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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4년 10월 6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자위 국정감사에 출석한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과 원세훈 행정1부시장.
▲ 이명박 시장과 원세훈 부시장 시절 지난 2004년 10월 6일 서울시청에서 열린 국회 행자위 국정감사에 출석한 당시 이명박 서울시장과 원세훈 행정1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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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 때 국가정보원이 유력 정치인들과 정부에 비판적인 교수들을 상대로도 대규모 '심리전'을 펼친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와 관련해 여러 차례 심리전 계획을 수립했다는 점에서 파장이 예상된다. 또 송영길, 박지원 의원 등 야당 인사뿐 아니라 홍준표 현 자유한국당 대표 등 당시 여당 내에서 정부에 비판적 목소리를 내던 인사들도 상당수 포함됐다.

<다음> 아고라에 '노무현 비난' 글 300개 게재

국정원 개혁위원회(정해구 위원장)는 25일 '국정원 적폐청산 TF'로부터 보고 받은 '정치인·교수 등 MB정부 비판세력 제압활동'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국정원 개혁위에 따르면 원세훈 당시 국정원장은 심리전단의 조직과 인원을 확대하는 방식으로 이명박 정부 비판 세력 중 정치인·교수 등 사회 각계인사에 대해 전방위적으로 비판활동을 벌였다.

국정원 개혁위는 이날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MB 정부 국정원은) 초기에는 대북 심리전 활동 중심으로 전개되었으나, 지휘부 지시와 국정현안 변화에 따라 특정 정치인 등 각계 주요 인사로 심리전이 점차 확대됐다"라며 "특히 2009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를 계기로 비판세력의 활동이 심해지자 이에 대한 대응 활동을 전개했다"라고 밝혔다.

또 "2010년 천안함 폭침, 연평도 포격 등 북한의 무력도발을 계기로 정부 비판세력과 4대강 사업 등 정책 반대세력을 비판했다"라며 "2011~2012년에는 서울시장 보궐선거, 2012년 총・대선을 계기로 특정 정치인 및 선거 관련 온오프라인 상의 공격이 확대됐다"라고 설명했다.

지난 2009년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가운데오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노 전 대통령의 시신이 도착하자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등이 빈소로 시신을 운구하고 있다.
 지난 2009년 5월 23일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한 가운데오후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 노 전 대통령의 시신이 도착하자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안희정 민주당 최고위원등이 빈소로 시신을 운구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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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 개혁위에 따르면 당시 국정원은 노 전 대통령 서거로 추모 열기가 높았던 2009년 6월, '盧(노무현) 자살 관련 좌파 제압논리 개발ㆍ활용계획', '정치권의 노무현 자살 악용 비판 사이버 심리전 지속 전개' 등 2건의 보고를 했다. 2011년 5월에는'노무현 死去(사망) 2년 계기 종북세력 규탄 심리전 활동 전개'라는 문서를 통해 지속적으로 온오프라인을 통한 심리전을 펼쳤다.

이 문건에는 '노 전 대통령의 자살이 본인의 선택이며 측근과 가족의 책임'이라는 논리와 '노 전 대통령은 대통령 재임 중 개인적 비리를 저지른 자연인에 불과'하며 '자살과 범죄는 별개로 수사 결과를 국민 앞에 발표해야 한다'는 논리를 포털사이트 토론방에 지속적으로 확산시켰다.

구체적인 실행 내용으로는 야권을 비판한 토론글 300여 건, 댓글 200여 건을 게재했고, 야당(당시 민주당) 홈페이지에 '길거리 야당 행세를 중단하고 안보ㆍ경제위기 극복 적극 동참'이라는 내용의 글을 게시했다. 또 민주노총, 실천연대, <오마이뉴스> 등 사이트에 민주당을 비판한 칼럼과 사설을 퍼나르고, 주요 포털사이트에 '노무현 전 대통령 자살 정략적 이용 비판' 등의 글을 확산시켰다.

