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문화

대전충청

포토뉴스

시간이 생긴 날, 훌쩍 나가고 싶은데 꾸미고 다니기는 싫고…. 그렇다고 어디에 쭉 있기보다는 잠깐의 기분 전환이 필요한, 딱 그런 날엔 빵을 사러 돌아다녀 보는 건 어떨까? 맛집을 찾아 돌아다니듯 베이커리도 개성 넘치는 곳이 많아져, 골라 다니는 재미가 있다. 심지어 식당처럼 혼자 들어가는 걱정도 필요 없고, 그 자리에서 뭘 꼭 먹을 필요도 없다. 그저 부담 없이 출발해 보자. -기자 말
자 대전, 대구로 떠나보자! ⓒ 이하성
또다시 돌아온 명절 연휴. 나 같은 경우에는 시골에 내려갈 때면 종종 근처에 어떤 빵집이 있나 찾아보고 짬을 내서 들르곤 했는데, 이번엔 연휴도 긴 만큼 여유 있게 돌아볼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고향 내려가는 길, 괜찮은 빵집과 요즘 한창 유행인 디저트 카페를 곁들여 소개한다. 지역은 대전과 대구를 기반으로 작성했다.

[하나] 튼실한 건강빵을 만날 수 있는 동네빵집
친숙한 빵들이 많은 곳이다. ⓒ 이하성
숨어있는 건강빵이 의외로 최고 인기메뉴. ⓒ 이하성
이렇게 속재료 듬뿍인 빵은 본적도 없다. ⓒ 이하성
일반적으로 대전에서 가장 유명한 빵집은 단연 성심당이겠지만 내가 소개할 곳은 유성구의 빵집 '아빠의 꿈'이다. 작은 주택가의 상점가 사이에 위치한 이 빵집은 겉보기에는 꽤 오래된 동네빵집의 모습을 하고 있다. 들어가서 실제로 메뉴를 둘러봐도 피자빵, 소보로빵, 초코빵 등 익숙한 옛날 스타일 빵이 대부분이다. 때문에 대충 보고 지나가면 그 특별함을 놓치기가 쉽다.

아이러니하게도 가장 잘 알려진 건 이 빵들 뒤편으로 눈에 띄지 않게 자리를 잡은 건강빵들. '팥을 품은 썬' '서리태 깜빠뉴' 등이다. 직접 재배해서 만든 콩이며 견과류, 말린 과일 등을 빵이 감싸기가 버거울 정도로 빼곡이 채워 넣어 아주 무거운 중량을 자랑한다. 잘려진 단면만 봐도 놀라울 정도.

맛도 그만큼 풍성한 편인데, 건강빵이니만큼 그렇게 자극적이지 않아 질리지 않고 계속 먹게 된다. 물론 앞에 보이는 옛날 스타일 빵들도 가격에 비해 정말 튼실한 빵이 많다. 콩주머니빵, 찰떡콩콩, 녹차메론빵 등도 놓칠 수 없는 메뉴들.

개인적으로 이곳을 나올 때 빵을 담은 봉투가 너무 무거워 귀향길이 막막했던 적이 있었다. 슬프면서도 웃음이 나는 경험이었다. 명절 하면 생각날 법한 추억이 담긴 빵이 있고, 거기서 한 걸음 나아가 이 가게만의 방법으로 세련미와 건강함까지 더해주었으니 고향 가는 길 이곳을 지나가거나 혹 이쪽이 고향이라면 한번 들러보는 건 어떨까?

[둘] 잠시 파이 한 모금 하고 갈까요?
아지자기한 빵집. 오른쪽 아래가 까눌레다. ⓒ 이하성
진열된 파이가 참 먹음직하다. ⓒ 이하성
나도 모르게 이렇게나 집어버렸다. ⓒ 이하성
버스터미널에서 멀지 않은 대전 우송대학교의 두 캠퍼스 사이. 주택가의 골목을 돌고 돌아 들어가면 입맛 당기는 고소한 버터 내음이 풍긴다. "어디지?" 나도 모르게 고개를 두리번거리게 된다. 때마침 눈에 들어오는 나무 입간판과 수수하게 적힌 '파이, 한 모금 하고 가실래요?'라는 글귀. 안 들어가 볼 수가 없다.

