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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열. 초대작가 / 낮은곳으로 흐른다 / 합지, 철판, 아크리칼라, 옻칠 /  188x130
 김진열. 초대작가 / 낮은곳으로 흐른다 / 합지, 철판, 아크리칼라, 옻칠 / 188x130
ⓒ 김진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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옻은 살아있다. 상징적 의미가 아니라 살아있는 물질이다. 적당한 습기를 머금어야 제 몸을 굳혀 부풀리고, 자신의 생육 환경에 맞아야 제 빛깔을 드러낸다. 같은 통에 담겨있던 옻액이라도 작업환경이 다른 날에는 제 몸을 굳혀 말리기도 하고, 색이 제 빛을 낼 때까지 기다리게 만들기도 있다. 기다림의 끝에서 제 색을 드러낼 때 옻칠을 하는 사람들은 그들의 말로 "피었다"라고 한다. 그들에게 옻칠을 하는 행위는 제 색의 꽃을 "피우기"위한 기다림이고, 키우는 행위이다.

기다리게 하고, 키우게 하는 쉽지 않은 옻칠이 여러 분야의 전문 작가들과 만나 새로운 형태의 작품들로 전시를 시도한다. 올해로 32회차를 맞이하는 민족미술인협회(회장 이종헌) 강원지회 원주지부(지부장 원민규) 정기전시회 '치악에 살어리랏다' 전에서 22명의 작가들이 총 60여 점의 작품으로 원주문화재단창작스튜디오(원주시 중앙로 89. T033-745-9117)에서 관람객들의 시간을 빌리고자 기다리고 있다.

박미란 / 청산이 그곳에 있다하네2 / 한지원단, 옻, 옻안료 /
 박미란 / 청산이 그곳에 있다하네2 / 한지원단, 옻, 옻안료 /
ⓒ 박미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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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옻칠은 대부분 공예품 표면을 장식하는 재료로 주로 사용합니다. 하지만 이번 전시회를 통해 폭넓은 표현 방법들을 시도해서 수묵화 하시는 분들은 붓에다 옻액을 묻혀서 그림을 그리고, 도자기는 1300℃에서 유약을 바르지 않고 구운 다음 옻칠을 하는 도태칠기, 천연염색 하시는 분들은 옻으로 염색을, 서양화 하시는 부분들은 회화에 접목을 시키고, 금속에 옻을 입히기도 하는 기존의 틀을 벗어난 새로운 시도들이죠." -민족미술인협회 강원지회 원주지부장 원민규

옻액을 명주나 고운 모시 등으로 걸러진 상태를 생칠이라고 하는데, 이것을 햇빛이나 숯불로 수분을 증발 시켜 정제를 한 후 광물성 안료나 검댕이 들을 넣어 여러 가지 색을 내어 회화에 사용한다. 또 사용되는 재료의 종류에 따라 백골(나무) 위에 옻칠이 올라가면 목심칠기, 대나무를 만나면 죽심칠기, 가죽을 만나면 칠피칠기, 금속과 만나면 금태칠기, 한지와 만나면 지승칠기, 도자기와 만나면 도태칠기 등으로 불린다. 그만큼 여러 재료와 유기적인 결합이 가능한 살아있는 물질인 셈이다.

원민규 /비움 / 도자기. 옻칠, 금박
 원민규 /비움 / 도자기. 옻칠, 금박
ⓒ 원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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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민규 원주지부장은 이번 전시회를 위해 칠장 무형문화재인 김상수 선생으로부터 옻에 대한 여러 차례의 세미나를 통해 인식의 폭을 확대하는 가운데 제작된 작품들이라 작가들의 진지한 작업과 메시지들을 만날 수 있다고 한다. 특히 9월 30일에는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문화의 거리에서 화선지와 부채에 옻칠을 이용한 그림 그리기와 도태칠기 제작을 체험할 수 있어 관람객으로서는 쉽지 않은 체험 기회를 만날 수 있다.

"흔히 전통이라고 하면 낡고 고리타분하다고 생각하는데 전승되어야 할 충분한 가치가 있는 분야죠. 옻은 천연도료로 무기에 뿐만이 아니라 접착체, 방수, 세균의 번식까지 막아주는 항균의 기능도 있습니다. 천 년도 넘어 보존이 가능하지만 손이 수 번에서 수십 번이 가야 젓가락, 숟가락 하나라도 만들어지니 귀족도 상층부 이상의 귀족만이 사용할 수 있었던 귀한 재료였어요. 그래서 귀하게 쓰이는 제기에나 칠할 수 있었고 서민들은 접근불가능한 귀한 재료인거죠. 옻은 옻나무의 눈물이기도 하고 하늘이 내려주신 선물이기도 합니다."
- 민족미술인협회 회장 이종헌

부채에 옻칠
 부채에 옻칠
ⓒ 원민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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옆에서 거드는 한마디에 어디선가 은은하면서도 알싸한 옻 특유의 향이 풍기는 듯 하다. 머리를 맑게 한다. 고구려 고분벽화에 옻칠로 그림을 그리던 화가도 맡았던 향이라 생각하니 시간을 뛰어넘어 온 마력을 지닌 물질같이 느껴진다.

조현숙 / ing / 혼합재료
 조현숙 / ing / 혼합재료
ⓒ 조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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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원주민미협, #옻칠, #원주민미협정기전, #민미협, #이종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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