만경강에서 태어나 자랐어요. 역사의식이 없을 때는 그저 고향 하늘, 땅이었는데 자라서 보니 군산항을 통해 일본에게 수탈을 당한 고향 하늘, 땅, 논, 밭인거예요. 이번 전시회가 열리는 군산 근대미술관은 일제강점기 때 일본이 은행으로 사용하던 건물입니다. 특히 군산은 일제강점기 때 조선의 물자를 수탈하기 위해 만든 부잔교, 독립운동가 임병찬 장군의 활동, 군산지역 삼일운동을 이끈 구암교회 등 아픈 근대사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어 의미가 크죠."

두시영 화백은 그냥 아리랑이다. 30여 년째 아리랑을 모티프로 작업을 하고 있다. 한국미협작가이면서 민족미술인협회(아래 민미협) 서울 지부 대표를 지낸 그에게 아리랑은 일제강점기와 6·25 전쟁, 한국 근현대사의 수없이 아픈 현장들을 보면서 희망을 놓지 않는 사람들에게 전해주고자 하는 위로와 신명이다.

그는 자신의 신명으로 이 땅을 살았던 사람들, 그리고 이 땅을 살고 있는 사람들과 아리랑 가락으로 대화한 것들을 현대 회화로 캔버스에 풀어 놓았다. 이번 전시회에 선보이는 '월명, 군산아리랑'과 '선유도 아리랑'을 포함하여 30여 점 모두 아리랑을 모티프로 작업한 작품들이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도 아리랑이 주는 울림은 크다

고군산 아리랑
 고군산 아리랑
ⓒ 두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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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아리랑 FESTIVAL
 KOREA 아리랑 FESTIVAL
ⓒ 두시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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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月 밝을 明, 군산을 품고 있는 산을 월명산으로 부르는데, 6·25때 방공호로 쓰던 해망굴도 남아있고, 그 주변으로 금강에서 만경강, 벽골제까지 조정래의 아리랑에 쓰여진 대로 역사적인 한이 서려있는 곳이죠. 그래서 그 아픔을 쓰다듬으며 우리가 가져야 할 희망, 얼 등을 밝은 달로 표현하면서 민족미학과 아리랑으로 풀어 가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두시영 화백에 대해 현재 민족미술인협회 회장 이종헌씨가 한마디를 거든다.

"전통은 계승하는데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고 살아가고 있는 바로 오늘, 재창조되어 우리와 호흡할 때 의미가 생깁니다. 두시영 선생님은 그것을 그림으로 보여주시죠. 그림을 하는 후배들에게 무엇을 계승하고 어떻게 다가갈 것인지, 잔소리가 아니라 그림 작업을 통해 모범을 보여 주시는 말 그대로 딱 '선배'님이십니다."

아리랑은 지난 2012년 12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지역과 세대를 초월하는 것은 물론이고, 각 지역의 특성에 맞게 재창조 되고, 또 후렴구만 들어가면 누구나 어떤 자리에서든지 쉽게 가사를 붙여 부를 수 있다. 원래 있던 가사 대신 자신의 이야기로 바꾸어 노래를 하고, 듣는 사람이 후렴구를 같이 부를 수 있는 아리랑. 어쩌면 '따로, 또 같이' 어우러질 수 있게 하는 "아리랑 아리랑 아라리요"가 30여 년이 넘게 그리도록 힘이 되어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작품을 천천히 관람하며 옮기는 관람객의 발걸음 소리가 나뭇잎이 뒤척이는 소리를 흉내내고 있다. 비가 그치고 난 다음, 반 쪽의 여름과 반 쪽의 가을을 지닌 이파리가 스칠 때 나는 향이 맡아지는 것도 같다. 세상은 '기가 엘티이(GIGA LTE)' 속도로 바뀌고 있다. 그래도 오래된 것들은 그들만의 냄새와 몸짓과 색깔이 있다. 그것이 현재에 필요하지 않아 박물관에 있어 무의미하다고 생각하든, 그래도 유의미하다고 생각하든.

군산근대역사박물관(관장 문세환) 근대미술관(구 18은행 군산지점)에서 9월 12일부터 두시영 화백의 <아리랑, 얼과 역사를 품다>라는 주제로 작품전을 개최한다. 특히 이번 전시회가 개최되는 근대미술관은 군산근대역사박물관 분관으로 국가등록문화재 제 372호인 일본 18은행 군산지점을 보수 복원한 곳으로 현재는 미술 전시 및 안중근 의사가 투옥되었던 감옥을 재현하여 역사교육의 장으로 쓰이고 있어 더욱 의미가 깊어 한 번쯤 방문하면 좋을 듯하다.

금강 - 상팔담 아리랑
 금강 - 상팔담 아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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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명 + 군산 아리랑
 월명 + 군산 아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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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두시영, #군산근대미술관, #아리랑, #민미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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