목조로 된 소박한 건물엔 화려한 간판이며 장식은 전혀 없지만, 귀엽게 직접 그려 넣은 메뉴 설명이 있다. 먹음직하게 진열된 각종 파이와 구움과자들이 더할 나위 없게 먼진 풍경을 만들어낸다. 이곳의 주력메뉴는 속 재료를 과일에서부터 견과류, 채소, 고기까지 다양하게 채워 넣은 파이들. 작은 빵집에 그 종류가 제법 다양해 놀랐다.

파이 말고도 얼그레이나 갈릭을 이용한 독특한 크루아상도 있고, 프레즐이나 최근 핫한 디저트인 까눌레도 플레인과 홍차 두 종류로 선보이고 있다. 먹어본 파이들은 버터 특유의 풍미와 바삭함이 제법 있으면서도 느끼하지 않아 속재료 고유의 맛을 잘 살려줬다. 각각의 특징이 확실해 이것저것 골라 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게다가 가격도 비싸지 않으니 자꾸만 집게 된다.

아담한 분위기의 공간에 먹고 갈 장소도 마련돼 있고 짧은 대화 속에서도 느껴지는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쉐프님이 복작복작 만들어가는 파이가게, 파이 한모금. 학생들도 보이고, 포장해 가는 손님들로 활기가 있던 곳이다. 그래서일까. 한쪽 테이블에서 파이를 먹다 보면 이국적이어야 할 이 음식이 제법 토속적으로, 아니 그보다 푸근하게 다가온다.

[셋] 대전에서 일본 감성을 느껴보자
왼쪽 벽 의자에 안자 한방 찍어가자. ⓒ 이하성
일단 눈으로 먹는 디저트 들이다. ⓒ 이하성
일본 온 느낌. 별게 아니다. ⓒ 이하성
이번엔 연휴가 길다 보니 해외로 가시는 분들이 참 많다. 가깝게는 일본에서 멀게는 유럽까지. 하지만 여건상 그럴 수 없다면 이국적인 분위기를 지닌 디저트 카페에라도 가서 맛있는 디저트와 함께 잠깐의 휴식을 즐기고 오면 좋지 않을까. 긴 연휴에 특별한 추억을 하나 남길 수 있을 것이다.

대전 갈마동에 위치한 '하치카페'. 이름부터 일본풍인 이곳은 화이트 톤의 벽면과 자그마한 소품, 간판이 한적하면서도 미니멀한 풍경을 만들어 주변과 확실히 다른 분위기를 자아낸다. 가게 앞의 벤치는 나름 포토존이었는데, 내 경우엔 여기서 찍어간 사진을 보여주니 '일본 다녀왔냐'는 말을 듣기도 했다.

가게 안쪽도 차분한 분위기와 커튼, 목조 가구 등이 눈에 들어온다. 일본 서적도 보인다. 카운터 쪽에 가지런히 진열된 디저트는 세심하게 장식된 아름다운 모양이다. 그냥 지나치기 힘든 다양한 타르트들과 티라미수. 이것들은 일본에서 배우신 파티시에 분이 만드신다고 한다.

커피와 디저트가 목판에 올려진 모습이나, 우유를 담은 병 때문일까. 어느덧 난 일본 어딘가 카페에 와 있는 여행자가 된 듯했다. 바닐라 치즈타르트의 부드러운 달콤함과 쌉싸래한 커피 맛이 도드라지는 큐브 라떼는 잘 어울리는 조합. 이곳에선 서울이나 대형 건물이 밀집한 지역에서는 좀처럼 느낄 수 없던 여유를 맛볼 수 있다. '잠깐 삶의 템포를 느리게 맞춰도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자연스레 떠오른다.

이제 대전을 지나 대구의 빵집과 디저트 카페로 발걸음을 옮겨보자.