2011년에 작성된 문건에는 어버이연합(회원 100명)과 협조해 서교동 노무현재단 앞에서 '노무현 정신 운운하며 국론분열을 부추기는 종북세력 규탄'이라는 제목의 가두시위를 개최했다. 또 '노무현의 헌법 위배, 국격저하 망언', '추종세력의 노무현 미화 차단'이라는 내용으로 토론글 1300여 건, 트위터 글 1일 100여 건을 게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당시 송영길 인천시장의 "인천시를 대북평화 전진기지로 조성하겠다"는 발언을 '지자체장 본분을 망각한 종북행위'로 규정하고, 2011년 2월 '인천시장 종북행각 규탄 전략 심리전 계획'을 작성해 실행했다. 당시 이명박 정부를 비판하는 데 목소리를 높였던 박지원 국민의당 의원(당시 민주당 소속)을 대상으로도 '박지원 망동 강력 규탄 사이버심리전 전개'(2010년 9월)라는 문건을 통해 심리전 결과를 보고했다.

이밖에도 곽노현 전 서울시교육감, 조국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현 청와대 민정수석비서관), 이상돈 전 중앙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현 국민의당 의원) 등을 대상으로도 SNS와 포털사이트에 비난 글을 게시하는 등의 '심리전 활동'을 펼쳤다.

조국 교수에 대해서는 "서울대 조국 교수는 교수라는 양의 탈을 쓰고 체제 변혁을 노력하는 대한민국의 늑대다. 93년 남한사회주의노동자동맹 산하 남한사회주의과학원 사건에 연루돼 국보법 위반으로 실형을 선고받은 적이 있다. 천안함, 연평도 북 도발을 옹호하는 대한민국의 적"이라고 비난했다.

MB 국정원 "홍준표, 구시대적 행태 사라져야"

국정원법 위반 공직선거법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지난 8월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국정원법 위반 공직선거법위반 등의 혐의로 기소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지난 8월 30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파기환송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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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심리전 대상에는 당시 여당 인사들도 포함됐다. 국정원 개혁위에 따르면 "국가원수 모독, 국정음해ㆍ왜곡 등 사유로 여야 정치인, 전 국정원장 등 다수 정치인 등을 선정해 '트위터' 등을 활용한 압박활동을 전개한 사실도 확인했다"라고 밝혔다.

이명박 정부 당시 한나라당(현 자유한국당) 대표까지 지낸 홍준표 의원에 대해서는 "홍준표 의원은 저격수 명성에 어울리지 않게 자꾸 총부리를 아군에 겨누고 있다. 그러다 아군이 전멸하면 홀로 정치하려는가? 적군 앞에선 단합할 땐 해야지, 사돈 남보듯 집안 흉을 봐서 뜨려는 구시대적 행태는 사라져야 한다"라는 글을 트위터에 게시했다.

또 안상수 전 의원(현 창원시장)은 "웬 견제! 보온병 등으로 꺼져가는 본인 정치생명 연장을 위해 돌출발언 한 거 같은데 여당내 본인 위치를 생각해서 신중 발언해야지 한마디로 중용해선 안 될 인물"이라고 평했다. 원희룡 전 의원(현 제주지사)에 대해서는 "회색분자이자 카멜레온의 원희룡 의원은 애국 인사들에게 언제든 뒤에서 칼을 꽂을 수 있는 사람같다"라는 글을 남겼다.

당시 친박근혜 핵심 인사였던 권영세 전 의원을 향해서도 "의원님께서 말씀하신 의무교육과 같은 선에서 무상급식을 논하자는 것은 발상의 전환이 아니라 배급제 또는 강제 급식과 다를 바 없는 제도라 생각합니다"라고 비난했다. 이밖에도 정두언 전 의원,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당시 <문화일보> 논설위원) 등도 심리전 대상이 됐다.

이밖에도 당시 국정원은 손학규, 정동영, 천정배, 최문순, 김재윤, 김진애, 유시민 등 야권의 인사들과 김만복 전 국정원장,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학교 경제학과 교수 등 이명박 정부에 비판적인 인사들을 대상으로 무차별 비난 여론 조성 심리전을 펼쳤다.

이 같은 이명박 정부 국정원의 활동에 대해 국정원 개혁위 측은 "원세훈 전 국가정보원장 등을 정치관여 및 업무상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검찰에 수사의뢰할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태그:#이명박, #원세훈, #국정원, #노무현, #국정원 개혁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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