[넷] 우리밀 빵을 만드는 진심이 담긴 빵집
우리밀로 빵을 만드는 빵집이다. ⓒ 이하성
제분기가 눈에 띄고, 메뉴도 다양하다. ⓒ 이하성
건강에 맛까지 잡은 빵이다. ⓒ 이하성
대구 달성군 다사읍. 대구의 중심부에서 제법 떨어져 공기부터 맑아지는 이 동네엔 빵을 제법 드셔보신 분이라면 한 번쯤 이름을 들어봤을 '우리밀 빵공방 레헴'이 자리 잡고 있다. 다시 한 번 자세하게 다룰 예정인 이곳은 몇 년 전 범계 쪽에 있을 때 처음 알게 된 가게다. 지금은 대구로 내려가 이렇게 지방 갈 일이 생기지 않으면 좀처럼 들를 수가 없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빵집이다.

가게 입구에 적힌 농부들의 땀을 생각한다는 문구. 여기는 우리밀로 빵을 만드는 가게다. 게다가 직접 다양한 우리밀을 제분해서 쓰신다. 가게에 커다랗게 자리를 잡은 맷돌 제분기 위로는 이곳의 빵이 얼마나 건강한지 적혀있다. 아빠로서 아이에게 마음 놓고 줄 수 있는 빵을 만드시려는 쉐프님의 심정도 담겨있다.

기본적으로 통밀이나 호밀을 사용하는 이곳의 빵은 종류가 다양한 편인데, 이전부터 유명하던 '밤콩밤콩', 아내분의 이름을 딴 '은비가 좋아하는 빵'부터 견과류, 건과일이나, 직접 만든 팥앙금이 들어간 빵도 있고 식빵에서 샌드위치, 스콘까지 준비되어 있다. 치유의 빵이라는 통밀 100% 빵은 이름처럼 건강함이 잘 살아있는 식사용 빵.

레헴의 빵들은 시간이 오래 걸리는 저온 숙성 과정을 거치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식감이 굉장히 부드러운 편이고 구수하고 깨끗한 맛이 살아있다. 비슷한 말로 광고하는 다른 빵집의 빵과는 제법 차이가 느껴진다. 강을 끼고 있는 이 동네와 어울리는 향토적인 빵을 접할 수 있고, '건강하다 = 맛없다'는 편견도 산산조각 내준다.

여담인데, 커피도 정말 좋았다. 한 덩이의 빵이 농가와도 이어지고 또 나의 가족, 손님에게까지 닿는다는 걸 알고 계신 쉐프님이 꾸려가는 빵집, 레헴이다.

[다섯] 조금은 특별한 슈크림, 스콘, 타르트를 만나보자
친근한 분위기의 베이커리 겸 카페다. ⓒ 이하성
보기만해도 크림의 밀도가 느껴진다. ⓒ 이하성
도톰하니 참 맛깔나는 스콘이다. ⓒ 이하성
최근에는 전문 베이커리 말고도 카페에서 몇 가지 베이커리 메뉴를 곁들이는 곳들이 많아졌다. 메뉴 수는 많지 않아도 가게의 특색이 살아있는 빵을 내어놓는 가게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달서구 용산동 리꼬비는 여러 가지 종류의 스콘과 리꼬슈(슈크림) 그리고 타르트로 눈길을 사로잡는 곳. 얼그레이, 단호박, 콩쑥 등 7종의 스콘과 흑임자, 블루베리, 초코 등 5가지 리꼬슈 그리고 에스프레소초코, 말차초코 등 5종류의 타르트는 이름만 들어도 매력적이다.

카페인만큼 음료도 다양한 편. 그밖에도 특정 요일에만 나오는 앙버터나 치아바타도 있으니 기회가 되면 놓치지 말자. 가게 이곳저곳에는 여사장님이 직접 만드신 퀼트 공예품이 진열되어있는데, 귀여운 모양을 하고 있어서 한층 포근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슈크림을 그 자리에서 먹었는데, 바삭한 껍데기와 밀도 있는 크림의 쫀쫀함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게다가 각각 들어간 속 재료의 맛도 아주 진한 편이라 저 묵직한 크림의 식감과도 참 잘 어울렸다. 슈크림 네 개를 먹고 포만감이 느껴지긴 처음이었다.

스콘은 단단한 질감을 가진 묵직한 타입. 꽤 밀도가 있고, 고소한 맛이 베이스였다. 종류별로 다양한 맛이 더해져 매력을 발산한다. 가게 외부도 내부도 유행을 따라가지 않는 익숙한 인테리어의 카페다. 메뉴도 화려한 꾸밈을 가진 모양을 하고 있다기보다 익숙한 모양이다. 자칫하면 손님들이 그냥 지나칠 수도 있기에 장식이라도 할 법도 한데, 그러지 않은 수수한 모습이다.

하지만 익숙해 보이는 메뉴들도 이곳만의 방법으로 개성 있게 만들어내니, 억지로 꾸미지 않아도 알아서 특별함을 발한다. 사장님의 서글한 미소와 친절함이 더해진 리꼬비는 온화한 느낌이다.

[여섯] 분위기 있게 디저트 먹어보는 건 어때요?
프랑스라고 해도 믿을 거 같다. ⓒ 이하성
좀 심하게 예쁜 디저트였다. ⓒ 이하성
바나나크럼블은 이렇게 아이스크림이 올라간다. ⓒ 이하성
긴 연휴, 친척들과의 만남이나 집안일에 지쳤다면 하루 정도는 조금 특별한, 또 맛있는 휴식을 즐겨보자. 중구 대봉동의 카페 어글리로 떠나는 거다. 사진 스튜디오와 카페들이 자리 잡아 이국적인 분위기가 감도는 골목 중간쯤, 영어로 적힌 입간판 하나만 살짝 내놓고 수줍게 숨은 카페가 있다.

멋들어진 나무와 꽃이 흡사 장식 같다. 붉은 벽돌과 흰색 커튼, 커다란 유리창은 한 폭의 그림을 만들어낸다. 차분한 분위기의 내부엔 많은 장식이 있는 건 아니지만 은근히 감각적인 느낌이 있다. 카운터 쪽에 자리 잡은 다양한 디저트들은 "와 예쁘다..."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한다.

당근케이크는 피칸이 소복하게 올라갔다. 그 자체로도 먹음직한데, 나뭇가지 하나를 센스있게 올려놔 더욱 아름다웠다. 바나나 크럼블은 수북하게 쌓은 푸짐한 모양새로 사람의 마음을 흔들어댄다. 마들렌이나 브라우니, 한쪽에 숨어있는 스콘도 역시 매력적인 모습.

바나나 크럼블을 주문하면 위에 아이스크림 한 스쿱과 라즈베리를 올려주셔서 더욱 풍성해 보인다. 크럼블의 고소하고 달달한 맛에 바나나나 견과류가 씹혀 다양한 식감과 맛을 즐길 수가 있다. 거기에 부드러운 아이스크림까지 있으니... 가게에 앉아 창밖을 보면 유럽의 어딘가의 사진을 보는 듯한 기분이 드는 카페. 아름다운 외관과 디저트를 갖춘 이곳의 이름이 어글리라는 건 아이러니 같다.

덧붙이는 글 | 아빠의 꿈 : 10월 1-5일 까지 휴무
파이한모금 : 연휴기간 3, 4, 5일 휴무 / 2, 6, 7 오픈
레헴 : 4, 5일 휴무 / 3, 6, 7 오픈 (1, 2일은 정기 휴무)
리꼬비 : 3, 4, 5일 휴무

다른 곳들도 방문전에 휴무 일정을 알아보고 가시길. 소중한 시간 헛걸음 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태그:#빵투어, #빵식가, #빵, #빵집, #디저트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빵을 찾아 떠나는 여행 인스타그램 : @breads_eater https://www.instagram.com/breads_eater/ https://www.youtube.com/channel/UCNjrvdcOsg3vyJr_BqJ7Lzw?view_as=subscriber 빵과 빵집을 소개하는 걸 업으로 삼고 싶은 무모한 꿈을 꾸는 중입니다.

독자의견